칼럼
[칼럼]독립영화 다운로드 서비스가 생겼어요
<워낭소리>가 돌풍을 넘어 태풍에 가까웠던 흥행 이후, 많은 사람들이 독립영화의 사정이 나아진 것 아니냐는 말을 하곤 한다. 예전엔 일년에 한편을 구경도 하기 힘들었지만 근래에는 한 두 편씩은 심심찮게 볼 수 있으니 그렇단다.(일반 관객들은 그저 건물 외벽에 걸리는 이미지만 보고도 ‘개봉’이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속사정을 조금만 알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추석 즈음 개봉했던 다큐멘터리 <땅의 여자>는 우리지역 ‘진주’에 살고 있는 주인공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기에 멀티플렉스에서도 무난하게 상영 하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정작 개봉일은 1주일. 그것도 하루 한 번 오후 4시에 교차상영으로. 물론 그 시간이 황금시간대인 관객도 존재 하겠으나 대다수의 관객들은 극장을 찾기 위한 비용을 벌기 위해 집중하고 있을 시간이 아닌가. 세상에. 나와 그들의 이웃이자 같은 울타리 속의 건강한 여성의 삶을 지역민이 함께 톺아보는 일이 낭만적이라는 생각은 단지, 활동가의 시선일 뿐이었던 것이다.
지역이 이렇게나 열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사람이 하나 둘 늘고 있는 추세다. 그 방법도 제법 다양한데, 몇몇 지역의 케이블 방송을 통해 다양한 독립영화를 접하기도 하고, 포털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독립영화와 만나기도 했다. 무엇보다 독립영화 전용 다운로드 사이트와 P2P사이트를 통해 독립영화를 다운로드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얼마나 환상적인 상황인가. 영화를 집안에서 보는 시대야 이미 몇 해 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라 별로 놀랄 것도 아니라지만 독립영화 역사상 이렇게까지 관객과 가까워진 적은 없지 않았을까. 너무도 반갑고 환상적인 상황이다. 관객의 입장에서 나 또한 두 손 들고 환영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관객’의 입장에서다. 지역의 독립영화 상영활동가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지난 2년 동안 경남에서 연간 50회 내외의 공동체상영을 진행해왔다. 산골 동네의 마을회관에서부터 어린이집, 대학교, 공원 등 이곳저곳에서 3,000여 명의 사람들을 만났다. 상업영화는 만들어 줄 수 없는 그런 감동을 직접 경험하고 독립영화 상영활동가로서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며 더욱 더 매진하겠다는 욕심도 들게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점점 상황이 변하고 있다. 핑계가 잔득 얹힌 투정을 부려보자면, 사실 그동안 진행 해 온 공동체 상영을 올해도 진행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클릭 몇 번이면 내가 보고 싶었던,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립영화를 손쉽게 다운받을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다운 받은 파일을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사람을 초대해 한 반에 둘러 앉아 보면 되지 뭣 하러 수고스럽게(비용은 더욱 수고스럽게)힘을 써가며 공동체상영을 하겠냐는 거다. 물론, 다운로드 받은 영화를 함께 볼 때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야 함이 마땅하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영화를 보지 않는가. 아니 어쩌면 인간으로서 좋은 것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그 마음이 오히려 자연스러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독립영화를 사랑하고 독립영화와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는 사람으로서 독립영화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함께 진일보 하는 것은 너무도 반갑고 다행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함께 울고 웃던, 낭만으로 가득한 예전의 시간은 점점 사라지게 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도 동시에 품게 된다. 기술의 발전이, 내 방에서 만날 수 있는 독립영화가 반갑지만은 않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미 진행되어 온 이 상황을 거스를 수도 없다. 분명 독립영화 나름의 버텨내기 위한 방법일테고, 조금 더 멀리 그리고 수월하게 관객과 만날 수 있는 기회이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나’같은 상영활동가들의 설자리가 점점 줄어들지 않을까 내심 겁도 난다.
독립영화를 집에서 볼 수 있게 만든 이 엄청난 기술이 관객과 독립영화의 거리를 더욱 가까워지게 만들었다면, 상영활동가와 지역민과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게 만들진 않을까 조금,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