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독립영화전용관, 새로운 영진위를 기대하며
지난 3월 10일 강남구 논현동 브로드웨이 시네마 3관에 새로운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가 문을 열었다. 또 하나의 독립영화전용관 개관 소식이 반가워야 마땅할 터인데, 무언가 마뜩치 않다.
지난 해 독립영화계가 겪었던 일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독립영화인들의 십 년 염원이 탄생시킨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휴관한 데 이어, 2010년 초 영상미디어센터와 독립영화전용관의 파행적인 공모 결과 발표 때부터 불거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정책에 대한 불신은, 5월에 조희문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독립영화 제작지원 심사외압이 폭로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달았다(이에 대해서는 이미 ‘어려운 시절’이란 제목의 칼럼을 지난해 이곳에 썼다. 독립영화 칼럼에 연이어 영진위를 언급하게 될 줄을 그때는 몰랐다). 심사외압 의혹에 이어진 초여름의 사태는 가히 점입가경이었다. 국민권익위원회조차 공직자 행동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영진위원장을 교체하는 대신 직접지원을 간접지원으로 전환하겠다던 문화관광체육부(문광부)가, 2011년 독립영화제작지원 예산을 전액 삭감했던 것. 독립영화인들은 문광부 앞 1인 시위, 문화관광부 ? 영화진흥위원회와의 정책토론회 등에 발 벗고 나서, 독립영화제작지원예산을 부활시켰다.
그러나 직접적인 사태 원인의 제공자이며 영진위 정책을 파행으로 이끈 장본인인 조희문 위원장은 11월에 해임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고, 3월30일 새 위원장이 임명되기까지 넉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영진위는 위원장 직무 대행 체제로 운영되었다. 그 사이 유인촌 전임 장관이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를 영진위가 직영하라는 발언을 했고, 직영이 확정되자 영진위는 “위탁 사업은 불안정하고 매년 공모를 해야 하니 사업 연속성이 떨어지”(씨네21 792호)므로 직영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영진위가 갑작스레 독립영화전용관과 미디어센터 공모를 추진하던 2010년에 독립영화인들이 이미 우려했던 바다. 불공정한 심사로 파행 시비와 행정소송까지 불러온 공모로 운영 주체를 교체한 지 1년 만에 직영으로 전환하면서 그 이유도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지난 해 사업 평가 결과도 공개하지 않던 영진위는, 직영을 위한 새로운 마스터플랜도 갖고 있지 않는 듯 보였다. 1월 31일에 사업이 종료되는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일할 인력을 채용한다는 공고를 2월 15일에 내면서, 아무런 자체 사업 방향 제시 없이 총괄 프로그래머에게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출하라 했던 것이 일례다(그래서인지 지금까지도 프로그래머를 뽑지 못하고 있다).
평가도 계획도 없는 직영 방침에 실망한 독립영화인들이 공청회라도 열어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것을 여러 차례 촉구한 결과, 영진위는 인디플러스 개관 이틀 전인 3월8일에야 ‘독립영화전용관/영상미디어센터 발전 방안 공청회’를 열었다. 헌데 이 자리에서도 '독립영화전용관 미흡/영상미디어센터 보통“이라는 2010년 사업 수행평가 결과의 상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또 “지난 일보단 앞으로 잘 하는 게 중요하다”며 영진위 내 각 사업 담당자들이 발제한 운영방안은, 독립영화전용관의 경우 시네마루의 지난 프로그램을 베낀 듯한 기획 상영 계획 등으로 2010년 사업과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었고,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안에는 원래 설립 취지인 “퍼블릭 액세스 기능 강화 및 독립영화 제작 활성화”를 위한 정책 방향이 부재하는 듯 보였다. 이날 참석한 영화인들이 2010년 사업 평가 내용 공개와 전용관 상영 프로그램의 독립성 보장, 사업계획을 보완할 수 있는 2차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나마 다행한 것은, 3월 29일 영진위원장으로 선임된 김의석 감독이 직영 사업에 대해 “시간도 부족했고, 영진위에서 좀더 숙고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중략) 물리적이고 행정적인 인수인계만 생각했던 것 같다. 뒤늦기는 했지만 이후에 사안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씨네21 799호), 4월 6일 ‘독립영화전용관과 영상미디어센터 운영 방안에 대한 제언’을 중심으로 2차 공청회를 개최한 것이다. 이날도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구체적 운영 방안 합의에까지 이르진 못했다. 허나 이날의 만남이, 독립영화계의 새로운 봄을 위해 노력한 김의석 호 영진위의 첫 걸음으로 훗날 기록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