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디지털 미디어환경에 맞는 애니메이션 접근의 필요성
애니메이션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방식 중에 길이와 편수에 의한 구분으로 장편, TV시리즈,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구분한다. 장편은 극장에서 개봉이후 공중파와 케이블 또는 IPTV를 통해, 시리즈는 공중파 채널에서, 단편은 영화제를 통해 주로 소개되면서 각자의 영역으로 존재한다. 장편 애니메이션은 극장에서 상영하기 위한 한편의 영화이고, 텔레비전 시리즈는 한편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고, 그리고 단편 애니메이션은 감독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가장 적절하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과 사회가 급속히 변화하면서 정보시대에서 개념의 시대로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의 장르는 서로 융합하고 디지털 장비는 다양한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개념 미술이 미술 전체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킨 사건이 있었듯이 애니메이션 또한 기존 장편과 TV시리즈, 단편이라는 틀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가 도래했다. 애니메이션을 기획하고 제작할 때 좀더 다양하고 새로운 방식의 필요성이 요구된다. 특히 이러한 관심은 애니메이션 전공 학생들의 졸업 작품이나, 규모가 작은 신생 제작사, 단편 애니메이션 연출자들이 적극적으로 추진해봐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다양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었고 텔레비전 시리즈에서는 뽀통령이라 불리는 뽀롱뽀롱 뽀로로의 성공을 통해 충분한 경쟁력과 성공을 입증하였다. 그 외 빼꼼, 로보카폴리 등 다양하게 성공한 텔레비전 시리즈 애니메이션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은 높아지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최근 가장 관심 있는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최종 스코어가 200만명을 넘어 신기록을 작성하면서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경쟁력을 논의해 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놓았다고 본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성공적인 입증을 위해서는 엄청난 인내와 함께 시간과 자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보의 시대에 지식과 자본을 통해 만들어질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학교를 갓 졸업한 학생들과 제작사를 설립한지 얼마 안 된 관계자들이 상업적인 성공을 목적으로 기획 제작하는 작품을 만들기에는 많은 경험과 정보를 갖고 있는 기존의 제작인력을 따라가기에 모든 부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이 실패를 경험하고 인내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을 이루는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수순을 밟는다.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면 꼭 실패를 경험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한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정해진 공식은 아니다. 기존 정보사회에서 보편적으로 보았던 방식일 뿐이다. 완전한 성공은 아니지만 개념의 시대를 반영하여 성공했던 작품들이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의 등장과 함께 플래시라는 프로그램을 활용하여 기존에 만들어 내지 못했던 인터넷용 애니메이션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었던 작품들이 존재했다. 마시마로가 가장 대표적인 작품이었다. 단편 애니메이션으로 규정짓기도 적합하지 않고 TV시리즈로 규정지을 수도 없는 편수를 갖고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기존에 TV를 통해서만 보여줬던 시리즈가 아닌 한 인터넷이라는 플랫폼을 잘 활용하여 네티즌들의 취향을 정확하게 파악한 작품이었다. 감독의 의도가 일부러 취향을 파악하지는 못했더라도 자신도 모르는 상황에서 분석이 이루어진 것이다. 어찌 보면 자신의 의도는 아니지만 뒤샹이 변기를 예술 작품이라고 주장했듯이 마시마로는 플래시를 기반으로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기존의 애니메이션을 구분 짓던 것을 무너트렸던 것일 수 있다. 네티즌들에게 엄청난 인기를 얻으며 캐릭터 비즈니스를 통해 상업적인 성공까지 거두었다. 하지만 그 당시는 단순히 인터넷을 기반으로 네티즌들에게 호응을 얻는 방식이기에 그 성공이 오래가지 못했다. 지금 다양하게 등장하는 디지털미디어 플랫폼의 기반이 조성되었다면 좀더 다른 상업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정보의 시대에 많은 정보를 소유하지 못한 이들은 기존의 틀을 깨는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통해 자신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획과 제작을 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디지털미디어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 개념의 시대에는 아트와 테크놀러지가 함께 융합하여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그냥 무작정 기존 제작방식만을 따르는 방법만으로는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사회에 진출하는 새로운 인력들이 기존 커리큘럼 안에서 이러한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애니메이션은 디지털 콘텐츠로서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소비자들에게 소비되는데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모르고 있다.
애니메이션 전공 커리큘럼 안에서는 전통적인 방식 안에서 애니메이션을 이해하고 습득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스토리보드, 애니메이션 움직임, 3D 애니메이션, 애니메이션 마케팅, 단편 애니메이션 등을 공부한다.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이지만, 급속히 변화하는 디지털미디어와 관련한 커리큘럼은 상당히 부족하다. 물론 기존 학교의 예산 등의 문제가 있겠지만 이러한 문제는 타 대학 관련 전공과의 연계나 정부기관에서 진행하는 커리큘럼 등과 연계를 통해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도 있다. 지금 애니메이션 현장에서는 매년 쏟아져 나오는 애니메이션 전공자를 장편, TV, 단편 애니메이션의 프로젝트 인력으로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넘쳐나는 애니메이션 전공자들이 어떻게 애니메이션 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를 평소에 갖고 있었다. 그리고 이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은 디지털미디어 환경을 최대한 활용한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니메이션이라는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디어 아트와 같은 방식으로 다수의 모니터를 활용한 애니메이션이던지 아니면 SNS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한 후에 이에 적합한 애니메이션을 기획해야만 하는 것이다. 물론 적은 비용은 필수가 되어야 하고 그 작품이 꼭 장편, TV, 단편으로 구분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디지털미디어의 특징을 분석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장단점을 분석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