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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허깨비를 쫓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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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원고를 부탁하는 연락을 받았을 때, 사실 몇가지 들려오는 소식들에 분노해있는 상태였다. 애니메이션과 관련된 일을 하다보면 누구나 꼭 듣게 되는 단어가 있다. 바로 ‘OSMU’라는 말이다. 그럴듯해 보이는 이 말은 ‘원소스 멀티유즈’의 줄임말로, 문화콘텐츠산업의 핵심적인 키워드처럼 이야기되어지고는 한다. 꽤 멋들어져 보이지만, 쉽게 생각해보면, 적은 비용으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해내겠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명제 그대로이다. 굳이 영어를 쓰면서 말할 새로운 것도 아니다. 그래서 묻고 싶다. 정말 지긋지긋하게 듣는 이 단어의 실체는 무엇이냐고.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끔 안보이는 무언가가 허공을 헤매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네이버 검색란에 ‘OSMU’라고 치면, <해리 포터> 작가 조안 롤링의 사례가 나온다. 가난했던 그녀가 소설로 일약 갑부에 오르게 되는 스토리가 감동적으로 쓰여져 있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생각했다. ‘아, OSMU는 일확천금을 얻어 갑부가 되는 거구나’라고. 언제부터인가 문화콘텐츠 산업은 ‘로또대박’의 꿈과 비슷한 수준이 되어버린게 아닐까? 대박의 꿈은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하룻밤만 있어도 만리장성을 쌓고 있다. 그것은 꿈이지만, 꿈도 아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게, 이 사회에서 뭐 그리 대단한 꿈이겠는가. 누구나 한번쯤 생각하는 흔한 일일 뿐, 아무튼 새롭지 않다.

문화산업이란 용어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아도르노와 호르크하이머가 처음 사용하였다. 그들이 보기에 문화산업이란 문화의 퇴보를 의미하는 말이었으며, 그 산업화 방식이 인간의 소외를 유발시키는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산업이란 말은, 미국을 중심으로 자본주의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통로로 주목받으면서, ‘문화정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에서 부딪히게 되는 현실은, 그들의 우려가 사실이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다. 

유행처럼 떠도는 ‘글로벌’이란 말이 있다. 애니메이션 지원 사업에 ‘글로벌 애니메이션’이란 말조차 등장했다. 한때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도 있었지만, 지금의 ‘글로벌’의 핵심은 한국의 시장은 좁기 때문에, 해외로 나가야한다는 철저히 시장논리에 입각해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한국에서 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타겟이 외국으로 되어 있어, 심지어 더빙조차 영어로 되어 있는 경우를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결국, 한국의 관객들은 시장이 작다는 이유만으로 작품을 향유하고, 즐길 수 있는 과정에서 철저하게 소외된 것이다. 

영화제에서 더 많은 관객을 바라는 것은 누구나 바라마지않는 일이다. 영화제를 지원해주는 사람들만이 원하는 것이 아니다. 감독도, 영화제 스탭도, 심지어 관객들도 더 많은 관객을 진심으로 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영화제에서 OSMU 콘텐츠와 킬러 콘텐츠-먼저 이게 과거형인지, 현재형인지, 미래형인지 묻고 싶지만- 를 상영할 필요가 있는가? 예를 들어 영화제에서 뽀로로나 로보카 폴리를 틀고, 디즈니나 픽사의 신작을 틀어야하는가? 만약 위와 같은 이유만으로 이 작품이 영화제에서 상영된다면, 필자의 대답은 ‘No’다. 영화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콘텐츠들의 쇼케이스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이미 그러한 역할은 기존의 극장과 상업적인 공간에서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오히려 평소 접할 수 없었던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문화적 토양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기반이 되어야 한다. 영화제조차 이러한 역할을 게을리 한다면, 그 사회는 천편일률적인 작품만을 선택의 여지없이 소비하게 됨으로써 문화적으로 퇴보하게 되고 말 것이다. 물론, 그들이 바라마지 않는 새로운 ‘뽀로로’역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문화산업이란 말도 문화 없이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린 지금 너무나 커다란 시험 문제에 주관식으로 답변해야하는 상황이다. 그것은 필자가 어릴적 시험문제로 ‘새로 산 청소기가 고장이 났을 때, 대처하는 가장 소극적인 방법’처럼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를 받아든 것만 같다. 이제, 공중에 날아다니고 있는 허깨비만을쫓기 이전에 모두가 튼튼하게 두 발을 딛고 설 수 있는 튼튼하고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일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한다. 허깨비가 망령으로 바뀌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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