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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립영화도 관객을 만나고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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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독립영화제 개막식에 다녀왔다. '12번의 사회를 보는 동안 검은 머리 청년에서 반백이 됐다'는 권해효씨도, '소통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는 개막작 <거대한 대화>의 박세호 감독도 반가웠지만, 내 눈길을 잡아끈 건 단연 김의석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잘 알려졌다시피, 서울독립영화제는 2년 간 영진위로부터 지원이 끊긴 채 영화제를 치러야 했다. 

개막전에 만난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어느 면에선 비참하고 힘들더라'고 했다. 법적인 검토를 받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영진위 내부의 과도한 평가가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지원 중단에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것이 '창피했다'고도 했다. 사실 돈이란 게 그렇다. 아끼면 아끼는 대로 꾸리고 지탱해나갈 순 있지만 규모의 축소보다 심리적 위축과 스트레스가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겠나. 그러한 위기를 조영각 집행위원장은 '심기일전하면서 후원도 많아졌고, 영화제를 지지하는 흐름을 새롭게 인식하게'됐단다. 지원 중단이란 경제적 타격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았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어떤 단단함이 느껴졌다. 개막식 무대에선 김의석 위원장이 영화제 식구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전한 이유도 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서독제 전후로 독립영화와 안팎의 몇몇 영화인들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때가 때이니만큼 대화의 끝은 2012년 한 해를 돌아보고 결산하는 쪽으로 흘러가기 마련이었다. 그 중 역시나 ''기자정신''을 발동시키는 화두들은 ''지원''과 ''배급환경''이었다. 어느 영화감독은 2008년 장편독립영화를 촬영하던 당시보다 ''지원''을 받기가 몇 배는 힘들어졌다고 토로했다. 그만큼 외적으로 비춰지기로는 독립영화의 개봉 편수가 늘어난 것 같지만 그 수치와는 별개로 현장에서 영화를 만들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신작을 개봉시킨 다른 감독은 독립영화의 배급과 상영환경이 점점 ''게토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멀티플렉스 위주로 상영환경이 돌아가다 보니 작은 영화들은 설 곳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물론 발품을 파는 적극적인 관객들 아니고서는 독립영화를 만날 수조차 없게 됐다는 한탄이었다. 불과 5년 전 수 만 명의 관객들과 행복한 만남을 가졌던 그 감독은 더 열악해진 배급환경에 대한 체감지수가 더 높은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창작과 완성까지와 연결되는 지원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배급환경''이라고 믿는 쪽이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영화제라는 축제의 공간에서 상영되고 마는 것 만큼이나 슬픈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인디스페이스와 인디플러스가 버팀목으로서 자리를 잡고 있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멀티플렉스들의 횡포와 생색내기는 극에 달한 것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민병훈 감독의 <터치> 논란은 곪은 대로 곪은 이 배급환경과 극장상황에 대한 창작자들의 뼈아픈 심정을 대변하는 것일 터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개 부문을 수상하고 선댄스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지슬>의 오멸 감독이 지방 독립영화협회들과 대안상영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새로운 시도라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쩌면 당할 수밖에 없는 멀티플렉스의 횡포를 미리 피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어 서글퍼진다. 그런 점에서 지난 9일 민주통합당에서 발의한 ''피에타법''의 향방에 주목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영화발전 기금으로 저예산 독립예술 상영관의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하고 영화진흥 기본계획에 ''저예산 독립·예술영화의 육성 및 지원''을 포함하도록 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과연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느냐도 관건이지만 ''슈퍼갑''으로 부상한 극장들의 협조가 수반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을 거둘지도 의심이 된다. 

대선이 코앞이다. 이래저래 독립영화인들을 힘들게 했던 현 정권의 유통기한도 만료를 맞았다. 부디 내년엔 이 ''배급환경''에 대해 진지한 논의와 실천적이니 법안을 내놓는 정권이 탄생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피에타법''이 그 출발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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