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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3D입체로 진화하는 세상에 홀로서는 2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

[칼럼]3D입체로 진화하는 세상에 홀로서는 2D 애니메이션의 가능성 대표 이미지

스튜디오 지브리의 신작 <마루밑 아리에띠>는 여전히 미야자키하야오의 영향권 내에서 정교한 2D애니메이션을 고집하는 우직한 도제식 제작시스템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모두가 3D 디지털애니메이션을 넘어, 입체애니메이션으로의 진화를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2D 애니메이션의 표현영역을 고집하는 스튜디오 지브리의 의식적 지향점은 과연 어떠한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추구하고 있는 것인가? 

스튜디오 지브리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의 도제식 애니메이션 제작시스템은 기존 마니아층을 넘어서는 오타쿠의 역동적인 제작승계 노하우에 그 기반을 둔다. 특히, 10대에서부터 거장들의 애니메이션 제작노하우를 접하고, 그러한 제작방식을 철저하게 승계해온 오타쿠 제작집단은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적 목적성에 가장 솔직하게 기대는 방식을 고집한다. 

애니메이션은 초사실주의, 즉 실존하지 않는 현실을 마치 더 실재하는 것처럼 그려내는 수퍼리얼리즘(super-realism)의 핵심적 영상예술이다. 그러다보니,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영상은 과장되고 왜곡되기 마련이다. 시간과 공간이 불규칙적으로 변형되고, 캐릭터의 사실감이 애니메이션에서 표현하는 속도감, 입체감, 원근감에 의해 부분적으로 무시된다. 실제, 실사영화에서도 이러한 상상력의 변형은 애니메이션 제작방식에 기반한 특수효과영상으로 구현된다. 그러나, <마루밑 아리에띠>와 같은 스토리텔링을 실사영화로 구현하는 방식과 애니메이션, 그것도 2D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는 방식의 결과론적인 차이점은 무엇일까?

스튜디오 지브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정답을 정교하게 내린다. 상상력의 스펙트럼이 캐릭터의 실재감을 무시하게 되면, 실사영화에서의 리얼리티도 인위적인 가공력을 관객에게 수동적으로 보여주게 된다. 과도한 화면연출과 특수효과 및 블루스크린의 정해진 공식은 이미 선험적으로 기계적 화면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일상화된 표현영역내에 일반화시켜 버린다. 그러나 관객은 정해진 틀의 마술쇼를 보고 동일한 방식으로 놀래주는 형식에 이미 반복적으로 노출되어 있다. 그래서 실재하지 않는 현실의 초사실적 표현에 대해서는 공간과 시간의 일관성내에서 차별화된 리얼리티를 소원하게 된다. 이미 믿기지 않은 인식의 과정을 편하게 인지하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비현실적 공간의 환타지를 쉽게 개인화할 수 있는 일관된 영상의 지속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스튜디오 지브리가 고집하는 2D애니메이션의 환상성은 동화의 신화적 미학을 일관된 초사실주의로 솔직하게 그려낸다. 10cm밖에 되지 않는 소인국의 일상과 그들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평범한 인간들의 일상은 특수효과나 블루스크린이 아닌 2D애니메이션의 환타지에 동등하게 용해되고, 그들 간의 소통방식도 충분히 일상화될 수 있다는 논리적 연계를 관객이 동의하게 만들어버린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초속 5cm’와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에서는 3D애니메이션의 실재감을 넘어서는 2D애니메이션의 폭발적인 정서적 입체감이 관객을 집중시킨다. 실재 저녁노을보다 훨씬 진하고 깊으며 오래가는 붉은 2D색감의 지평선은 작품이 이야기하는 주인공의 그리움과 애절한 사랑을 영상을 넘어 전달한다. 늦은 오후 텅빈 교교실의 깊은 구석까지 파고드는 희미한 태양의 그림자로 2D애니메이션은 3D가 잊고 살던 숨겨진 아픔을 아무렇지도 않게 드러낸다. 그러한 차별화에 관객은 환호한다. 

애니메이션이라는 표현장르가 갖는 특징은 인위적으로 만드는 움직임의 환상성이다. 2D애니메이션은 여전히 그러한 환타지를 표현해 낼 수 있는 감각적 기재를 충분히 내재한다. 다만, 급속하게 진화되는 3D애니메이션의 기술력에 매 순간 놀라고 있는 우리들만이 그러한 기재의 존재감을 스스로 무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고 챙겨야 할 때이다. 특히, 2D의 환타지를 일상화시키기 위한 솔직함은 철저한 현상의 관찰과 미세한 표현의 일관됨을 즐겨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여전히 2D애니메이션의 진중함은 의미가 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이라는 장르가 실존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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