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독립영화 전국 40개도시 40개관 동시大개봉
이제는 독립영화도 극장개봉이 낯설지 않은 시대가 되었다. 그래서 극장개봉한 독립영화가 관객 만명을 넘기면 일명 ‘조영각 파티’라고 불리는 만명돌파기념 축하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극장개봉 초창기 시절이나 지금이나 만명파티는 참으로 열리기 어렵다. 개봉 다음날부터 띠상영에 들어가는가하면 하루 두 번 상영있는데 그 두 번이 아침 8시와 밤 12시인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니 관객들은 보고 싶은 독립영화, 극장에서 개봉해 기쁘긴 하지만 봄소풍 보물찾기하듯 상영시간표를 뒤질 수밖에 없다. 이래선 개봉이라고 할수 없지 않나?
‘극장에서 개봉까지 하면서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고 하면 할말은 없지만 그게 또 딱히 ‘배부른 소리’가 아니어서 가만히 듣고있기는 또 좀 그렇다.
2,500개가 넘는 숫자의 스크린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영화산업인데 개봉하는 장편독립영화에게는 10개 안팍의 스크린만 주어진다. 그 10개 안팍의 스크린도 대부분이 예술영화전용관이다. 가끔 두어개의 멀티플렉스 극장들의 스크린이 포함될때도 있지만 그건 해당 프랜차이즈가 예술독립영화를 지원하겠다면 만들어서 운영하는 스크린이다. 혹자는 대형프랜차이즈 극장들의 이 예술독립영화 전용관 사업을 ‘생색내기’사업이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이정도면 사실 생색도 안난다.
이 대형 프랜차이즈 극장들은 제작비 비싼 영화들에게만 친절한 극장들같다. 내가 극장사장님들 마음까지야 알수 없겠으나 지금의 현실을 바탕으로 보자면 이 사장님들께서는 마케팅비 많이 써서 극장으로 관객들을 많이 유인해줄 영화들만 사랑하는게 확실하다. 그래서 독립영화나 작은영화들에는 눈돌릴 틈이 없으신게 확실하다. 그렇다고 이런 사장님들 마음까지 욕하고 싶지는 않다. 사장님들도 돈버셔야 할테니까. 그런데 돈 벌때는 벌더라도 다양하게 좀 버시라는거다. 생색다운 생색도 내시면서 버시라는거고, 같이좀 벌자는거고. 좀 있어보이게 표현하자면 ‘문화예술의 대표주자인 영화관련 사업을 하시는 거니까 대중들의 영화에 대한 다양한 문화향수권에도 조금은 관심을 보여달라’는 거다. 사장님들 눈에는 돈이 안될거 같은 영화도 혹시 모르는거 아닌가. 다시없을 멋진 기록행진을 보이며 이런 사장님들의 영화보는 예리한 안목에 카운터펀치를 날려줬던 <워낭소리>도 처음엔 6개관으로 시작했다. 자꾸 이러시면 정말 ‘경험까지 해봐도 배우는게 없는 사장님’이 되시는거다.
염치도 없이 독립영화에 스크린 수백개씩 내달라는거 아니다. 독립영화에 한 두 개관만을 내어주더라도 ‘생색나게’ 내어달라는 거다. 최소한 그 영화를 보고싶은 관객들에게는 접근기회가 보장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사장님들께서 ‘모르는 소리 하고 있다’라고 핀잔을 주시면 뭐, 하는 수 없다. 계속 모르는 소리 하는수 밖에. 이미 몇몇 극장에 불과하지만 영화산업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훌륭한 역할을 해내고 있는 멋진 곳들이 분명히 있으니 난 모르는 소리를 하고 있는게 아니지만 내가 그 극장들 직원으로 입사할 것도 아니니 그분들 듣기에는 계속 모르는 소리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한가지. 극장사장님들께도 참 미안한게 그분들 잘못만은 아니지않나싶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와 관객들이 더 넓은 광장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앞장서서 찾아내야 하는 영화진흥위원회는 뒷짐만 지고 있기 때문이다. 독립영화전용관만 해도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딱 하나 있던 독립영화전용관이 지금 어떻게 되었나? 사실 꼴랑 하나 지어놓은 전용관에 큰 기대는 안한다. 그건 상징적인거다. ‘이런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리고 ‘2호관, 3호관 계속 확대해가야 한다’는 상징인거다. 그런데 그 상징적인 ‘한 개관’도 제대로 운영을 못하고 있으니 이걸 어찌해야 하나. 읍면동마다 하나씩 지어달라는것도 아닌데 참 답답하기만 하다.
난 강릉씨네마떼끄에서 일하는 ‘상영활동가’다. 내 꿈은 독립영화가 전국의 40개 도시 40개관에서 동시개봉하는 것이다. 왜 40개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유는 없다. 어차피 10개든 20개든 그런 숫자의 도시에서 그런 숫자의 극장으로 개봉한적 없으니 말이다. 왜 많은 숫자의 지역과 개봉관숫자에 집착하느냐고 묻는다해도 딱히 할말은 없다. 영화가 만들어지고, 관객과 만나고, 피드백되고 그러는건 산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모두 ‘득’이 되는 당연한 일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는 극장사장님들의 ‘호의’에만 무작정 기댈 수도 없고, 다양한 영화들의 진흥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진흥위원회의 ‘의무’에도 기댈 수가 없는 형편이니 이놈의 40개도시 40개관 동시개봉은 언제쯤 가능한걸까?
다음주면
이 글을 쓰는 동안 고 최고은 감독의 비보를 접했다. 지병과 생활고라고 했지만 그 뿐이었을까? 스스로의 비젼이 없이 돈의 흐름만 ?는 영화산업이라면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도,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도 전염시킬 비젼이 없는거다. 가뜩이나 일한만큼 받아가지 못하는 영화산업현장이 영화인들에게 주어야할건 정당한 임금만이 아니다. 미래에 대한 가능성도 주어야 한다. 영화를 만들고, 개봉하면 하루 다섯 번씩은 관객을 만날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도 그중 하나 아닐까? 고 최고은 감독의 명복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