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독립영화 소셜 네트워크
1년 전쯤 스마트폰을 구매하고 난 뒤 자연스럽게 트위터를 하게 됐다. 싸이월드 류의 추억 나누기쯤의 수다스러운 공간으로 여겨졌던 이곳이 생각보다 굉장히 공적인 장이 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려운 시국에 관한, 혹은 누군가 얘기하지 않으면 그대로 잊힐 많은 이슈가 트위터를 통해 전달되는 걸 지켜보면서 매 순간 다양한 생각에 사로잡힌다. 데이빗 핀처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핀처는 저커버그가 그 거대한 소셜 네트워크 왕국을 만들었던 이유는 궁극적으로 어떤 ‘고립감’에서 촉발된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소통에의 욕망보다는 정확히 핀처가 영화에서 지적한 대로 집단에 속하고 싶은 욕망에 가까울 것이다. 우리는 사실 페이스북 이전에 싸이월드나 아이러브스쿨에서 일찍이 이런 방식의 네트워크를 경험했다. 트위터는 앞에서 열거한 네트워크들보다는 좀 더 루즈한 형태의 의견 교환들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팔로어들은 자신이 팔로잉하는 이들에게 묶여 있다기보다는 그들이 내뱉는 언술이나 정보에 좀 더 관심이 있다. 트위터는 구속력이나 소속감이 비교적 약한 대신 소통에 대한 욕망으로 이루어진 매체다. 정보의 오류에서 오는 각종 폐해가 판을 치는 공간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대개는 그 의견의 교환이라는 것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입씨름에 그치고 말지라도, 의견과 의견이 서로 충돌과 공감을 반복하는 이러한 방식은 분명히 생산적인 측면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게다가 주된 글과 댓글 사이의 위계가 이만큼 적은 매체도 드물 것이다.
<혜화, 동>의 민용근 감독이 영화의 개봉 전후에 올린 트위터에는 자신의 영화를 가지고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겨 있다. 감독은 각종 상영회 자리에 나아가 자신의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서서 개봉관에서도 자신의 영화를 본 관객이 열 명 이상 모여 그를 초청하면 기꺼이 관객과 대화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는 영화에 대한 새로운 방식의 홍보 수단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방식의 홍보는 상업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 다시 말해 영화 그 자체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다른 수단들로 이루어진 상업 영화의 홍보 체계에서는 다소 불가능한 방식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상업 영화와 독립 영화를 가르는 잣대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지만, 일단 독립 영화의 정체성은 무엇보다도 상업적 의지에 앞서는 소통에의 열망에 있다. 영화를 통해 무언가를 말하고자 하고, 그 말 하고자 하는 것을 관객들과 기꺼이 나누려는 정신이 한국의 독립영화에는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방식이 점점 개인화되어가고 있는 최근의 경향에 대해 의구심이 들고 있다. 영화는 태생적으로 공동체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매체다. 영화학이나 영화사에서 극장이나 관객의 존재에 대한 연구가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지대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극장 관람은 스크린에 펼쳐지는 이미지와 소통하는 동시에 그 공간 안에 있는 관객들과 동시적인 감정을 나누는 행위이며, 이는 영화를 보는 방식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리고 관객과의 대화는 이러한 동시적인 경험을 공유하려는 열망에서 비롯된 능동적인 행위일 것이다. 소규모 독립영화들이 상업 영화들보다 상대적으로 이러한 방식의 소통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상업적 욕망이 채워줄 수 없는 욕구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관객들이 소규모 영화, 독립 영화, 혹은 예술 영화에 흥미를 갖는 것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자기 안에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자아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다. 좋은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정해진 결론이 아닌 어떤 의문들을 안겨주는 영화라고 믿는다. 관객을 수다스럽게 만드는 영화, 그리고 창작자에 대해 호기심을 갖게 하는 영화는 생명력을 가진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개봉을 앞두고 있거나 개봉한 독립영화들에 대한 경험의 리트윗들을 보는 것은 즐겁다. 보다 많은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관람하고, 단선적인 호불호 이상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보다 넓어지기를, 누구나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독립영화 소셜 네트워크가 형성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