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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기괴한 애니메이션

[칼럼]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 기괴한 애니메이션 대표 이미지

나는 기괴함에 대한 생각이 그것의 더욱 초현실주의적인 표명과 마찬가지로 애니메이션의 모든 예술에 중심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라고 미디어학자 폴 웰스는 말했다. 아니, 애니메이션이 기괴한 것이라니? 우리는 웰스의 이런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웰스의 말을 처음 접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그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쉽게 동의하기는 어렵다. 이에 대한 반응에는 여러 갈래가 있겠지만 대체로 전면적인 거부로 모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적으로 ‘아이들에게는 동심과 환상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잃어버린 동심을 찾아주고 향수를 자극하는 만화영화’로 통용되기도 하는 애니메이션의 매력은 기괴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친숙함’에 그 근거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웰스가 애니메이션의 본질적 요소로 기괴함을 꼽는 저의는 무엇일까. 
물론 위와 같은 반응과는 다르게 웰스의 주장을 조금 다른 측면에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문자 그대로 그로테스크하고 기괴한 애니메이션들, 예를 들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나 얀 슈반크마이에르의 작품들에서처럼 소재나 이미지가 던져주는 인상적인 ‘낯섦’을 떠올릴 때에는, 모든 애니메이션의 영역에서는 아니지만 일부 작품들에 한정시켜 그의 의견에 동의할 수도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위에서 예로 든, 하나의 의견에 대한 서로 다른 두 가지의 반응은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이들의 반응이 애니메이션에 대한 표면적이고 단편적인 인상이나 개인적인 감정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웰스는 이와는 다르게 애니메이션을 매체적 측면에서 바라본다.

그렇다면 애니메이션의 매체적 특징은 무엇일까. 다른 시각장르와 변별되는 애니메이션만이 지니고 있는 매체적 특징은 크게 두 가지로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애니메이션이 프레임 단위로 구성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일정부분 실사영화의 제작원리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사영화가 하나의 움직이는 실제 대상을 카메라 앞에 두고 어느 정도 일정한 시간 동안 촬영된 장면이 프레임의 중첩들로 구성되는 것임에 반해서, 애니메이션은 개별적인 프레임 하나하나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애니메이터는 운동하는 대상을 촬영하는 것이 아니라 정적인 대상이나 사물 혹은 움직일 가능성이 없는 2차원적인 이미지를 개별적인 프레임에 새겨 넣는다.
두 번째 특징은 첫 번째 특징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이미 내포하고 있던 것으로서, 애니메이션에서 이미지의 운동은 사후에 구축된다는 것이다. 실사영화는 촬영하는 순간 이미 거기에 운동하고 있는 대상이 존재하고 있다. 촬영 이후에 스크린에서 영사되는 영화가 운동의 지속을 완벽히 재현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영화가 선행된 운동을 사진상으로 기록한다는 점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실사영화와는 다르게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운동은 존재하고 있지 않는다. 셀, 점토, 나무, 모래 등 제작방식에 따라 사용되는 물질적 소재들은 다양하지만, 그것들은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사물이다. 생명이 없는 대상들이 움직임을 얻는 순간은 오로지 애니메이션이 영사될 때뿐이다. 더 나아가 손이나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해 그려서 완성된 애니메이션의 경우엔 대상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위에서 살펴본 애니메이션의 매체적 특징을 바탕으로 웰스의 주장을 다시 생각해보자. 애니메이션은 생명을 잃고 움직일 가망성이 없는 혹은 거기에 애초부터 존재하고 있지도 않은 사물들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작업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기괴함이 생겨난다. 움직이지 않는 나무, 점토, 모래, 그림 등 우리에게 ‘친숙한’ 사물들이 운동을 하면서 ‘낯설게’ 느껴질 때, 반대로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고 있던 ‘낯선’ 것들이 ‘친숙한’ 인간의 움직임을 모방할 때 기괴함이 발생한다. 마치 부두교의 흑마술에 의해 살아 움직이는 시체들의 기괴함처럼.
바쟁은 사진적 영상의 존재론을 밝히는 글에서 조형예술은 시체의 방부보존 관습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을 변형시켜 애니메이션을 다음과 같이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려라 그리고 영사해라, 그러면 죽어 있는 것들이 기괴함을 내뿜으며 움직일 것이다. 애니메이션의 어원 그대로 anima(생명체) + animatus(살아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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