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우리 극장용 애니메이션, 죽었니 살았니?
봄이 되면서 극장가도 다양한 영화들로 북적대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둘러보니 가정의 달과 여름시즌을 겨냥해 해외 블록버스터 애니메이션들이 즐비하게 대기 중이다. 반갑다! 하지만 동시에 슬프다. 왜? 우리 애니메이션이 없다.
우리의 극장용 작품의 가뭄현상은 근래 반짝 생긴 일은 아니다. 2000년을 넘기면서 점점 심화되어왔다. 관객이야 우리 것이건 해외 것이건 별 문제 없겠지만 애니메이션 종사자나 관계자에겐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먹고 사는 문제를 떠나 우리 애니메이션의 명맥이 끊기느냐 마느냐의 문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극장용 애니메이션들은 왜 꽁꽁 숨어버린 걸까? 답부터 말하면, 투자가 잘 되지 않아 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톡 까놓고, 돈이 안 되니 만들려 하지 않는다. 아는 사람이면 이 어찌 어제오늘 일이냐고 되묻을 수 있다. 물론 과거 몇몇 대작들이 투자자의 뒤통수를 때린 역사를 지울 순 없다. 개봉 족족 흥행에 참패하는 징크스 아닌 징크스도 잊을 순 없다. 하지만 디지털 분야의 급속한 발달로 영상산업이 어느 때보다 활성화해 시장도 엄청나게 커져가는 요즘 상황을 고려하면, 이렇게 씨가 말라버린 상태를 어찌 얘기해야 될 지 참으로 난감하다.
2000년부터 2007년까지 국산 극장용 작품은 연간 3편 정도씩 개봉되다가 2008년 들어 2편으로 줄었고 2009년과 2010년엔 고작 1편씩에 그쳤다. 2009년 <오디션> 등은 어느 극장에 걸린 지도 모르게 간판이 빨리 내려지는 비운을 겪기도 했다. 오랜 시행착오를 거치며 공들여 제작한 <소중한 날의 꿈>은 2010년 부산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음에도 곧바로 개봉관을 잡지 못하고 올해 6월 겨우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떤 이들은 <뽀로로> 등 TV 작품이 큰 인기고 높은 수익을 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들 한다. 또 해외 여러 나라들과 공동으로 많이 제작을 하고 있으니 사업은 잘된다는 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TV용에 비해 문화적 무게감과 파급적이 훨씬 크고 넓은 극장용 애니메이션은 다르게 취급되어야 마땅하다.
우리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수많은 애니메이션들을 보고 자랐다. 하지만 우리 곁에 오랫동안 자리하며 함께 숨 쉬고 있는 우리의 애니메이션은 과연 있는 걸까? 또 우리의 애니메이션으로 인해 향유하는 문화는 과연 있는 걸까? 냉철히 따지면 없다. 그냥 어른이 아이의 코 묻는 돈을 뺏는 장삿속 애니메이션 문화만 유지되고 있을 뿐이다. 목을 매고 기다려지는 진정한 애니메이션 문화는 없다. 있으면 해피하고 없어도 상관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뭐, 장삿속이라도 있으니 다행이라면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장사도 문화가 있으면 더 잘되는 법! 가까운 일본이 지브리란 하나의 문화를 일구고 미국의 디즈니 이상으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 부럽기 그지없다. 바로 이런 문화는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부터 시작된다. 디즈니고 지브리고 그들이 극장용 애니메이션에 주력하는 점이 잘 시사해준다. 2D도 좋고 3D도 좋다. 소작도 좋고 대작도 좋다. 일반용도 좋고 마니아용도 좋다. 개인이건 집단이건 말만 하지 말고 우리도 어떻게든 발동을 걸어야 한다!(개인적으론 곧 개봉 예정인 <소중한 날의 꿈>, <마당을 나온 암탉>을 기대해본다.)
중국의 황량한 모래사막에 묘목을 심어 거대한 숲을 일구는 한 여인의 이야기도 있지 않은가? 지금은 매서운 날씨로 척박할 땅일지라도 씨앗을 심고 작은 싹을 띄어보도록 애써보자. 그러면 그 싹이 훗날 우리 극장용 애니메이션계, 더불어 애니메이션 문화이란 푸른 숲의 시작이었다고 회고할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