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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립영화 촬영현장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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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오기 직전, 김선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자가당착:시대정신과 현실참여>의 에필로그 촬영을 도와달라고 했다. 김선 감독은 주말을 이용해 청계천과 4대강 공사장 인근에서 촬영할 참이라면서 카메라를 대신 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카메라 한번 만져본 적 없는데, 이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 알고 보니 김선 감독이 ‘손’이 모자란 건 아니었다. 촬영하다 기자재를 압수당할지 모른다, 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있으면 함부로 뺐지 못할 것 아니냐. 김선 감독의 생각은 그러했다. 

돕고 싶었으나 방법이 좀 마음에 걸렸다. 취재를 하지 않는데, 기자라고 무작정 우길 순 없었다. 그래서 역제안을 했다. 동영상 취재기자를 대동해서 현장에 가겠다. 나중에 촬영한 소스를 주면 되지 않느냐. 운 좋게도(?) 김선 감독과 몇 번 연락을 나누는 동안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반대 여론이 점화했다. <씨네21> 내부에서도 4대강 관련 독립영화들을 묶어 취재해보자는 의견이 나왔고, 이는 실제 특집 기사 취재로 이어졌다.

이틀 동안 촬영현장에서 벌어진 웃어넘기기 쉽지 않은 상황들에 대해선 잡지에 미주알고주알 썼으니 다시 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다만 취재수첩을 들고 있기도 뭣할 정도로 급박했던 6월의 어느 주말에 대한 기억은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한국수자원공사 직원들과 경찰들, 그리고 선관위까지 원치않게 엑스트라로 총출동한 진기한 풍경을 또 언제 볼 수 있을 것인가. 돌이켜 보면, 잔상이 꽤 오래 남아있는 현장들은 대개 독립영화가 선사한 선물이었다.

영화 촬영 현장을 지켜보는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다큐멘터리 <우리학교>의 배경이었던 ‘혹가이도조선초중고급학교’를 방문했던 몇 년 전을 떠올리곤 한다. 김명준 감독, 고영재 프로듀서와 함께 우리학교를 찾았다가 헹가래 인사까지 해주던 아이들의 웃음을 잊을수가 없다. “우리학교에 다시 또 놀러오세요!”한국으로 돌아오는 날, 한 꼬마아이가 3층 교실에서 던진 쪽지는 지금도 고이 갖고 있다. 글 쓰는 일이 지겨울 때면, 지금도 꾹꾹 눌러쓴 짧은 편지를 꺼내보곤 한다. 

마을 사람들이 농기구 제쳐두고 대본과 콘티를 달달 외던 이지상 감독의 <몽실언니>, 지리산 자락에 숨겨진 이현상 비트에 올라 절부터 하고 취재를 시작했던 조성봉 감독의 <진달래 산천>도 빼놓을 수 없는 귀한 경험들이다. 정해진 날짜에, 1백 명이 넘는 대규모 취재진을 불러, 이벤트 식의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상업영화에선 맛볼 수도 기대할 수도 없는 쾌감이다. 게다가 요즘 들어 상업영화는 마케팅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로 점점 현장 공개를 꺼려하는 상황이다. 

독립영화 촬영현장의 매력은 숨기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본 대로 쓰고, 들은 대로 쓰면 된다. 발로 쓴 기사가 머리로 짜낸 기사보다 더 낫다고 흔히 말한다. 독립영화 현장에 가면 굳이 머리를 쓸 필요 없다. 발만 열심히 구르면 된다. 이 영화를 어떻게 포장해야 한다는 마케팅 컨셉에 따라 기자들까지 움직이는 상업영화의 전략과는 판이하다. 정해진 동선이 없기에, 굳은 더듬이도 조금은 더 놀릴 수 있는 듯 하다. 게으른 기자인 내가 독립영화 현장을 편애하는 이유다.

이 글을 쓴 직후 <땅의 여자>들을 직접 만나러 창녕에 간다. 설레고, 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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