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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애니메이션 테라피의 가능성

[칼럼]애니메이션 테라피의 가능성 대표 이미지

몇 년 전, 정말 우연한 기회로 애니메이션 테라피의 활용 가능성에 대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예술치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고, 색채심리치료와 미술치료에 대한 본격적인 공부도 시작하게 되었다. 국내에서 예술치료가 본격화된 것은 십여 년 전 부터이며 개인의 심리나 정서적 문제를 치유하기 위한 보조적 방법으로 활용되어 왔다. 국내에 비해 훨씬 오래전부터 예술치료를 시작해 온 외국의 경우는 한 단계 더 나아가 뉴미디어 환경에 발맞춰 애니메이션의 장르적 특성을 활용한 온라인 프로그램 개발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추세이다. 

현재 미술, 음악, 연극, 무용, 글쓰기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서 각 장르의 특성에 따라 예술치료 기법들이 연구되고 실제로 활발히 시도되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치료분야는 아직 우리에게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다른 예술치료에 비해 그 시작이 늦은 이유도 있겠지만, 애니메이션은 어린이 관객 취향의 오락적 기능만 강조된 만화영화라는 인식이 오랫동안 지배적이었던 까닭에 예술치료에 대한 접근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은 영화치료와 함께 영상을 심리치료에 도움이 되는 보조물로 사용하여 목적에 맞는 애니메이션을 감상함으로써 정서적 긴장완화와 안정을 유도한다거나 다른 예술치료와 마찬가지로 창작의 과정을 통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객관적으로 이해함으로써 치유를 돕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오늘날 애니메이션 형식은 기존의 극장 상영이나 영화제에서나 만나 볼 수 있었던 극히 제한된 채널에서 벗어나 지식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로써,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이 갖는 매체적 강점으로 타자와의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그들의 감정과 정서를 이해하는 매개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도구로써 그 기능의 확장성을 보여주며 가장 대표적인 시각 영상 장르 중 하나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매체가 갖는 가장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바로 인간의 감정표현을 비롯한 심리적 묘사뿐만 아니라 난해한 내용이나 복잡한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와 사운드를 이용해 쉽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제작 방식에 따라 형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표현 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예술분야 보다 훨씬 자유롭게 무한한 세계를 창조하고 표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의 자유로운 변형과 시공간을 초월한 무한한 상상력의 요소는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들에게 매력적인 요인으로 다가와 애니메이션을 치료의 요법으로 사용하는데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09년 겨울,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최된 국제컨퍼런스 교육프로그램에서 애니메이션 테라피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를 발표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영상 샘플로 마이클 두덕 드 비트의 단편 애니메이션 <아버지와 딸 Father and Daughter>을 꼭 보여주고 싶어 감독에게 간략한 발표 내용과 함께 영상을 상영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요청 메일을 보냈다.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받았던 뭉클한 감동과 카타르시스가 분명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정서적 울림으로 다가갈 것 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감독으로부터 재밌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실제로 정신과 의사나 심리치료사들이 ‘사별’, ‘이별’ 등을 경험한 내담자의 심리치료를 위한 보조적인 방법으로 그의 애니메이션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며, 지금도 비슷한 내용의 요청 메일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감독이 작품을 제작 할 당시, 분명 치유를 목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기존에 제작된 다양한 애니메이션들 중 전문가에 의해 목적에 맞게 선정된 작품들이 심리치료와 함께 적절하게 사용되어 보다 효과적인 치료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애니메이션이 갖는 새로운 기능에 대한 발견이요 확장의 가능성인 것이다. 

최근 들어 애니메이션의 영상유희와 치유적 기능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기존 예술치료의 장점과 함께 동적 영상의 특성을 활용한 프로그램 연구 개발이 활발해지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아있다. 기존의 다른 예술치료처럼 정식 과목으로 인정받은 것도 아니요 학회가 설립되어 단단한 밑바탕이 세워진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니메이션을 그저 단순히 ‘보는’ 감상의 차원에서 벗어나 이제는 ‘치유적 기능’을 갖는 모델로써 고려하는 연구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면서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창작자 자체 변화의 필요성이다. 이제부터라도 보다 많은 창작자들이 애니메이션이 ‘매체’로써 갖는 긍정적인 힘에 주목하여 작품 창작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의 ‘기능성’을 제대로 활용하여 애니메이션 테라피와 같은 새로운 응용분야로 확장해 나가면서 그 가능성을 계속 실험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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