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삼작삼색(三作三色)

[칼럼]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삼작삼색(三作三色) 대표 이미지

올해는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새로 쓴 한해로 기억될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평가의 대부분은 관객 수 200만을 넘기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과 업계의 관심을 받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얻은 성과이리라. 그러나 이외에 우리는 다른 두 작품도 함께 주목해야한다. <소중한 날의 꿈>, 그리고 <돼지의 왕>이 그것이다. 물론 이외에도 상업적인 작품들이 많이 있겠지만 굳이 내가 이 3편에 주목한 것은 다름 아닌 장편의 형식에 각기 다른 목적과 성향을 가지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암담한 현실을 뛰어넘고자 고군분투한 대표적인 작품으로 꼽고 싶기 때문이다. 여기에 세 작품이 다 감독들의 풋풋한 첫 번째 장편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는 것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 세 개의 작품을 들여다보면 나름 각자의 방식으로 한국사회에 던진 화두이자 애니메이션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이다. 

우선 첫 번째 작품의 <마당을 나온 암탉>의 오성윤 감독은 그리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 감독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이 첫 번째 데뷔작이기도하고 그전까지는 ‘서울무비’의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오랜 시간 잔뼈가 굵어온 경우로 이후 창작애니메이션제작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오돌또기에 참여하지만 이 역시 준비되지 않은 꿈을 현실로 만드는데 있어서는 명확한 한계를 노정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다. 그 작품이 바로 <마당을 나온 암탉>이다. 그가 대담 프로그램에서 밝혔듯이 성공사례가 없는 한국애니메이션계의 암담한 상황 속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기위해 만든 작품으로 기획 단계부터 철저히 이를 관철하고자 했던 점이다. 그래서 이미 검증된 창작동화를 선택하였고 이를 애니메이션에 맞게 각색하여 재구성하였다. 물론 원작의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그대로 남기고 애니메이션적 연출이 강조된 씬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여기에 완성도 있는 서정적 배경과 애니메이션연출력을 닦아온 오돌또기의 노하우가 명필름과의 인연으로 연결되었고 제작지원과 투자를 순조롭게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롯데시네마와의 배급이 이루어지기까지 다소 어려운 과정이 있었지만 가장 완벽한 파트너의 구축으로 안정적으로 제작이 진행되었고 상영이후 젊은 엄마들의 입소문까지 보태져 대박을 터트린 사례이다. 

마당을 나온 암탉

두 번째 작품은 ‘연필로 명상하기’의 한혜진, 안재훈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이 가지는 조금 다른 방향성과 성격을 살펴보고자 한다. 애니메이션 현장 출신으로 OEM제작사에서 창작애니메이션으로 거쳐 온 몇 안 되는 현역 감독인 두 감독은 몇 편의 단편을 제작하면서 장편의 꿈을 키워오다 <소중한 날의 꿈>을 기획하게 된다. 기획 단계부터 치면 제작기간이 무려 10여년이나 걸린 작품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에 비해 매우 열악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제작이 이루어졌는데 이는 초기 기획단계에서 제작투자를 받기 어려운 구조였기 때문이다. 즉, 창작 시나리오를 고집해온 ‘연필로 명상하기’의 행보가 가져다준 당연한 결과 일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투자대신에 힘든 상업적인 외주제작을 병행하며 틈틈이 작업을 진행하여 한발씩 내딛는 방식을 택하다보니 기간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투자가 원활하지 못하면서 결국 배급 또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고 메이저급의 배급라인이 커버하지 못하면서 몇 개 안되는 극장에서 조차 건너뛰기 상영이나 평일 낮 시간 상영, 조기 종영하는 상황에서 흥행은 꿈도 못 꿔보는 안타까운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에서는 희귀한 청춘학원물로 참신함과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를 앞세웠지만 그 시대의 순수함과 낭만적인 청춘물이 가지는 현실은 오늘 한국사회에서 비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딜레마랄까? 그 이상의 관심을 가져주기엔 버거운 현실의 벽을 실감한 경우이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삼작삼색(三作三色)

세 번째 작품은 ‘다다쇼’의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이다. 연상호 감독은 단편 <지옥>으로 데뷔 초기부터 마니아들에게 관심을 끌면서 잔혹스릴러의 장르를 독자적으로 개척해 나간다. 이후 콘텐츠진흥원의 애니메이션제작소 지원사업을 통해 최규석 작가의 만화원작을 중편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사랑은 단백질>을 완성도 있게 뽑아내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장편을 준비하게 되는데 장편애니메이션의 막막한 제작현실에 직면한 이후 실사영화 시나리오작업을 하며 틈틈이 그려낸 배경과 스토리보드가 밑거름이 되어 실사영화가 막바지에 엎어지면서 오히려 아이러니하게 <돼지의 왕>제작을 혼자서도 가능하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되고, 궁극적으로 결실을 맺게 하는데 큰 계기가 된다. 초저예산의 민간 및 지자체지원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는 1년도 안 되는 국내 최대의 짧은 제작기간으로 다시 한 번 주변을 놀라게 했을 뿐 아니라 작품의 내용과 연출에 있어서도 기존 한국 애니메이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의 리얼리티와 정치적 성향을 노골적으로 가진 주인공들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이 덕분에 정부지원에는 다소 손해를 봤지만 저렴한 제작비용 덕에 손익분기점이 매우 낮아 <마당을 나온 암탉>의 30분의 1정도 관객이 들어도 손해 안보는 장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삼작삼색(三作三色)

<돼지의 왕>은 아마도 앞의 두 작품에 비해 가장 영화적인 연출이 강했던 작품으로 감독이 실사영화에 대한 원천적이고 현실적 힘을 동경한 흔적이 엿보인 반면, <소중한 날의 꿈>은 고전적이리만치 애니메이션 표현스타일에서 정통성을 강하게 느끼게 하는데 이는 기본기가 탄탄하면서 기술적인 완성도와 스토리의 매끄러운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두 작품과 비교해 <마당을 나온 암탉>은 그동안 한국 애니메이션에 없었던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는데 바로 가족용 애니메이션으로써의 모범적인 면모였다. 디즈니와 픽사, 또는 일본의 지브리류의 스토리와 비주얼적인 면에서 완성도 있으며 재미있고 훌륭한 애니메이션이 국산토종애니메이션에서는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불식시키는데 커다란 전환점이 되었고 역대 최고의 흥행을 통한 수익적인 매력 또한 투자사들을 다시 애니메이션장르로 끌어들이는데 큰 목을 하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이 <원더풀데이즈>로 대표되는 상업적인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의 관객과 시장에 진 빚을 갚는데 이바지 했다면 <소중한 날의 꿈>은 애니메이션의 관객층의 연령대를 끌어올리고 확장하는 어려운 도전을 홀로 버텨오며 해냈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는 <마리이야기> 이후 아직도 답보적인 작가주의와 대중예술로써의 애매한 중간지점에 머물며 방황하는 사춘기를 보내는 듯하다. 

그러나 <돼지의 왕>은 달랐다. 기존 한국 장편애니메이션의 계보에도 존재하지 않는 미답의 길을 개척하는데 솔직하고 당당 했으며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으며 빚을 지지 않고 온전히 자기 힘으로 만들어낸 작품인 것이다. 장편을 제작하고 성공하기 위한 여러 조건과 경험을 알고 있었지만 해당사항이 없었다고 할까? 처음부터 끝까지 새로운 룰을 세우고 작가적 원칙을 지키며 속도전으로 달려간 것이다. 아마도 이러한 성과는 약관인 연상호 감독의 겁없음과 당돌한 자신감이 아니면 불가능했으리라고 본다. 개봉이후 관객의 반응이 더욱 기대되지만 흥행의 성공여부를 떠나 이미 감독의 의도는 백퍼센트 달성되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부산국제영화제의 수상으로 언론의 집중조명과 호의적 여론형성, 시사회와 극장개봉으로 이루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지금까지의 한국애니메이션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분위기와 현상들이 뒷받침 해주는 것이다. 감독은 이미 <돼지의 왕>의 남과 다른 전략과 작품의 제작과정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의 발언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3개의 서로 다른 작품이 다른 방식으로 시장에 나왔지만 흥행으로 판별하는 시장의 잣대는 항상 1등만을 위한 게임으로 몰고가는 경향이 다분하다. 우리는 이 부분을 우려해야한다. 모든 장편 애니메이션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모델로 만들어져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사실 <소중한 날의 꿈>과 <돼지의 왕>이 좀 더 버텨주고 손익분기점을 넘겨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현실은 보다 냉정하다. 마케팅 비용을 얼마 쓰느냐의 문제도 극장의 일방적인 횡포도 근본적인 문제가 아니며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관객이 원하는 기대 수준을 넘어 창작자 자신의 기대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이것이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감동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준으로 볼 때 더 이상 이러한 불평불만을 나열하는 것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본다면 훌륭한 작품은 관객 수와 상관없이 좋은 평판을 받는 작품일 것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우리는 3작품 모두 좋은 작품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3작품은 각각의 색깔을 가진 감독의 시선으로 우리의 시선을 확장시키며 앞으로 다양한 작품들이 어우러져 나가야할 또 다른 도전과 시도들이 항시 준비되고 시장을 확장하고 변화시킬 창작자들이 더욱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우리는 올해 <마당을 나온 암탉>과 <소중한 날의 꿈>, <돼지의 왕> 이라는 훌륭한 3편의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을 획득한 해로 어느 때 보다도 풍성한 수확에 잠시 이들 작품에 참여한 제작진들과 함께 행복해해도 될 것 같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