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문패는 있는데, 집이 없다
2011년 독립영화의 풍경을 요약하자면 “문패는 있는데, 집이 없다”.
2010년 유일한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가 철거되자 독립영화제들이 둥지 잃은 쥐처럼 보따리를 이고 지고 다른 극장들을 기웃거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2011년 서울독립영화제는 영화제 직전에서야 간신히 극장을 빌릴 수 있었고, 인디포럼 작가회의는 영화제와 여타 행사를 위해 이곳저곳 월세를 놓은 형편이 되었다. 인디다큐 페스티발 역시 사방팔방 이삿짐을 분할해 놓고 있다. 다른 예술전용관들이 존재하지만, 지리적 여건이 좋지 않거나 극장 규모가 작아 쉬이 이사짐을 풀 수 없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 스페이스를 철거했던 영진위가 직영으로 ‘인디 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 역시 극장 규모가 작아 손님 많은 영화제를 치룰 형편이 못 된다.
정말로 문패는 있지만 집이 없다. 한국에 독립영화가 시작된 지 25년이 되었건만, 정치적 공세로 인해 그나마 하나 있던 집마저 빼앗기고 2년째 난민처럼 떠도는 신세가 된 것이다. 물론 집을 다시 지으려는 기획이 물밑에서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이번엔 ‘자생’이 키워드다. 민간독립영화전용관이라는 기획 하에 많은 사람들이 다시 모였다. 극장 좌석을 똑순이처럼 알뜰하게 팔고, 후원을 조직하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그러나 첫 단추가 민간 주도이다 보니 돈이 넉넉히 모일 리 없다. 애초에 들어가기로 했던 극장과의 계약이 좌초되었고, 현재 주머니 사정에 알맞는 다른 ‘문패 없는 주막’을 찾기 위해 애먼글먼 다리품을 팔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작년 12월 19일 서울시 의회는 ‘서울특별시 영상진흥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가 직접 영상문화의 다양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고전영화나 예술영화를 상영하는 관내의 전용상영관을 지원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고전이나 예술영화에 해당될 뿐이지, 현재 산개한 채 떠도는 독립영화 사정을 염두에 두고 있지도 않다.
독립영화의 상징이랄 수 있는 ‘한국독립영화협회’의 사정만 봐도 그렇다. 현재 밀린 임대료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저러다 언제 창문 밖으로 이삿짐이 부려질지 모를 일이다. 현재 한국의 독립영화는 이렇게 집달리의 노크 소리가 언제 들려올까 싶은 강박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20여 년간 다리품, 손품 팔아 직접 집을 설계하고 축조했던 역사가 정권 교체와 더불어 한 방에 나가떨어지니, 마음을 추스릴 여력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서로 힘을 내자고 웃으며 격려하나 그 미소가 옅고 춥다. 바깥 눈으로 보기에는 올해 한 해도 독립영화들이 개봉 성적이 좋거나 연이은 해외 수상으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비춰지겠지만, 안에서 보기엔 첩첩산중의 근심이 주름져 있다.
하면, 어떻게 해야 되나. 뭐 뾰족한 수가 있겠나.
하긴 사람들은 이렇게 바닥을 쳐야 소리가 난다고들 한다. 추락할 때는 소리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바닥을 딱, 하고 치는 그 소리야말로 어쩌면 희망의 서막일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집은 바닥공사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정권 교체 따위에 흔들리지 않을 견고한 집을 축조하기 위해 독립영화는 마을의 공터, 그 공공의 공간이 있어야 우리네 마을의 삶이 더 풍요롭게 되는지 맹렬히 설득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할 게다. 공공성이야말로 결국 독립영화의 집터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