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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튼튼한 뿌리와 줄기가 피어내는 꽃 -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의 활성화를 기원하며

[칼럼]튼튼한 뿌리와 줄기가 피어내는 꽃 - 저예산 장편 애니메이션의 활성화를 기원하며 대표 이미지

2011년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마당을 나온 암탉>, <돼지의 왕>의 잇따른 개봉과 애니메이션 최초로 200만 관객 돌파,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소식 등 그동안 메말라있던 애니메이션계에 단비와 같은 소식들로 가득했던 한 해였다. 그리고 봄바람결이었는지, 저예산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지원제도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독립단편을 꾸준히 만들어왔던 감독들의 기대도 높았다. 그러나 2012년 콘텐츠진흥원과 영화진흥위원회 사업계획에는 저예산 극장용 장편 사업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해 개봉했던 장편은 어느 날 갑자기 나온 작품이 아니다. 신화니 스타니 영웅이니 애니메이션의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많은 이들이 바래마지않는 것이겠지만, 아쉽게도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나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과정은 우연히 좋은 작품이 나오기란 쉽지 않은 엄청난 끈기와 많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혹자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좋은 작품은 창조력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엉덩이에서 나온다’라고 할 정도로 오랜 시간에 걸친 꾸준한 작업이 애니메이션의 생명이기 때문이다. 즉 신화니, 스타니, 영웅이니 하는 것은 어느 날 벼락을 맞아서 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꾸준히 자신의 작업세계를 만들어온 이들에 의해 생겨나는 것이다. 홍길동도 어느 날 갑자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게 된 것이 아니다. 고된 수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요즘에 한류니 뭐니 하는 아이돌 스타들도 어릴 때부터 오랜 연습생 시절은 필수처럼 되어 있다. 애니메이션이라고 다르겠는가.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3편의 작품 역시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작품이 아니다. 각 작품의 감독들은 오랫동안 자신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한 작업들을 해왔다. <돼지의 왕>의 연상호 감독은 단편과 중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경험이 있고,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장편을 제작하였고 영화계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소중한 날의 꿈>을 만든 안재훈 감독 역시 단편, 중편 애니메이션을 제작하였고, 이외에도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면서 11년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동안 꾸준한 작업을 통해 장편을 완성하였고, 지금까지도 다양한 형태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관객 200만을 돌파한 <마당을 나온 암탉> 역시 국내 창작 애니메이션의 끈을 놓지 않고 고민해왔던 스튜디오 오돌또기의 작품이다. 즉, 어떤 작품도 혜성처럼 나타난 것이 아니라 오랜 경험과 독자적인 기획력을 가진 감독과 스튜디오가 만들어낸 결실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이들 작품이 신화가 되거나 전설이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늘상 일어나는 일을 신화라고 부르지 않는다. 필자는 이들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들이 제작되어 관객들을 만나고, 평가받을 수 있는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작품이 필요하다. 물론, 좋은 작품도 있겠지만, 때로는 비판을 받거나, 잊혀지는 작품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다양한 작품들이 나오지 않는다면, 애니메이션에 대한 어떠한 담론도, 그에 따른 관심도 그리고 계속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자하는 이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예산 장편은 한국의 현실에서 새로운 애니메이션 시대를 여는 중요한 도전이고, 실험이다. 또한, 독립단편의 제작경험과 기획 창작력을 가지고 있는 독립작가 또는 스튜디오의 장편 제작의 길을 여는 밑받침이기도 하다. 그동안 정부는 단편 제작지원을 통해 한국에 애니메이션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왔다. 이제, 이러한 뿌리를 바탕으로 다양하게 뻗어나가고 있는 줄기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지원이 함께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튼튼한 뿌리와 줄기가 피어내는 꽃이 바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밝은 미래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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