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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09년 이후, 우리는 어떻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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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국독립영화협회에서 일한지 올해로 딱 10년이 됩니다. 이즈음이면 남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데 전문가는 차치하고, 올해 행사도 작년 행사 같고 그제 일도 오늘 일같이 느껴지는 건망증과 연신 다투고 있습니다. 더불어 몇 번을 만난 이도 자꾸 이름을 잊고 심지어 얼굴까지 잊어버리는 심각한 증세까지 더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건망증에도 또렷하게 각인되어진 어떤 날, 어떤 사건은 있기 마련입니다. 2009년 봄, 영화제가 있던 날이었고 영화제가 치러지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 들렀습니다. 반가운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고 커피도 마셨습니다. 한 무리의 스탭들과 수다를 떨고 있는 사이 소식하나가 전해졌습니다. “시민사회단체 감사가 시작되었다.” 

몇날 며칠 밤을 새며 감사 자료를 만들었고 감사원에 불려갔던 활동가의 전화를 기다렸고 변호사를 찾아다니며 자문을 받았고 매일 밤, 술을 마셨던 것이 그 후 한동안의 기억입니다. 1년을 그렇게 보내고 정신을 차려보니 독립영화인들은 거리에 서있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위탁사업이던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가 일방적인 공모사업으로 전환됐고 새로운 사업주체 선정과정에서 말도 안 되는 문제들이 불거져 나왔고 급기야 영진위 전 위원장의 독립영화제작지원심사 외압까지 터지면서 독립영화인들은 때론 차갑고, 때론 뜨거운 거리에서, 이 모든 것들의 부당함에 대해 목이 터져라 알리고 항의했습니다. 그 후 1년은 이렇게 계속해서 ‘싸움’을 했던 기억입니다. 

2011년 한해는 손잡아 달라, 후원해 달라 요청하는 1년이었습니다. ‘감사’와 ‘싸움’의 2년 이후 서울독립영화제, 인디포럼, 인디다큐페스티발, 인디스페이스, 미디액트 등은 각종 지원이 끊기고 자력으로 행사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이 사업들이 독립영화진영에서 갖는 의미와 사라져선 안 되는 이유가 명확하기에, 2년간의 불합리함에 공감하고 지지하는 분들이 분명 함께 할 거란 생각에 당당하게 후원을 요청했고 많은 분들이 손잡아 주셨습니다. 다행히 서울독립영화제도 인디포럼도 인디다큐페스티발도 사라지지 않았고 미디액트도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고 인디스페이스는 올 5월 ,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라는 이름으로 개관을 앞두고 있습니다. 

2012년에 독립영화는 전환점을 맞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 몇 년의 경험을 통해 우리의 미숙함을 반성했고 친구를 얻었고 더불어 독립영화 활동의 의미를 확인했습니다. 어서,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밀린 숙제들을 차근차근 해치워야지요. 몇 년에 걸쳐 뚫려버린 커다란 구멍을 메우다 보면 새로운 실험들이 ‘반짝’하고 나타나겠지요. 

하지만 새로운 경계로 넘어가기 전 다시 한 번,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2010년 영진위의 ‘독립영화전용관, 영상미디어센터’ 사업자 선정 시 문제에 대해 인디포럼과 미디액트는 ‘사업자 선정 취소 행정소송’을 진행하였으나 패소하였습니다. (법원이 영진위의 손을 들어주긴 하였으나 법원이 인정한 건 영진위의 ‘재량권’입니다. ‘절차에 하자가 없었다’고 해서 영진위가 져야 할 책임까지 면제되는 건 아닙니다.) 영화제를 코앞에 두고 있는 인디포럼과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하는 미디액트는 소송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또다시 당당하게 부탁드립니다. 그 누구보다 활발하게 활동하며 독립영화진영의 담론을 이끌어 온 두 단체에 후원을 보내주시길. 

새로운 고비를 넘어가는 이때에 마냥 낙관하진 않습니다. 몇 년의 기억과 경험은 매순간 놓지 말아야 할 팽팽함 긴장감을 가르쳐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노곤한 긴장감과 가난한 환경에서도 독립영화는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 독립영화가 지닌 ‘거창한’ 의미 이전에 지난 몇 년간 힘들 때 보내주신 많은 분들의 지지와 응원이 사라져서는 안 되는 이유입니다. 2009년 이후, 우리는 더 많은 친구를 얻어 여기 이렇게 있습니다. 

봄이 왔나 봅니다. 가난한 이들의 보일러와 수도를 얼게 했던 매서운 겨울이 언제 가나 싶었는데 그래도 꽃이 피었습니다. 가난한 이들도 이 봄에 ‘봄 타령’, ‘꽃 타령’하며 마음만이라도 여유로워 졌으면 합니다. 뜨거운 날이 오기 전에 숨고르기는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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