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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당신의 1분을 어디에 쓰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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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칼럼을 쓴다. 그런데 정작 영화가 생각난다. 언제나 이 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된다며 이런 저런 정책제안을 무수히 해왔고 그러다보니 이제 뭔가를 주장하는 데는 아주 익숙해져 버렸다. 그래서인지 막상 칼럼을 쓰려니 또 뭔가 주장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아예 머릿속이 먹먹해져 버렸다. 그러다 보니 제 버릇 개 못 주 듯 자연스럽게 한 편의 영화가 떠오르고 말았다. 그래서 오늘은 편안하게 몸과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떠오르는 영화 한 편에 글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칼럼을 써 보려 한다.

거짓말처럼 8년 전 만우절에 우리 곁을 떠나버린 장국영, 아주 친숙한 배우이자 엔터테이너였던 그의 갑작스런 죽음이 더우면 더운 대로 추우면 추운 대로 그 고독감에 더해 스멀스멀하게 우리의 마음을 적신다. 오늘은 서두에 밝혔듯이 갑자기 떠오른 이 영화 <아비정전>에 대해 아니 그 보다는 그 기억과 추억에 편승해 주인공 ‘아비’를 다시 보자는 뜻으로 ‘우견아비’라는 말을 건네 보고자 한다. 우리에게 ‘발 없는 새’로 기억되는 아비를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말이다. 국내개봉 당시 처참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왕가위와 장국영의 팬들은 이 영화를 최고의 영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가 주연한 좋은 작품이 많지만, ''''아비정전''''의 영화 속 독백(‘세상에 발 없는 새가 있다더군. 늘 날아다니다가 지치면 바람 속에서 쉰 대. 평생 딱 한번 땅에 내려앉는데 그건 바로 죽을 때지'''')만큼 장국영의 삶과 인생을 잘 표현한 말은 없기 때문이다. 그의 비극적이고도 미스터리한 죽음과 화려했던 배우인생이 교차되면서 그 비극적 신비감은 더할 수밖에 없으니 말이다. 

미스 홍콩으로 화려하게 은막에 등장해 세계적인 여배우로 성장한 장만옥과 <명장>, <삼국지> <무간도> 등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유덕화, <색계>로 중년의 매력을 선보인 양조위, 오랜 동안 양조위의 연인에서 마침내 배우자로 변신한 유가령, 중국연예계의 4대 천왕 중 한 명으로 노래와 연기를 병행하며 끊임없는 활약을 펼친 장학우, 이들 최고의 배우들의 옆에 는 없지만 언제나 그 존재감이 지워지지 않는 아비(장국영), 이들 모두를 만나려면 <아비정전>이라는 영화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야 한다. 나는 오래 전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모를 스산함, 사랑과 미래에 대한 망막함 등으로 잠을 뒤척이며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다. 낯 설은 슬픔에 대한 기억이라고 할 만한 이 오래된 기억은 그 익숙한 주제곡에 실려 세상을 떠도는 듯하다. 인생이 영화처럼 그렇게 짧게 스쳐가는 것은 아닐 텐데 수리진(장만옥)의 심정처럼 아비(장국영)와 우리는 1분밖에 함께 있지 않았던 것일까라는 생각이 이르면 심리적 시간과 물리적 시간의 차이가 이렇게 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리진이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잊지 못할 1분의 추억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듯싶다. 

이제 현실로 돌아와 보자. 우리는 영원히 잊지 못할 1분의 추억이 있을까? 무려 21년이 지났지만 그 세련됨과 서정적 감수성을 여전히 간직한 이 느낌을 요즘의 영화 아니, 우리 독립영화에서 찾을 순 없는 것일까? 사회적 아픔을 노래하지 않아도 좋고 판타지한 서정을 노래하지 않아도 좋다. 다만 이 짧고도 강렬한 기운을 담아줄 영화는 없을까? 

21세기에는 모든 것이 소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소통을 논한다. 이제 힘은 어떠한 권위나 카리스마에서 나오는 시대가 아니다. 타인을 이해하고 진정으로 소통할 때 힘과 권위가 생긴다. 상황이 이러하니 영화야말로 호재를 만난 셈이다. 더군다나 메시지가 뚜렷한 독립영화야말로 물 만난 고기가 아닌가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독립영화는 그 양적 질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오래 기억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 보다 보편적인 감수성에 닿아 있지 못한 것은 아닐까, 영화적 지식의 나열이나 사회의식의 경쟁적 폭로가 아니라 그냥 스멀스멀 스며드는 그런 영화가 있으면 안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든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갑갑한 세상살이에 지친 모든 이들에게 따뜻하게 내미는 그 손이 독립영화가 되면 어떨까? 문득 그들의 1분이 그리워지는 것도 같은 연유이다. 창작자와 수용자 그 누구에게도 아깝지 않을 1분, 그 1분의 기억으로 빛날 독립영화를 그리며 그를 추억한다.

* 아비정전 - 국내 개봉 당시 버림받았던 왕가위 감독의 저주받은 걸작이며 어머니를 찾아 떠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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