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현실을 인지한 삼위일체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필요하다!
2011년은 <소중한 날의 꿈>, <마당을 나온 암탉>, <돼지의 왕> 등 우리 장편 애니메이션들의 잇따른 개봉과 선전으로 조금은 위안이 된 해였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얻었고 앞으로 무엇을 준비해 나가야 할지이다. 개인적으로 작년의 세 작품은 각각 뚜렷한 성격을 가졌다고 생각된다. <소중한 날의 꿈>은 작화력, <마당을 나온 암탉>은 홍보력, <돼지의 왕>의 작가성이다. 세 작품은 각각의 요소를 극대화하여 나름 방향성을 찾았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얻은 것이다. 하지만 그 함량이나 순도가 흡족하지 않은 점은 되돌아봐야 한다.
<소중한 날의 꿈>은 11년(공식발표)이란 제작기간을 통해 지금의 완성도 있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런데 11년은 너무 길다. 애니메이션도 영화 범주에 들기에, 투자 대비 제작기간이 너무 길면 그만큼 리스크가 커질 뿐이다. 투자자들이 영화보다 애니메이션 투자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제작기간이 길기 때문이다. 과거 <원더풀 데이즈>처럼 깨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장기간 제작비를 소모하고 흥행에도 실패해 이후 애니메이션 업계에 큰 타격을 안겨준 아픈 기억은 좋은 타산지석이다. 꼼꼼히 준비해 시간 낭비 없이 집중력 있게 제작하는 것이 우리 실정에 맞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200만 명을 넘는 흥행으로 한국 애니메이션 역대기록을 바꿨다고 사회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그 속에서 애니메이션계 인력들의 힘은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다. 그저 그림을 그렸을 뿐이다. 냉철히 말하면, 100만 권 이상 팔린 국민적인 베스트셀러 동화의 관객잠재동원력 위에 영화계의 화려한 인맥을 엮어 흥행을 이뤘다고 보는 것이다. 시간이 있으면, 예고편 영상을 한번 보라! 정작 애니메이션계의 힘은 어디 있을까 안타까움이 생긴다. 물론 어떤 식으로든 서울만 가면 된다면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제 힘으로 찾아간다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되고, 또다시 찾아갈 때는 길찾기가 좀 더 수월해진다. 자생력이 없다면 스스로의 미래는 보장받기 힘들다.
* 도판 캡션 : <마당을 나온 암탉> 예고편에 쓰인 카피들. 홍길동이 호부호형하지 못하는 것처럼, 애니메이션이란 말은 찾을 수 없다.
<돼지의 왕>은 현 한국사회의 문제를 테마로 하여 영화계에서까지 큰 관심을 갖은 매우 뾰족한 작품이었다. 그래서인지 많은 영상제에 초청되어 상영되기도 했다. 문제작임엔 틀림없는데, 대중적인 문제작이 아닌 것이 아쉽다. 물론 작가의 개인성향에 따라 작가성은 다르게 표출된다. 하지만 현재 우리 애니메이션계의 부활에는 대중성을 가진 작가성이 절실하다. 과거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큰 파장을 몰고 온 때가 있었다. 당시 일본 청소년의 문제를 작품 속에 녹인 것도 이유이지만, 메카닉이란 대중적 흥행요소를 적절히 버무리지 않았다면 과연 그런 인기와 흥행이 가능했을까 떠올려 본다. 영양가 있는 채소를 먹이려면 튀김옷을 입힐 필요가 있다.
이처럼 살피다보니, 이 세 가지에 대한 이야기가 그리 새롭지만은 않다. 이전부터 거론되어왔고, 그 때문에 애니메이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필요함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어느 정도의 지점까지 왔으니 이제는 제대로 할 때다. 작화력, 홍보력, 작가성을 모두 갖춘 삼위일체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가 앞으로 준비해야 될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이 과제를 풀어나갈 때 꼭 필요한 것이 있다. 바로 작품을 만들 구심점이다. 그 속에는 감독과 작가로부터 각 분야별 애니메이터들이 있겠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에겐 그런 것이 있을까? 수작업이건 CG건, 프리랜서 집단이건 꼴을 갖춘 회사건, 그 자체를 유지하기도 힘들다고 하는 것이 현재 우리의 상황이다. 풀기는 쉽지 않지만 풀어야만 살 수 있다. 현실을 알고 있는 삼위일체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를 준비해 나아가는 것 또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에겐 시급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