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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국내 애니메이션의 이미지 전환 기도

[칼럼]국내 애니메이션의 이미지 전환 기도 대표 이미지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이란 변방의 문화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저는 애니메이션을 만듭니다.” 라고 얘기하면 “힘드시겠어요.” 라는 대답을 듣기 마련이다. “취미는 애니메이션 감상입니다” 라고 이야기한다면 속으로 ‘오타쿠 시군요’ 라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인식의 벽을 느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한국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이란, 가난한 애니메이터들의 고된 노동을 통해 콘텐츠를 생산하면 소수 마니아나 유아들만이 소비하는 구조라고 볼 수 있겠다. 실제 만드는 사람들의 자부심이 어떤지, 그 작품의 가치가 어떠한지, 관객이 받는 감동과 재미의 크기는 또 어느 정도인지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척박한 인식의 토양위에서 이미지를 각자가 새롭게 만들어가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묵묵히 좋은 작품을 만들면 다 해결될까? 이런 환경에선 좋은 작품은 만들기도 쉽지 않거니와 설사 만들어진다고 해도 위와 같은 심리적 장벽이 그 성장을 막는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인식은 더욱 안 좋아지고 작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은 점점 더 나빠진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씨앗이 대중문화에 뿌리를 내리고 싹을 틔워 보다 큰 나무로 커나가기 위해서는 그 이미지 자체를 바꾸려는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이에 대한 의미 있는 시도 몇 가지를 살펴보자. 

쉽게 만든 짧은 애니메이션을 모집하는 인디애니페스트의 <날애니공모전>(상단 이미지)은 ‘애니메이션 제작’이 누구나 쉽게 즐기는 놀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보급은 그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 최근에는 정말 쉽게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다량 출시되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날애니’는 게시글의 짤방(짤림방지용 콘텐츠)으로 쓰거나 모바일 매신저로 이모티콘처럼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근성을 발휘한다면 날애니 만으로도 근사한 작품을 제작하는 것 또한 가능하다. 자유로운 시도를 통해 다양하고 색다른 애니메이션 기법이 창조되기도 할 것 같다.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현장>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 현장>


‘스튜디오 쉘터’의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애니메이션의 창작과 향유 전체를 하나의 흥겨운 놀이로 승화시켰다. 특히 ‘러닝타임 10초’라는 제한조건은 정말 쿨하다. ‘오버금지, 숙면권장’등의 세부조항 또한 센스 있다. 기존 애니메이션 창작자들도 여가시간을 즐기듯 만들 수 있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도전할 수 있어 보인다. 하지만 10초애니메이션 페스티발의 백미는 마치 클럽파티와 같은 축제 현장의 풍경 그 자체이다. 만든 사람들과 일반 관객들이 뒤섞인 채로 춤추고 박수치며 논다. 다들 고민 없이 만들었기에 칭찬도 비아냥도 모두 즐겁다. 
 

애니메이션 행사는 아니지만, 제작자를 무대 위로 올려 제한된 시간동안 창작 배틀을 하게 했던 행사도 흥미로운 행사였다. 프로들의 작업과정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승화시킴으로써 마치 스포츠행사처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다른 예들에 비해선 좀 육중(?)하긴 하지만, 메시즘의 <60초애니메이션> 행사 또한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좋은 시도였다고 본다.

<텐트영화제> & <큐알코드영화제>
<텐트영화제> & <큐알코드영화제>


필자가 ‘스튜디오 요그’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텐트영화제>와 <큐알코드영화제>는 단편애니메이션을 대중들, 특히 젊은층이 보다 접하기 쉬운 장소로 직배송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늘 다니던 길에 텐트가 펴져있다면 분명 눈길이 갈 테고, 심지어 그 안에서 짧고 재밌는 영상을 볼 수 있다면 꽤 매력적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연인과 데이트 중이라면 둘만의 색다른 경험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러한 경험을 통해 대중들이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기를 바랐다. 

<큐알코드영화제>는 모바일 환경에서 단편애니메이션의 콘텐츠로서의 가치를 실험해보는 현장이기도 했다. 제2회 큐알코드영화제에서는 단편영화와 단편애니메이션을 절반씩 섞어서 상영했지만 조회수 1, 2위가 모두 애니메이션이었다. 각 작품당 하루에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큐알코드를 찍어 작품을 감상하였다.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수가 2000만이 훌쩍 넘은지 오래고, 대부분 휴식시간, 여가시간, 대기시간에 사용한다. 애니메이션은 작은 화면에서 짧은 시간동안 적은 트래픽으로도 간단히 즐기기 좋은 콘텐츠이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날애니공모전’이나 ‘10초 애니메이션 페스티발’처럼 가벼운 작품들이 모바일에서 매우 경쟁력 있는 콘텐츠라고 생각된다. 

<2ne1 - HATE YOU>


최근에 동우애니메이션이 제작한 2ne1의 애니메이션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인기 팝아티스트 마리킴이 연출한 이미지가 타겟층 취향에도 적절히 잘 맞는다. K-pop트랜드를 타고 주류 대중문화에 애니메이션이 자연스럽게 섞인 좋은 사례다.

해외의 경우 유튜브를 기반으로 가벼운 시리즈 애니메이션들이 다수 등장했다. 이나 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작품들은 유튜브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관련 상품이 제작되거나 TV시리즈로 옮겨가기도 한다. 국내에도 한 때 플래시 애니메이션이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된 지금, 그 때의 역량이 다시 나와 준다면 10~20대로부터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웹툰의 지분을 일부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레임에서 구축된 훌륭한 자원들은 그것대로 유지/발전시키되, 끊임없이 다른 영역과 융합함으로써 보다 대중과 가까워지고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모두 멋지고 훌륭하지만 아직까진 그 효과가 미미하다. 더 광범위한 영역에서 더욱 많은 이들에 의해 새롭고 멋지고 이상한(?) 프로젝트들이 시도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시도들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행위’가 얼마나 재밌고 멋지진 일인지,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행위가’가 얼마나 신나고 감동을 주는 일인지 더 많은 이들이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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