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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고민,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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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고민 많으시겠어요?” 하는 말을 인사처럼 듣는다. 이유인 즉 5월29일, 민간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의 재재관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것. 글쎄? 환영해 마땅할 이런 일에 내가 왜 고민이 많아야 하지, 생각하다 보니, 그렇다, 고민이 많아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직영하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에서 일한지 어느새 1년이나 되었다. 공기관이 운영하는 극장이라 사무실 직원들의 근무시간 역시 극장답지 않게도 공무원 타임(이른바 나인 투 식스)이 적용되긴 했지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야근과 주말근무가 계속되면서 생활리듬과 가정생활에 동시에 균열이 생기고 말았다. 각설하고.

평일의 야근과 주말근무는 영화 상영 후에 이어지는 관객과의 대화, 일명 GV가 있을 때 발생하게 된다. 영화제 등에서 시작된 GV는 독립영화가 활발하게 극장 개봉을 하게 되면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영화를 만든 감독과 출연한 배우들을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니 좋고, 영화를 만든 이들의 입장에서는 대화를 통해 영화에 대한 공감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 좋은, 일석이조의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홍보와 마케팅에 큰 돈을 쓸 수 없는 독립영화 개봉의 현실에 비춰 보자면 상영 후 GV가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의 관객 수가 크게 차이가 나니 무리를 해서라도 GV를 하지 않을 수 없기도 하다. 

그동안 인디플러스에서 진행했던 GV의 마무리는 대체로 이런 멘트였다. “돌아가시면 각자 운영하시는 각종 SNS와 개인 블로그, 미니홈피 등을 통해 꼭 소문 내주세요. 다시 한번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 중 오늘 혼자 오신 분은 친구나 연인, 가족과 함께, 오늘 일행이 있으셨던 분은 다음번엔 각자 다른 일행과 함께 와 주시기 바랍니다.” 입소문을 통한 관심증폭과 피라미드식 관객확대를 위한 전략이랄까. 최근에는 여기에 ‘되도록 예매해서 볼 것’과 ‘각 예매사이트 및 포털 영화정보에 별점 등록할 것’을 함께 주문하기도 한다. 사전 예매와 별점은 예매사이트와 포털에서 좀 더 자주, 좀 더 좋은 위치에 해당 영화가 노출되도록 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가만, 그런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요즘은 개봉하는 독립영화보다 개봉하지 않는 독립영화가 훨씬 적을 정도로 독립영화의 개봉이 보편적인 일이 되었다. 개봉 규모가 크지 않고, 소위 ‘흥행에 성공했다’고 할 만한 성과는 아직 드물지만, 이제 극장에서 독립영화를 보는 것이 전혀 낯설지는 않은 일이 되었고, 이는 2007년 개관한 최초의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가 이끌어낸 중요한 성과의 하나이다. 하지만 인디스페이스를 운영했던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는 극장개봉에만 무게를 실었던 것은 아니다. 시장에 진입하여 일정 부분의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극장 개봉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긴 했지만 이전까지 독립영화가 소통되었던 주요 방식들을 더욱 확대, 강화하는 데에도 동일한 비중의 무게를 실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극장이 없는 여러 지역에서의 비극장상영의 활성화를 위해 상영활동가를 양성하고 그들간의 느슨하지만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든가, DVD 등의 저장매체를 통한 독립영화의 유통을 지원하는 등의 사업이 그것이었다. 이를 통해 독립영화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관객에게 다가가는 길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인디스페이스의 휴관과 뒤이은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의 활동 중단으로 그 길은 끊어지고 말았다. 

인디스페이스가 휴관한 동안에도 독립영화는 계속해서 개봉하고 근근이 이어지고 있는 공동체상영을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 다양한 관객을 만나고 있다. 그 사이 인디플러그나 씨네21i 등을 통한 온라인 배급창구도 확대되었다. 독립영화 웹스토어를 통해 DVD의 판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개봉은, 뭐랄까, 과하게 쏟아붓는 에너지에 비해 큰 성과가 나지도 않으면서 독립영화적인 어떤 방식의 모색보다는 그저 작은 규모의 상업영화개봉의 코스를 밟아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독립영화의 배급은 이 활동을 통해 개별 작품이 수익을 얻는 것과 함께 그 말하고자 하는 바를 관객과 긴밀히 소통하도록 하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새로운 관객을 꾸준히 만들어가는 것 모두를 동일한 비중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립영화배급지원센터의 활동은 이런 맥락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 나는 인디스페이스 이전 독립영화의 개봉이 굉장히 상징적이고 전투적인 또는 운동의 차원에서 이루어졌던 것과 같이 현재에도 여전히 독립영화의 개봉은 상징적인 의미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묻는다. 1만 관객이 들면 독립영화는 수익이 남는 것인가요?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1만은 그저 상징적인 의미일 뿐이다. 그리고 많은 독립영화는 그 1만 관객에도 도달하지 못한다. 독립영화의 개봉이 아무 의미도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하지만 그 의미를 더욱 의미있게 하려면 극장개봉 외의 다양한 소통의 방식이 탄탄하게 존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인디스페이스가 재개관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독립영화의 배급을 고민하는 많은 이들이 결합하고 있지는 못하고 휴관한 2년 사이 독립영화의 배급 지형은 많이 바뀌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우리는 어떤 식으로 인디스페이스를 중심으로 독립영화의 배급 지형을 다시 한번 새로이 만들 것인가. 그리고 그 안에서 인디플러스는 인디스페이스와 어떻게 협력해야 하는가. 요즘의 나는 그것이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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