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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불효자는 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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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에 두 번째 독립장편영화를 찍고, 그 빚을 탕감하기위해 골머리를 썩던 중, 아는 형에게 전화가 왔다. 그 형은 영화와는 다른 일이지만, 용돈 벌이는 될 거라며 일을 소개 시켜주었다. 한남동 유엔 빌리지 안, 마당이 넓은 고급주택에 사무실이 있었고, 나의 후반작업 일정까지 고려해주겠다는 대표의 선한 웃음과 월 150만원이라는 말에 나는 당장 그 일을 하기로 했다. 내가 그곳에서 했던 일은 영상자료를 찾는 것과 그들이 바빠 도저히 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을 하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하루 종일 유투브에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레퍼런스들을 찾았지만, 이러고 있는데도 월급을 받아도 될까하는 괜한 죄책감에 한두 시간 더 늦게 퇴근한다거나, 대표가 밤을 샐 때 그냥 옆에 있는다든지, 업체에 갈 때 운전을 한다든지, 출출할 때 라면을 끓이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월급을 주니까. 

하지만 월급을 받고 일한다는 소문이 점점 퍼지면서 “잘 먹었다.”라는 말을 듣는 일이 잦아졌고, 당당히 친구의 결혼식에서 뷔페를 먹었으며, 어머니의 모르던 빚을 내가 알게 되었고, 조카에게 용돈을 쥐어주라는 누나의 눈치를 받게 되었다. 그래도 그 동안 얻어먹기만 해 민망했던 사람들에게 보답하는 마음으로 낸 술값, 선의의 지출, 어머니의 숨겨진 빚, 조카에게 큰 소리 치고 용돈을 쥐어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집안의 대우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정시에 일어나 출근하는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졌고, 매형과의 가족식사자리에 내가 계산하는 모습을 보는 아버지의 얼굴에는 미소가 지어졌다. 나는 더욱 회사 일에 열심을 다했다. 더 이상 회사에서 시나리오를 끼적이지 않았으며, 편집 때문에 회사를 빠지는 날이 있으면, 주말에 나와 대표에게 얼굴을 비추었고, 회식자리에서 대표의 비위를 맞추는데 성의를 다했다. 월급은 그대로 150만원이었지만, 지출은 줄지 않았으며, 술자리는 늘어났고, 돈 쓸 곳은 많아졌다. 나는 신용카드를 만들었고, 월급보다 많은 지출을 하였으며, 월급날을 기다리며, 그 돈을 갚는데 만족을 느끼고 다시 지출하기를 반복했다. 나는 점점 샐러리맨이 되어갔다. 

회사를 다니며, 시나리오도 쓰고, 후반작업을 병행하며 월급을 모아 회사를 그만두었을 때 쓸 자금을 만들어놓자던 나의 완벽한 계획은 하나도 지켜진 것이 없었다. 퇴근해 집으로 돌아오면 잠자기에 바빴고, 주말이 되면 통장에 어느 정도의 돈이라도 있으니 쓰러 나갔고, 주는 회사 부는 영화로 바뀌면서 달콤한 것들에 젖어갔다. 그동안 내가 한 것은 억지로 끼적인 시나리오 조각과 졸면서 했던 편집이었다. 나는 4개월 만에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했다. 달콤한 것을 끊기란 좀처럼 쉬운 것이 아니었다. 다시 그 가난하고 서른세 살 먹은 성인이 해서는 안 될 인간종족으로 돌아간다는 것. 어머니는 다시 제시간에 일어나 출근하는 아들의 뒷모습을 못 보실 테고, 아버지는 이제 사람 구실하는구나 하셨을 텐데 다시 나의 눈을 마주치지 않을 것이다. 

아마 나와 같은 생각을 했었던 영화인도 있지 않을까? 잠시 영화를 떠나 돈을 벌어 영화를 다시 시작하겠다. 무수한 경우의 수가 존재하겠지만, 지금 그 일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도 못 할 것이라는 것이 4개월간의 외도를 하며 얻은 답이다. 로또라도 맞아서 순식간에 엄청난 돈을 벌지 않는 한, 이제 다시 영화를 해야지 마음먹었을 때에는 그 동안 유지해 왔던 생활의 크기를 줄이기가 무척이나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이제 다시 해보자라고 했을 때는 돈을 벌기위해 떠났던 그 시점과 별반 다를 것 없이 오히려 나이만 더 먹었을 공산이 크다.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자존심을 굽히고, 눈치 보며, 빚지고 사는 것이 후일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지금 나는 150만원과 내 시간과 바꾸는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삶을 향해 비굴한 한발을 내딛는 것이 훌륭한 선택이라고 스스로에게 위안을 한다. 

마지막으로 홍대에 기타를 매고 술집을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고 혀 꼬인 말로 잉여가 크레이티브의 원천이라 외치는 천하의 놈팡이(놈팽이인줄알았는데놈팡이가맞는표현이란다.)형의 노래를 바칠까 한다. 이 두 놈팡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궁금한 것만으로도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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