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고독한 영화
독립영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많은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보아온 것은 아니어서 그때마다 내놓을 답이 궁색해지곤 한다. 최근 이러저러한 경로를 통해 접하게 된 독립영화들을 보노라니 ‘독립영화는 고독한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때의 고독이란 ‘혼자 있음’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반복과 숙성으로 인해 형성된 일종의 ‘내성’을 의미한다. 즉, 하나의 상태로 굳어져 존재의 양식으로 깊숙이 박혀버린 어떤 것, 그리하여 개성적인 행위와 결과를 만들어내는 동력이라고 정의하고 싶어졌다.
요컨대 독립영화는 내성과 개성을 체화한 고독한 영화이다. 최근 한국 독립영화가 이와 같은 내성과 개성을 탑재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진하게 받게 되었다. <말하는 건축가> <로맨스 조> <이방인들> <이어도> <두 개의 문>. 요사이 접한 독립영화들인데, 그 꼴과 그 안에 함유된 성분들을 떠나 내성과 개성이 빚어내는 고독함이 저마다 전해지는 작품이었다. 다양한 이슈로 말을 건네는 모양이나 우리 시대의 인간과 삶의 존재양식에 대한 예민한 촉수와 성찰, 그 내용과 형식이 독창적이면서도 다채롭게 이를 데 없다. 이미 존재하는 영화의 규범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거나 반역함으로써 개성화하려는 시도들까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장르와 스타일을 불문하고 ‘고독한 영화’로서 이들의 문제제기는 새로운 영화의 발견에 밑거름이 되는 가치 있는 시도이다.
독립영화가 고독한 영화임을 입증하는 두 번째 근거는 그 존립의 기반과 관련이 있다. 홀로 분투하는 고독 속에서 더욱 치열해지는, 그 안에서 창작의 정수가 추출되는 영화라는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발판, 지주가 강인하지 못하다는 의미에서 독립영화는 또한 ‘고독’하다. 여기서 ‘고독’은 독립영화가 점진적으로 극복해가야 할 문제가 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재개관한 민간독립영화관 ‘인디스페이스’는 고독한 영화로서 독립영화의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것이다. 한 차례 아픔과 단절을 겪고 다시 섰다는 점에서 더더욱 그들에게 기대를 갖게 된다. 고독에 대한 보완양식으로서 인디스페이스와 같은 민간 독립영화전용관, 서울독립영화제와 인디포럼 같은 독립영화제는 고독한 영화로서 독립영화의 문제를 풀어가는 한 전형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독립영화전용관이나 영화제 같은 보완 양식들이 곤한 이들의 친구가 되어준다손 치더라도, 독립영화가 독립영화인 이유는 존립의 기반이 튼실하고 완전무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또한 나의 생각이다. 굳은살이 박힌 기성의 가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존재의 근간으로 삼는 영화가 자본주의 체제에서 고독하지 않을 도리가 있단 말인가? 언제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독자적인 가치를 추구하려는 선택 안에서 독립영화는 자신이 믿는 영화의 완성에 근접하기를 바랐다. 따라서 그들이 딛고 선 지주가 허약하다는 차원에서의 ‘고독’은 독립영화의 정체성을 근원적으로 훼손하지 못한다. 그러니 자본과 구조, 시스템의 완전무결함을 거부함으로써 유발되는 고독은 독립영화로서는 신념과 자랑이라고 할 만한 것이다. 내쳐 ‘고독’은 소중하게 품어야 할 독립영화의 토질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되돌려 생각하면 앞서 기술한 두 가지 고독의 의미는 서로 내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존립의 기반이 무르고, 완전해질 수 없다는 것(어떤 의미에서는 완전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 독립영화의 내성과 개성으로 전환될 수 있는 가능성의 근거가 된다는 이유에서이다. 여기에 고독한 영화로서 독립영화가 가지는 아이러니가 있다. 허약하고 불완전한 기반을 풍성하게 변화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만, 제도와 시스템이 존립을 위협하는 완전성의 상태로 나아가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는 승인과 부인의 아이러니. 이 두 가지 힘의 긴장과 협상이 독립영화의 견인차가 아닐까. 결국 언제나 독립영화는 ‘고독’의 상태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고독을 기꺼이 껴안는다는 점에서 독립영화는 고독했고, 또 계속 고독해 할 것이다. 언제나 그들은 그들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고독하게 스스로를 채찍질을 하는 영화들의 벗이 될 2기 인디스페이스가 이와 같은 과정을 보여주었고, 입증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