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한국 3D 컴퓨터 애니메이션 생존과 진화
1990년대 후반 컴퓨터 3D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하는 회사들과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급속하게 늘어났다. 또한 정부에서는 다양한 방식으로 애니메이션 제작과 관련한 예산을 책정하여 지원사업을 진행하였고,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기존 하청과 2D 애니메이션 위주의 제작방식에서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변화가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기대했던것과 같은 달콤함보다는 창작을 통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 경험하는 시기였었다. 특히 그 시기에는 다양한 TV시리즈용 애니메이션이 제작되기도 하였지만, 꼭 이루기를 원하는 염원은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을 성공시키는 것이었다. 작품의 퀄리티와 완성도면에서는 어느 정도의 수준에 올라와서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작품이 나오기도 했지만, 상업적인 성공을 가늠하는 금전적인 수익에서는 많은 작품들이 실패로 돌아갔다. 결국 대중의 관심과 평가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하게 되었다. 비록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2011년에서나 <마당을 나온 암탉>을 통해 한국에서 자체적으로 기획 제작한 장편 애니메이션이 완성도와 어느 정도 상업적인 성공을 이룬 첫번째 작품으로 기록되게 되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리고 그 당시 특징적인 부분은 작품제작에 필요한 제작비의 대부분이 국내에서 투자가 진행되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기획의 중요성을 얘기한다. 당연하며 몇번을 강조해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기획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이에 적합한 제작인력과 자금 그리고 배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기획은 미완성의 작품으로 남는다. 물론 이 모든 것이 기획에 속하겠지만, 이렇듯 애니메이션은 모든 공정이 유기적으로 상호 연계되어야만 감독과 제작자가 의도한대로의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그 중에 제작과 관련한 부분에서는 어떠한 생존과 진화가 이루어졌는지 간단히 정리해본다.
국내에서는 정부 산하기관을 통해 제작관련 지원이 이루어졌고, 방송국과 제작사들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시스템에서 좀더 진화된 것이 해외제작사 또는 배급사와 공동제작을 위한 제작시스템이 정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방식이 국내에서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국내자금만으로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좀더 해외 시장을 두드리고, 제작사들의 기획력도 발전하면서 해외에서 인정받은 부분이 가장 크다. 그 동안 장편 애니메이션 위주로 투자가 이루어졌지만, 상업적인 흥행에서 성공한 애니메이션이 없다보니,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하였다. 그래서 주로 이용되는 방법이 해외 타국의 제작사 또는 배급사의 투자를 받거나 공동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부족한 자금을 투자받을 수 있으며, 나름대로 작품의 기획력과 제작능력을 사전에 인정받은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방식이 활발하게 될 수 있었던 부분은 해외 유명 마켓에 공동관으로 참여하면서 가능하게 되었는데, 이점은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과 관련 지원단체들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하지만, 해외제작사와 공동제작을 진행할 때 모든 것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일장일단이라는 말이 여기에도 포함된다. 공동제작의 긍정적인 부분은 많은 제작비가 필요한 애니메이션의 특성과 같이 전체적인 비용이 많이 소요되는데 해외에서 투자를 받게되면, 제작사가 부담해야 하는 초반 비용에 대해서 많은 부분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또한 공동제작을 결정했다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경쟁력을 인정한 부분이기에 해외 세일즈와 흥행에 많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면, 당연히 부정적인 요소도 있다. 우선 해외공동제작을 진행하지 못하면 제작사에서 작품을 완성하기 굉장히 어려워지고 중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계약서를 작성할 때 문구 하나로 인해 손해를 볼 수 있는 것도 그렇고, 제작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 제작을 위한 투자금액이 계약서에 명시한 내용과 시기에 맞게 투입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특히 유럽과 미국의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더 많은 경험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는 우월감에서인지 한국측에서 기획한 작품의 스토리를 자신들에 맞게 많은 부분 수정을 가하거나 새롭게 바꿔버린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기획은 한국에서 했지만, 어찌보면 새로운 방식의 하청작품으로 변질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는 공동제작을 진행하면 자신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의 카피라이트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유럽과 진행할때 이러한 경우가 많다. 즉, 유럽과 국내 또는 아시아에서 상호권리를 갖고 있는 카피라이트의 주체가 각각 나뉘게 된다. 그리고 상호지역에서 판매된 구체적인 데이터를 교환하기 원치도 않는다. 그저 카피라이트를 갖고 있는 주체가 그 지역에서 알아서 하면 된다. 이것이 합리적인 것 같지만, 이러한 방식은 애니메이션 콘텐츠라는 특성을 살리기가 굉장히 어렵고,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된다고 100% 장담할 수 없다. 차라리 각 지역에 대한 수익을 분배하고, 각 시장에서 획득하는 해당 작품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좀더 나은데, 그러한 방식의 계약이 쉽지만은 않다.
어찌되었든 이러한 어려움을 격으며, 현재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생존의 시간을 거치고 진화를 해 나가고 있다. 해외에서 한국 TV애니메이션 시리즈의 기획력을 점차 인정하고 있다. 아무리 어렵고 어려워도 끝까지 버틴다는 생각으로 이 시간에도 애니메이션을 기획 제작하는 스튜디오들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좀더 나은 진화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까 생각해보았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첫번째 작품의 경험을 살려서 차기작을 성공적으로 만들어가는 것과, 제작이 완료되지 않으면 애니메이션으로서 의미가 없는 특징에서 벗어나, 적은 제작비로 웹툰이나 동화등의 작품을 먼저 기획해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위한 자체 원작을 확보하여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방식도 있겠다. 아니면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영역을 더욱 넓혀나가는 것도 좋은 방안이라 생각한다. 페이스북을 통한 애니메이션, 스마트 TV에 적합한 애니메이션, 미디어 아트용 애니메이션 등 기존에 애니메이션하면 알고 있었던 한정적인 윈도우에서 벗어나 그 영역을 다양하게 만들고 넓혀나가야 하겠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진화는 순조롭게 이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진화는 이제까지 세계 시장에 애니메이션 영상을 판매하는데 주력을 하였다면, 캐릭터 머천다이징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진화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방법이 구체적이지는 않지만, 제작사들과 정부가 함께 고민해봐야 할 듯 하다. K-POP과 연계할 수도 있고, 인기있는 드라마와 함께 연계할 수도 있고, 유통망 개발을 위한 투자의 방식일 수도 있겠다. 그 방법은 고민해본다면 분명히 찾아나갈 수 있을 듯 하고 한국 3D 컴퓨터 애니메이션은 생존과 진화라는 내용에서 벗어나 한국 애니메이션 자체의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