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디지털, 인터넷 그리고 독립영화
요즘은 대부분의 콘텐츠가 디지털로 생산되고 소비되고 있다. 책은 물론이고 만화와 음악, 그리고 영화까지. 이렇게 세상의 모든 콘텐츠는 이미 디지털로 변해있고 소비되고 있지만, 아직도 몇몇 사람들의 생각은 아날로그적 제작방식의 생각에 머무르고 고집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DRM1) 서비스를 들 수 있겠다. 디지털의 속성 중 하나가 원본의 내용과 동일하게 ‘복제’할 수 있는 기능인데 이 기능을 무시하고 차단하려다 보니 사용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게 되고, 결국 디지털 콘텐츠의 복제를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음악과 영화에서 DRM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그 힘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이것은 디지털로 변해버린 세상에서 아직도 디지털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날로그적 사고방식으로 세상을 지배해오던 사람들의 저항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와같이 디지털로 변화를 거부하는 아날로그 시대 지배자들의 저항은 앞으로도 수도 없이 겪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렇게 이미 세상은 변했고 누구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변화는 기존 질서에 순응하려는 세력에게는 위기이고 새로운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던 사람들에게는 기회이다. 그렇다면 이 변화된 세상에 빨리 적응해야 할 것 아닌가. 자, 그러면 독립영화와 단편영화는 어떻게 디지털을 이용해야 할 것인가? 디지털과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보고 싶은 영화를 찾고 선택하는 방법이 점점 변하고 있다. 영화와 관객의 접점이 달라지고 있다. 멀티플렉스 상영관이 유행하기 전, 일간지 지면 아래 광고란은 영화의 개봉을 알리던 유일한 공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 후 인터넷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포털서비스의 배너 광고는 개봉되는 영화의 정보를 얻는 주된 공간이었다. 현재도 일부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여전히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면서 이런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엄청난 비용대비 효과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현재 대부분의 개봉영화 홍보는 페이스북, 트위터로 대변되는 SNS와 블로그에서의 입소문을 장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신문광고에서 인터넷 배너 광고로, 그리고 SNS와 블로그를 통한 입소문으로, 점점 광고비용을 덜 들이고서도 개봉영화를 알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럼 앞으로는?
이런 상상을 해보자. 나는 IPTV에서 박찬욱 감독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검색을 한다. 박찬욱 감독의 작품리스트가 보이고 감독이 아닌 제작자로 참여했던 <미쓰 홍당무>라는 작품도 함께 보인다. 박찬욱 감독이 제작한 작품이라니 관심이 간다. 어떤 작품인지 궁금해서 작품 정보를 좀 더 보기 위해 찾아보니 작품의 감독 이름이 ''이경미''라고 나온다. 이경미 감독의 작품 리스트가 옆에 보이고, 그중에는 감독이 학생 시절에 만든 <잘돼가? 무엇이든>이라는 단편 영화가 보인다. 어렴풋이 예전에 영화제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작품이라는 기억이 떠올라 작품 정보를 더 찾아보니 주연배우인 최희진, 서영주가 나온다. 서영주 배우와 연관된 작품으로 최근 개봉한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에 감독이자 주연이라는 정보가 보이고, 작품 상영정보가 보인다. 배우 서영주와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생긴 나는 이번 주말에 이 작품을 보기 위해 예매를 한다. 작품을 보고 난 후 꽤 만족스러워서 내 블로그에 작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서 내 친구들에게 블로그의 글을 알린다. 내 친구들 중 몇몇은 나의 리뷰를 보고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관람 했다고 한다.
실제 이야기는 아니고 상상력을 동원해서 지어낸 이야기이지만, 현재도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여전히 마케팅 비용에 어느 정도 비례해서 흥행이 되는 경향이 있겠지만, 앞으로는 점점 마케팅 비용과 흥행은 무관해지리라고 예상해 본다. 문제는 작품의 퀄리티이고 잘 만들어진 작품은 충분히 인터넷을 통해서, 사람들의 입과 글을 통해서 퍼져 나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영화의 경우는 아니지만 요즘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어떻게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인터넷을 통한 뮤직비디오의 공개와 SNS를 통한 확산에 있다. (<강남스타일>의 확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을 보려면 다음 링크를 참조 - http://blog.muzalive.com/284) 비록 외국의 경우이긴 하지만 단편영화를 제작해서 유튜브에 공개하고 사람들의 입소문 덕분으로 장편영화의 제작비용을 마련한 사례도 찾아볼 수 있다. (참조글: ''소통과 주목 두번째 이야기'' - http://www.kmdb.or.kr/indie/board/column_list.asp?seq=21&GotoPage=3)

위와 같은 상상이 더욱 빈번하게 벌어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잘 구축된 영화 정보에 대한 웹 아카이빙2) 시스템이다. 여기서 이야기한 ‘잘 구축된’에는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지만, 세 단어로 줄여서 이야기하자면 검색, 분류, 추천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검색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영화 정보 서비스에서는 잘 구축되어있다고 생각하고, 문제는 분류와 추천 시스템 구축에 있다. 위의 경우에는 박찬욱 감독에서 <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로 연결되기까지 “박찬욱-미쓰 홍당무-이경미-잘돼가? 무엇이든-서영주-나나나:여배우 민낯 프로젝트” 이렇게 총 6단계를 거쳐야 했지만 개인화 된 추천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있고 정교화된다면 2-3단계 만으로도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웹 아카이빙에서 필수 요소인 분류와 추천 시스템이 독립영화에 있어서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와 같은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태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상업영화와 경쟁하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다른 방법을 선택해야 하고 그 대안 중 하나가 디지털과 인터넷의 활용이라고 생각한다. 홍보와 광고에 큰 비용을 들일 수 없는 독립영화의 경우 포털 등의 배너광고를 통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어 직접적인 선택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위와 같은 방법으로 2-3단계를 거친 후 추천 방식을 통해서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충분히 고려해볼만 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의 예에서 보는 것 처럼 인터넷 서비스의 강점 중 하나가 오프라인에서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롱테일 효과’ 아니던가. 물론 독립영화에서도 대박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꾸준히 관객에게 선택되어서 소비될 수 있는 장수 작품을 만드는 일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독립영화 제작은 지속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 선택은 여러분에게 달려있다. 몸은 이미 디지털로 변해있지만, 머리는 아날로그를 고집하는 괴물이 될것인가, 아니면 몸과 머리 모두 디지털화 되어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여 세상의 변화를 주도할 것인가?
1) DRM
출판자 또는 저작권자가 그들이 배포한 디지털 자료나 하드웨어의 사용을 제어하고 이를 의도한 용도로만 사용하도록 제한하는 데 사용되는 모든 기술들을 지칭하는 용어다. 이는 종종 복사방지, 기술 보호 장치와 혼동하기도 한다. 앞의 두 용어는 디지털 권한 관리 설계의 일부로, 이런 기술이 설치된 전자장치 상의 디지털 콘텐츠에 대해 사용을 제어하는 데 사용되는 기술을 지칭한다.(출처: 위키피디아)
2)아카이브
기록 보관소, 기록물 보관소, 기록보존소, 공문서관은 역사적 기록물을 모아둔 곳을 가리키며, 이와 같은 뜻인 아카이브(archive)는 역사적 기록물 자체를 뜻하기도 한다. 기록 보관소는 개인이나 단체가 생존하고 있던 기간 동안 쌓아 온 1차적인 자료물을 보관한다. (출처: 위키피디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