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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휴일

이만희, 1968

[한국영화걸작선]휴일 대표 이미지

1968 년 만들어져 검열 문제로 상영되지 못했다가 2005년 관객들에게 소개된 <휴일>은 일순간에 당대의 시네필을 사로잡았다. 주변으로 밀려난 청춘의 모습과 모던한 영화의 짜임새가 시간을 가로 질러 다가 왔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도시의 자연에 놓인 나무, 풀, 소품, 조형들은 인물과 불화한다. 휴일의 위안은 오지 않는다. 영화는 시네필적 현현의 순간이라고 부를 만한 시각적, 감정적 동요와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흙바람 날리는 공원에 서있는 무기력한 연인 그리고 그 프레임을 침범하는 나뭇가지들은 치유불가능한 듯 보이는 삶의 비극들을 슬그머니 주입한다. 
영화 오프닝 ,기울어진 앵글, 사각으로 포착된 명동성당과 소나무가 실루엣으로 보인다. 이어 남자의 발걸음이 클로즈업된다. 보이스 오버가 들린다. 

‘그 여자의 이름은 지연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일요일에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몇 개의 깃발이 펄럭대는 장충 체육관 외부에서 남자 허욱 (신성일)이 안에서 들리는 관중들의 함성을 지나쳐간다. 이러한 사운드와 이미지의 디자인은 전체 영화의 톤을 응축 적으로 전달한다. 
<휴일>은 일요일 오전 10시 17분, 허욱이 택시를 공짜로 얻어 타는 것에서 시작해 , 전차 운행이 끝나는 시간 , 원효로 종점 무렵에서 끝난다. 이 하루가 못되는 시간, 우리는 허욱이 지연(전지연)과 남산에서 만나고, 그녀의 중절 수술비를 위해 친구의 돈을 훔치는 등의 사건들을 보게된다. 
이 가난한 연인의 이야기 보다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조율하는 것은 어떠한 무드다. 무드는 관찰 가능한 심리적 상태이자 감정의 조합이다. 예의 사각 앵글과 프레임 중앙을 벗어난 인물의 배치 , 그 프레임을 틈입한 공원의 빈 나뭇가지들, 시멘트 빌딩, 애조 띈 음악의 반복은 이 무드를 오케스트레이션 하는 스타일로 다가온다. 가난에 몰린 하릴없는 청춘. 노동도 휴식도 가능하지 않은 휴일의 죽은 시간과 공간을 배회하는 아름다운 젊은 남녀가 처한 위기, 청춘의 빛나는 삶의 약동은 여기엔 없다. 우울이 지배한다. 
1968년 이러한 우울은 반사회적이고 무기력한 것이라기보다는 소극적인 저항의 함의를 가질 수 있다. 박정희 시대의 개발동원체제, 군대식개발동원체제 하에서 노동과 생산, 동원에 부적합한 이러한 정조는 오히려 반국가적 범주에 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허욱이 머리를 깎고 군대에 가는 것으로 영화의 결말을 처리하면 통과시켜 주겠다고 한 검열당국의 지적은 역설적이게도 이 영화의 정조를 잘 이해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972년의 10월 유신을 몇 년 앞둔 3기 (1968-1972) 에 만들어져 이런 검열의 요구에 응하는 대신 상영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휴일>의 경우 이 우울 무드는 당시 수출 드라이브 사회, 1969년 신년사인 ‘싸우면서 건설하는 해’라는 사회적 조증을 거스르는 것이다.
수출 드라이브라는 경제적, 정치적 명령이 사회를 지배할 때 지식인 층에 속하는 개인과 집단의 심리적 드라이브는 죽음을 향한 드라이브 ( the death drive, todestrieb) 로 기울어져 가며 특히 청춘이 그러한 경사로의 하향선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현재 프린트가 남아있지 않는 <다이알 112를 돌려라> ,<만추>등은 당시 <영화세계>나 <주간한국>,<조선일보>등의 평을 보면 , 평단의 호감이 이만희가 자아내는 무드에 집중하고 있다. <만추>에 대해 조선일보는 “ 66년도 수작. 짜릿한 시정과 함께 가슴 메는 인간의 고독, 뛰어난 영상과 ‘무드’의 66년도 수작”이라고 평했다. <휴일>은 개봉되지 않아 평을 확인할 수 없으나 이만희 감독의 다른 작품들과 이 무드를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폭압이 전제하던 시절, 일요일이라는 노동, 생산, 동원의 시간체로부터 상대적으로 벗어난 단위의 시간, 휴일을 선택해 이만희의 무드와 스타일은 죽음의 드라이브를 수출의 드라이브와 오버랩 시킨다. 그 무심한 듯 보이는 포개짐에서 드러나는 것은 수출 드라이브 사회의 죽음에 이르는 비활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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