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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상아탑 속의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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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이 한국의 상아탑 속으로 들어 온지 필자의 기억으로는 언 15년이 넘어가는 듯하다. 세대별로 보자면 하청 애니메이션이 90년대 초까지 주류를 형성하고 있었던 상황에서 90대 초에 이용배 감독의 <와불>, 전승일 감독의 <내일인간> 등의 독립애니메이션이 미술운동의 확장과 더불어 OEM 애니메이션의 대안으로써 등장했다. 

그 쯤, 디즈니의 상업 애니메이션 영화들이 한국영화 시장에서 큰 흥행을 이루기 시작하면서 <라이온 킹>의 수익과 현대차 수출량을 비교하며 한국의 각 매스컴 마다 애니메이션 산업을 전도유망한 산업으로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 흐름을 타고 애니메이션의 학문적 탐구보다는 차세대 산업으로서의 기대로 전문대에 애니메이션과가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몇 년 안돼서는 그 모양새가 우후죽순이 되어 버렸다. 그와 상반되게 종합대학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아주 서서히 흡수하였는데 이는 상아탑에서 애니메이션을 바라본 시선에 대해서 추단해 볼 수 있다.

예술적 성취보다는 배불리기가 우선이었던 그 당시의 OEM 토대 위에 국가적 차원의 산업적 기대가 한국의 애니메이션 전공자들을 무수히 배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그 와중에도 애니메이션을 미학적인 태도로 접근했던 artist들이 교수진으로 참여하면서 창의적이고 다양한 창작 애니메이션들이 생산된 긍정적인 흐름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그 결과물에 대한 평가 역시 예술적 성취 보다는 국위선양의 의미가 부각되었던 것도 사실이다.

90년대만 해도 한국의 학생 작품들이 세계 4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진출한 사실은 일간지에 기사화 될 정도로 나름 큰 사건이었다. 최근에 들어서는 그 결과가 산업적 효과를 낫지 않음을 깨달은 것인지 이 사회의 관심도가 급격히 떨어졌음을 우린 체감하고 있다. 김기덕 감독의 실사영화 <피에타>가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면서 한국사회가 잠시 환호작약했지만, 애니메이션영화가 국제사회에서 그와 상응하는 예술적 평가를 받았던들 한국사회는 분명 <피에타>와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왜냐면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의 존재 목적 혹은 기대는 현대차의 수출량을 뛰어 넘어야 하는 역할로 그 위치가 정해졌기 때문이다.

그런 역사와 의식의 토대 위를 밟아 온 상아탑 속 애니메이션은 15년이 훌쩍 지난 지금,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을까... 올해 독립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인디애니페스트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덕에 그 문제에 잠시나마 빠져있는 기회가 되었다. 예선에서 접수된 150여편이 그 문제에 해답을 주기에는 너무나 빈약한 근거가 될 수밖에 없겠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텍스트 안에는 그들의 인식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한 사실일 것이다.

전체적으로 매년 발전 하고 있는 뛰어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고무적인 일이었지만, 역시나 올해 인디애니페스트에 출품 된 대다수의 작품이 위에서 열거한 애니메이션의 태생적 위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이는 여전히 상아탑 속에서 예술적 통찰 혹은 학문적 탐구 보다는 자본시장의 욕망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었다.

물론 모든 애니메이션이 예술성을 갖출 이유도 시장의 욕망을 부정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럼에도 속세(?)에서 벗어난 상아탑이라는 공간이라면 그 의미를 어디에 둬야 하는지는 좀 더 명확해지지 않을까 싶다.(소수였지만 속세의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기언어로 세상과 소통하려는 작품들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다음 기회에 그 작품들에 대해 소개하고 싶다.)

작금에 한국이라는 나라는 학문의 가치조차 시장의 논리로 평가 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애니메이션계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다. 얼마 전 예술 활동을 취업률로 평가하여 부실 대학으로 낙인찍힌 어느 대학의 사례만 봐도 그 사태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이렇게 2년 내지 4년 동안 키워온 욕망이 실현 가능하다면 그나마 그들의 행보가 멈추지 않을진대 아쉽게도 그 욕망은 실현되기 어려운 것이 현재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의 깜냥이다.

영민한 그들 또한 이 상황을 너무나 잘 파악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이 바닥을 떠나고 등을 진다. 동시대에 살아가는 동업자로서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그들과 함께 작업대에 앉아 있지 못한다는 것은 참 끔직한 일이다. 현존하는 애니메이션 정책들 또한 그 대안을 마련하고 있지 못해 답답함이 더 크다. 나름 지난한 고민들을 해보며 내린 생각들은 한국의 상아탑에 애니메이션이 들어오게 된 토대를 개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산업적인 기대 위에 뿌려진 씨앗이 아닌 예술적 가치로써의 애니메이션, 삶의 통찰로써의 발현을 애니메이션으로 실현시키는 학습이 상아탑에서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한다. 그 즐거움을 맛본 자로서 그 쾌감은 어떤 시장의 논리로도 좌절시키지 못함을 확신한다. 아니 오히려 그 시장을 뛰어 넘을 수 있는 시장성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애니메이션을 현대차 수출량과 비교하는 몰지식한 일은 일어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약 상아탑 속에서의 애니메이션만큼은 자본의 이용가치로써가 아니라 예술로써의 절대가치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면 애니메이션을 시장 논리로 판단하고 좌절하게 되는 자기혐오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만약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한국의 애니메이션계는 예술적 능력이 가장 출중할 시기에 있는 그들을 더 이상 끌어안을 능력도 자격도 상실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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