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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걸작선]마이 제너레이션

노동석, 2004

[한국영화걸작선]마이 제너레이션 대표 이미지

2000년대에 출현한 비범한 한국 감독들이라는, 좀 이상하고 불명료한 세대론적 명단을 나는 때때로 적어 본다. 내가 생각하는 그들 중 일부는 지금도 영화를 만들고 있으나 일부는 소식이 없다. 2004년 겨울에 <마이 제너레이션>으로 데뷔한 노동석의 경우가 후자다.“청춘의 조난신호”라는 홍보 카피가 당시에 쓰였던 것 같은데, 나중에 들으니 감독은‘창백한 젊음’이라는 카피도 고려했다고 한다. 영화감독이 꿈이지만 고기집에서 숯불을 옮기거나 결혼식 비디오를 찍으며 별 희망 없이 살아가는 병석(김병석)과 우울해 보인다는 이유로 직장에서 쫓겨나기 일쑤거나 사회적으로 미숙하여 사기를 당하는 재경(유재경). 이 가난한 연인의 힘겨운 겨울이 흑백 화면에 담겨 있다. 나와 거의 동년배인 감독이 <마이 제너레이션>이라는 제목을 붙였기에 이것이 곧 나의 세대에 관한 이야기는 아닌가 하며 극장에 들어서던 게 지금도 기억난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세대와 청춘에 관한 뛰어난 영화로 많이 언급됐다. 그 때문에 당대의 시대를 리얼하게 비춘다는 평가도 많이 받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의 성취가 사회적인 지표와 거울이 되는 것, 그 너머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가난한 청춘에 관한 영화는 늘 있어왔다. 이즈음 88만원 세대에 관한 영화들이 많이 출현한 것도 하나의 예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들 영화들이 대부분 영화적으로 무기력한 경우들을 보면서 나로서는 <마이 제너레이션>을 더 간절히 떠올리게 된 것 같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단지 사회적 의지나 의도의 반영으로서의 결과물이 아니라 시네마틱한 절절한 순간들이 영화 곳곳에 스며 있는 희귀한 작품이다. 

감동적인 몇 장면이 있다. 재경이 사채업자의 사무실에서 쫓겨난 날 병석과 재경은 영업이 끝난 고기집에서 철문을 걸어 놓고 분명 맛이 없어 보이는 샐러드 한 접시를 뒤적거리며 쓸쓸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들의 대사를 들을 때마다 번번이 견디기 힘든 감정이 나의 저 밑에서부터 울컥 올라온다. 그 대사들이 특별해서가 아니라 이 평범한 대사들이 오고 갈 때 존재하는 그 쓸쓸한 침묵의 리듬이 특별해서다. 또는 병석이 자기 보다 더 어린 동네의 청춘들과 다리 밑에서 공놀이를 할 때 딩동 거리며 음악이 들리는 순간도 잊기 어렵다. 저기 멀리 보이는 인물들의 폴짝거리는 몸짓과 음악소리가 뒤섞여 시청각적으로 아득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또는 배가 먹고 싶다며 남의 배 밭에 앉았지만 배를 따서 훔치는 대신 떨어지는 배를 주워 먹기로 결심한 병석과 재경이 각자 자기들의 배를 두드리며 “배, 배, 배, 배”하고 배나무 밑을 걸어 다니다가 결국에는 빈손으로 뒤돌아갈 때, 그리고 그 때 배 하나가 그들의 등 뒤에서 툭 떨어질 때, 그 순간 도덕을 지키는 사람에게 꼭 달콤한 과실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그 냉정한 현실이 떠오를 때, 이 장면은 영화적으로 유머러스하면서도 비정하기 이를 데 없다. 더 많은 장면이 있지만 지금은 그치는 게 좋겠다. 

영화 평론가 허문영은 언젠가“<마이 제너레이션>의 장점 중 하나는 공간 혹은 장소의 물질성에 대한 감각이다”라고 쓰면서 이 영화의 후반부 청계천 장면을 예로 들었다. 전적으로 공감하는 이 말을 흉내 내어 나는 한 가지를 더 덧붙이고 싶다.‘마이 제너레이션의 장점 중 하나는 인간 혹은 사람의 됨됨이에 대한 감각이다’그러니까 이 말은 위에 열거한 장면들과 연관이 있다. 

이 영화에 시네마틱한 절절함이 있다고 앞서 말했다. 영화가 영화적으로 훌륭해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누구는 앵글을 잘 잡고 누구는 기가 막힌 숏을 만들고 누구는 구성이나 배열이 좋으며 누구는 스타일이 좋을 것이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사람을 잘 그린다. 아니 잘 그리는 게 아니라 잘 느낀다. 영화가 잘 느끼기 때문에 우리도 잘 느낀다. 단지 감독이 배우를 뛰어나게 연출했다는 말로는 어딘가 부족할 정도다. 나는 홍상수 이후에 감독이 자기의 배우를, 영화가 자기의 인물을 이토록 잘 느끼는 영화를 본 기억이 흔치 않다. 때문에 내게는 <마이 제너레이션>의 인물들의 그 어느‘인성’이 혹은‘사람의 됨됨이’가 말 그대로 육화되어 느껴진다. 그것이 이 영화가 더없이 소중한 이유다. <마이 제너레이션>은 돈에 갇힌 사람들의 곤경이라는 사회적 절박함을 다루어서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고 품고 또는 살아 있게 하려는 영화적 절박함이 비범하게 표현되어 있기에 실로 중요한 영화다. 

노동석의 영화는 두 번째 작품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를 끝으로 소식이 없다. <마이 제너레이션>의 이 특별한 감성을 지속할 수 있는 기회가 감독에게 돌아가지 못한 것은 한국영화계로서도 개탄할 만한 일이다. 이건 한 개인적 재능의 오랜 유실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한국영화사에 새롭게 새겨질 수 있었던 어느 시네마틱한 창작력의 지속성이 끝내 단절된 사례이기 때문에 그러하다. <마이 제너레이션>을 떠올린 것은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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