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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연재][스티븐 킹, 여름, 영화 #0]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테마연재][스티븐 킹, 여름, 영화 #0] 칼럼 연재를 시작하며 대표 이미지

소설가 스티븐 킹이 한국에서는 언제부터 유명해졌을까. 이런 질문으로 글을 시작하는 이유는, 스티븐 킹의 유명세에 비해 한국에서 도통 그의 번역된 소설을 구하기 힘들었던 시절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시기에 그를 인식할 수 있었던 유일한 기회는 영화였다. <캐리>(1976), <샤이닝>(1980), <스탠 바이 미>(1986), <런닝 맨>(1987), <공포의 묘지 Pet Sematary>(1989), <미져리>(1990)의 원작자가 모두 한 사람이라는 놀라운 사실을 접하면서 ‘스티븐 킹’이라는 이름을 각인했고, 그의 책들을 찾아보려는데 번역본이 왜 이리 없단 말인가, 라는 놀라움과 탄식을 동시에 내뱉어야 했던, 아마도 그 시기는 1990년대 초중반이었을 것이다.

대학 도서관에서 검색 키워드로 ‘스티븐 킹’을 넣고도 그 결과가 허름해 절망하며 겨우 빌린 옛날 판본의 「캐리」를 기숙사 침대 위에서 읽으며 소름 끼쳐 했던 기억이나, 피터 스트라우브와 공저이긴 하지만 비로소 신간 소식으로 스티븐 킹의 소설이 나왔다는 신문 단신을 보고 기쁨에 복받쳐 곧바로 서점에 달려가 사버렸던 「부적 The Talisman」에 대한 기억, 대학교 교직원이 「신들린 도시 It」 읽는 걸 보고 동지를 발견한 듯 의미심장한 눈웃음을 날렸으나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던 순간, 후배에게 「멈춰버린 시간 The Langoliers」(「스티븐 킹, 미스터리 환상특급 Four Past Midnight」에 실린 중편)의 줄거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요하게 이야기해줬던 심야의 자취방 추억. 이때만 하더라도 이 글로벌 스타 작가는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나만의 작가이기도 했다. 주변에 아는 이가 없었다. 

그러다 슬슬 많은 스티븐 킹의 소설들이 번역되어 나오기 시작했고, 결정적으로 프랭크 다라본트의 <쇼생크 탈출>이 대중적으로 인기를 얻은 후, 2000년대 초 황금가지에서 스티븐 킹의 대표작들을 시리즈로 내놓으면서 나는 나만의 작가를 놔줄 수밖에 없었다. 예정된, 당연한 수순이었다. 그로부터도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그는 지금도 내가 읽는 속도보다 더 빨리 글을 쓰는 건 아닌가 할 정도로 왕성한 필력을 자랑하고 있다. 성공적이거나 실망스럽거나 관계없이 그의 원작에 대한 영화나 드라마들도 매년 시도되는 중이다. 특히 올해 여름은 빌 호지스 3부작의 마지막 작품 「엔드 오브 왓치」가 번역 출간되었고, 미국에서는 1부인 「미스터 메르세데스」의 드라마가 막 시작되었다. 8부작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린 「다크 타워」를 영화화한 작품이 곧 개봉되며 9월이면 많은 사람들이 꼽는 그의 대표작 <그것>이 이전 TV 미니시리즈 이후로 처음 영화화되어 개봉한다. 스티븐 킹의 단편 <더 미스트>를 10부작으로 각색한 TV 시리즈가 현재 미국에서 방영 중이고, 이 드라마는 국내에서도 넷플릭스를 통해 8월 중 공개될 예정이다. 자 다시, 약간 변형된 질문. 소설가 스티븐 킹은 이제 한국에서 유명한가. 말해 뭐하겠는가. 

오래된 스티븐 킹의 팬으로서 이런 여름을 그냥 보낼 수는 없었고 그래서 KMDb에 미니 연재를 기획하게 되었다. ‘스티븐 킹, 여름, 영화’라는 두루뭉수리 한 칼럼 주제 아래 세 명의 필자를 섭외했다. 「다크 타워」 시리즈를 번역한 장성주 번역가의 「다크 타워」에 대한 글을 시작으로, 이다혜 북칼럼니스트의 ‘스티븐 킹의 무시무시함을 의외로 영상으로 옮기기 힘든 이유’와 그다음으로 조원희 감독의 ‘그럼에도 내가 사랑하는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들’에 대한 글이 1주일에 한 편씩 차례로 올라간다. 모두 내로라하는 스티븐 킹의 팬이다.

올여름은 유독 비가 많다. 어둡고 음산한 여름 하늘 아래 여러분은 검은빛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꼬마아이의 한쪽 팔을 뜯어간 피에로가 도사리고 있는 검은 하수구, 돼지 피를 뒤집어쓴 십대 여자아이가 살육을 벌이기 직전 번쩍이는 검은색 눈동자, 리타 헤이워드의 대형 포스터 뒤에 은밀하게 감춰진 검은 동굴, 죽은 시체를 살려 돌려보내는 어둡고 깊은 인디언 묘지, 끝없이 걸어야 하는 소년들을 향해 장전되어있는 검은색 총구, 1963년의 역사를 바꿔버린 후 도착한 현재의 검게 휘몰아치는 하늘, 끝없이 희지만 암흑의 그림자로 가득한 오버룩 호텔의 미로 정원, 사랑한다 말하며 도끼로 내려찍는 애니의 검은 입, 가족에게 떨어져 길을 잃은 소녀가 헤매는 암흑의 숲, 전기의 힘으로 죽음을 초월하려는 목사가 불러내는 어둡고 끔찍한 사후 세계, 진흙이 잔뜩 묻은 이불이 별도 없는 시커먼 한밤에 선사하는 기이하고도 둔탁한 공포. 예상했겠지만 이 목록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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