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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팀 버튼 전, 한국 상륙!

[칼럼]팀 버튼 전, 한국 상륙! 대표 이미지

<빈센트>에서 <프랑켄위니>에 이르기까지, 애니메이션과 영화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괴하고 발칙한 상상력으로 대중을 사로잡은 천재 감독 팀 버튼의 전시가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서울시립미술관에서 현재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 몇 주 전, 자신의 전시 오픈에 맞춰 한국을 방문했던 팀 버튼이 서울의 한 시장에서 빈대떡과 막걸리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SNS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지면서 평소 그의 작품을 흠모(?)해 왔던 한국의 팬들이 흥분하며 여기저기서 들썩이기까지 했다. 

2009년 11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서 팀 버튼이라는 잘 나가는 상업영화 감독의 이름을 건 회고전의 개최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희소식이었겠지만 이는 분명 이례적인 시도였으리라 생각된다. 뉴욕의 첫 전시에서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으며 성공을 거둔 <팀 버튼 전>은 이후 호주 멜버른, 캐나다 토론토, 프랑스 파리 등을 거쳐 서울에서 대미를 장식하게 되면서 마침내 한국 관객들도 그의 전시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 

워낙 화제의 전시여서 그런지 주말에는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는 소식을 이미 접한터라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전시를 즐기고자 하는 마음에서 평일 오후를 골라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 ‘아뿔사!’ 입구부터 이미 관람객들로 복잡 거렸지만, 역시 팀 버튼의 전시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감독 자신조차 언뜻 기억해 내지 못한 먼지 가득한 상자 속에서 깨내 온 거친 연필 스케치 드로잉을 비롯하여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방금 옮겨 적어놓은 듯한 개인적인 메모들과 냅킨 위의 낙서들이 가장 먼저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평소 쉽게 만날 수 없었던 감독의 페인팅, 그리고 작품 속에 등장했던 사랑스러운 변종 캐릭터들에 이르기까지 약 860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양의 작품들이 전시장 2, 3층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인터뷰에서도 이미 밝혔듯이 ‘전시 작품 대부분이 대단히 개인적인 것들이 많아서 마치 더러운 빨래감을 남들 앞에 진열해 놓은 기분’이라고 염려했다지만 보는 이들은 마치 감독의 개인적인 창작의 과정을 몰래 훔쳐보는 즐거움과 함께 아티스트로서의 독특하고 그로테스크한 감수성과 스타일 그리고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경계를 넘나들며 키워 온 판타지의 세계를 한 자리에서 모두 만나 볼 수 있는 상상 그 이상의 것을 경험 할 수 있었던 전시였다. 

팀 버튼의 전시를 보고자 지루하게 기다려야 하는 긴 줄을 마다않고 작품 하나하나를 꼼꼼히 바라보며 즐기고 있는 관람객들의 얼굴을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한국 혹은 외국의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전시가 열리게 되더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까? 아, 질문을 다시 해야 될 것 같다. 미술관에서 과연 그런 전시에 관심이나 있을까? 물론 팀 버튼이나 픽사처럼 유명 감독이나 잘 나가는 스튜디오의 전시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넌센스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유럽이나 가까운 일본에서는 독립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작품에 관심을 갖고 현대미술관이나 해외 갤러리 등지에서 크고 작은 전시를 꾸준히 시도하고 있다. 새삼스럽게 <아버지와 딸>의 마이클 두덕 드 비트 감독의 전시를 보기위해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작은 갤러리를 알음알음으로 찾아갔던 기억과 <두산>의 코지 야마무라 감독의 전시가 궁금해서 히로시마 페스티벌 기간 중에 따로 일정을 잡아 그 지역의 현대 미술관을 찾아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팀 버튼 감독처럼 화려한 유명세를 떨치고 있지는 않지만, 이들의 소소한 작품세계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며 세상과 소통시키려는 큐레이터가 있고, 미술관이 있기에 나는 상영관 이외의 공간에서도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또 다른 감수성과 예술에 대한 열정을 만날 수 있었다. 

해외 유명 감독의 숨겨진 작업 세계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경험이다. 그래서 이런 좋은 전시들을 계속 만날 수 있는 기회가 한국에서 지속되기를 바라는 마음도 간절하다. 그런 가운데 가끔은 아주 가끔은 우리 애니메이션 감독들을 비롯한 해외의 다양한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들의 작품들도 상영관 이외에 미술관이나 갤러리라는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 날을 위해, 아티스트 여러분! 이제부터라도 아이디어 스케치나 무심코 수첩이나 냅킨에 끄적거렸던 메모, 드로잉들 버리지 마시고 잘 모셔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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