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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디포럼은 지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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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인디포럼 작가회의’ 비상회의가 긴급하게 열렸다. 사무국장이 개인사 때문에 갑자기 일을 관두게 된 탓이다.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함께 그 대안을 찾아야 하는 회의. 인디포럼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무국장직을 했던 분의 돌연한 사퇴 소식이라 충격이 상당했다. 

각 포지션 별로 업무 분담이 되어 있는 ''국제영화제''급의 규모가 아닌 작은 영화제들의 경우, 사무국장직은 거의 모든 업무를 관리해야 하는 총사령관에 버금가는 자리다. 그런 자리가 흔들리면, 영화제 전체가 위태로워진다. 

내심 그 자리에 가고 싶지 않았다. 인디포럼 작가회의 의장직을 맡은 지 10여 년 되었는데, 이제 다섯 번째로 사무국장직이 바뀌어야 하는 순간의 곤혹스러움이랄까. 박봉, 과중하게 지워지는 업무 스트레스, 무엇보다 미래에 대한 비전의 부재, 그 탓에 떠나는 사람은 많은데 오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 그러나 작은 영화제들의 심장 역할을 하는 그런 역설의 자리. 또한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과 인내심이 없으면 조금이라도 견뎌내지 못하는 험한 마음자리. 비단 인디포럼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작은 영화제들이 다반사로 겪고 있는 만성의 통증이다. 

게다가 설상가상, 올해 영화제를 끝으로 나 역시 의장직을 ''정말로'' 그만두겠다고 공언한 상태에서 벌어진 사건. 답답함이 밀려왔고, 회의가 열리는 사무실에 바로 올라가지 못한 채 밑에서 담배만 연신 뻐끔거렸다. 당장 바로 위로 올라가서 '여러분, 우리 인디포럼 20주년 영화제도 올해 무사히 치렀는데, 깔끔하게 여기서 해산합시다!'라고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애초에 1, 2년 의장직을 맡겠다고 했지만, 이후 아무도 의장직을 하겠단 사람이 없어 지금까지 끌고 온 세월이다. 몇 년 전에는 정말 도망치고 싶어서 잠수를 탄 적이 있었다. 끝내 아무도 움직이지 않길래, 미어캣처럼 다시 소심하게 기어 나와 사무국을 꾸리고 한 달 뒤늦게 영화제를 열어야 했다. 여느 영화제와 달리, 감독들이 직접 영화제를 만드는 ''인디포럼 작가회의'' 특성이 그렇다. 자기 영화 일이라면 자다가도 짐승처럼 눈빛을 번뜩이지만, 그 외의 일에는 세상에서 가장 느려터진 게 영화감독들 아니던가. 

힘든 건 비단 작가회의 특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MB 정권 하에서는 영진위와의 두 번 소송에서 패배하고 빚더미에 올랐다. 그 빚더미가 굴러굴러 아직도 빚이 쌓여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촛불 시위'' 관련한 기재부의 지침 때문에 영진위 영화단체지원사업 기금이 점점 축소되고 있다. 내년엔 작은 영화제들에 대한 지원금이 아예 사라질지도 모른다. 

그나마 작년부터 서울시 문화사업 지원금으로 영화제를 꾸려오고 있지만, 인건비 지원을 '0'으로 책정한 이해 못 할 항목 때문에 사무국과 프로그램팀 등을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화 노동자들의 ''노동''을 단지 ''열정''으로 해석한 결과이지 싶다. 열정이나 재능 기부 따위로 영화제를 꾸리는 시대는 이미 지나지 않았나. 영화든 영화제든 결국 사람들이 만드는 거고, ''밥심''이 부족하면 사람들이 떠나기 마련이다. 

최소한 영화제 인력의 최저 생계 임금조차 제대로 담보하지 못하는 척박한 문화 생태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청와대의 인형극을 벌이는 영진위와의 끝도 없는 신경전, 그 피로감에 지쳐 모두 나가떨어질 만하다. 

인디포럼 영화제는 근 10년간 매년 빚과 통장 잔고 0원에서 시작해 다시 빚으로 끝이 나는 시시포스의 영원한 굴레에 갇힌 채 돌덩이를 굴려왔다. 감독들이 꾸려나가는 비경쟁 영화제다 보니 국내에서 가장 급진적인 독립영화들을 지지하고 영화 미학의 실험에 박수를 보내는 작가들의 공동체라는 허울의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실상은 바닥이 보이지 않는 수렁 속을 휘젓는 느린 속도의 발길질이 겨우 그 허울을 지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와중에 5년 넘게 인디포럼 안방에서 어려운 살림을 도맡아왔던 사무국장의 사표 소식은 그렇게 난데없는 청천벽력이었다. 도저히 못 해먹겠다 싶은 마음으로 담배를 비벼 끄고, 계단을 뛰어올라 사무실에 올라갔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는 회의실에 앉자마자 이렇게 외쳤다. '자, 오늘 인디포럼 해산합시다!'

그러나,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사람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회의실에 모인 인디포럼 식구들 얼굴이 보였다. 대부분이 나보다 젊은 감독들, 다급하단 비상 호출에 많이들도 모였다. 내가 던진 말을 기꺼이 농담으로 번역한 채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는 젊은 감독들, 나도 피식 웃고 말았다. 

아마도 인디포럼은 저 젊은 감독들에 의해 계속 지속될 것이다. 독립영화가 좋다고 그 후미진 사무실에 80년대 대학 동아리방처럼 꾸역꾸역 모여앉아 어깨를 겨누고 있는 감독들이 존재하는 한, 나 같은 선배의 피로감과 푸념은 그저 낡은 풍경이 될 것이다. 

그 날, 우리는 떠나는 사무국장에게 ''안식년''이란 형태로 발목을 다시 붙잡았고, 사무국이 정비되는 대로 새로운 의장을 선출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욕망이 존재하는 한 그렇게 시간은 지속되리라. 모든 고통도 풍경이 되리라. 덕분에, 나도 한 뼘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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