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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2016년, 내가 기대하는 영화 ③

[칼럼]2016년, 내가 기대하는 영화 ③ 대표 이미지

1. 설리 Sully (클린트 이스트우드, 2016)

그저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고마운 감독들이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바로 그런 이름들 중 한 명일 것이다. 2014년. 여든이 넘은 나이의 이 노감독이 <저지 보이즈>와 <아메리칸 스나이퍼>라는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에서, 그 장르로 인해 실패하는 영웅을 그려내면서 장르적인 영웅의 신화를 산화시키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그 놀라움과 감탄은 여전히 이스트우드가 할리우드에서 가장 중요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한 사건이었다. <저지 보이즈>에서 삶의 낙천성에 대해 노래하던 가수들에게도, <아메리칸 스나이퍼>에서 전장의 한복판에서 죽음을 심판하던 저격수에게도, 그들에게 드리워졌던 죽음의 그림자는 이제 이스트우드의 영화에 숙명적인 사건이 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공개될 이스트우드의 신작 <설리>는 2009년 1월 허드슨 강에 비행기를 성공적으로 불시착시켜 탑승객을 모두 살린 설리 슐렌버그의 일대기를 그리고 있다. 죽음에서 생명을 구한 영웅에 대한 이야기지만 우리는 이스트우드가 영웅의 위대함을 얘기하는 영화를 찍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다(IMDb에 따르면, 설리는 이 사건으로 영웅이 되지만, 그 이후로 이 영웅의 삶이 처절하게 망가진다, 라고 적혀져 있다). 과연 이스트우드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저격수처럼, 다른 사람을 죽임으로써 그 자신이 영웅이 되는 ‘성공적인 실패’를 경험한 ‘설리 슐렌버그’를 어떻게 그려냈을 것인가? 
 
2016년, 내가 기대하는 영화 ③

2. 내 친구 꼬마 거인 The BFG (스티븐 스필버그, 2016)

내게 2015년 최고의 영화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스파이 브릿지>였다. 이제 스필버그는 도저히 나쁜 영화를 찍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하는데, 원래부터 훌륭한 테크니션이었던 스필버그가 21세기부터 그 테크닉의 속도를 제어하는 방법을 알게 되다 보니 스필버그의 영화를 보면, 감독이 그 페이스를 조절함으로써 영화를 완벽하게 장악한다는 느낌을 가지게 만든다. 그것은 데이비드 핀처나 쿠엔틴 타란티노와 같은 느낌으로서의 장악이 아니라,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본인의 비전과 거의 똑같이 영상으로 구현되고 있다는 느낌으로서의 장악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 공개되는 스필버그의 신작 <내 친구 꼬마 거인>은 스필버그의 근작인 <워 호스> <링컨> <스파이 브릿지>와는 약간 다른 의미로 기대감을 갖게 만든다. 로알드 달의 원작 동화를 각색하였고, 스필버그가 처음으로 디즈니와 함께 만드는 영화인 이 영화는 여러모로 <이티>와의 접점이 보인다. 보호자가 온전하지 않은 아이. 우호적인 외계의 존재와의 만남. 게다가 <내 친구 꼬마 거인>의 각본을 쓴 사람은 <이티>의 각본을 쓴 맬리사 매티슨(그녀의 유작이다)이다. 역사 안에 휩쓸린 개인의 이야기를 그려온 근래의 영화에서 다시 원래 스필버그가 잘하던 판타지, 모험 영화로 돌아온 이 영화에서 스필버그가 어떤 영화를 완성시켰을지 궁금하다.


3. 뤼미에르 이전과 이후의 24프레임 24 Frames Before and After Lumiere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2016)

2010년과 2012년. <사랑을 카피하다>와 <사랑에 빠진 것처럼>을 만들면서 지난 2000년대에 본인이 만든 영화 형식과 작별한 키아로스타미가 다시 돌아온다. 올해 공개될 키아로스타미의 신작 <뤼미에르 이전, 이후의 24프레임>은 2000년대에 가장 혁신적인 영화를 만들었던 그때의 실험 정신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 작품이다. 24분 15초짜리로 구성된 4개의 단편 영화를 하나로 묶을 예정이라는 이 영화에서 키아로스타미는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정확한 내용이나 형식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현재 알려진 정보에 따르면 여러 사진과 그림(프랑수아 밀레의 ‘만종’이 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영상과 사운드가 복합적으로 사용될 영화라고 하는 동시에, 키아로스타미 영화로는 처음으로 그린 스크린이 등장한다고 한다. 근래 영화의 트랜드라고 할 수 있을 ‘익스탠디드 시네마’의 개념의 영화가 될 것 같은 키아로스타미의 이번 신작이 2002년에 키아로스타미가 영화 <텐>으로 보여준 디지털 시네마의 혁명처럼 영화의 새로운 개념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인지 기대가 된다.
 
2016년, 내가 기대하는 영화 ③

4. 슬픈 미스터리를 위한 자장가 A Lullaby to the Sorrowful Mystery (라브 디아즈, 2016)

라브 디아즈는 2016년 현재 가장 새로운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라브 디아즈가 가장 솔직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1896년부터 1897년까지의 연대기를 따라가는 이 영화는 다른 라브 디아즈 영화와 마찬가지로 상당히 긴 러닝타임(482분) 동안 스페인 식민지 시절의 필리핀 역사를 쫓아간다. 너무도 참혹하고 끔찍해서 차마 생생한 컬러로 그 모습을 볼 수 없다는 듯이 탈색시켜버린 라브 디아즈의 흑백 화면들. 1시간 30분에서 2시간 30분 사이에 잠깐 그 영화에 빠졌다가 그 러닝타임에 반비례되어 현실로 금방 빠져나올 수 있는 영화가 아니라 4시간에서 9시간까지 긴 러닝타임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 역사와 하나가 될 때까지 그 시간을 온전히 바라보게 만드는 라브 디아즈 특유의 영화적 태도가 그대로 묻어 있을 이 영화는 올해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이기도 하다. 


5. 파리 이즈 해프닝 Paris est une fete (베르트랑 보넬로, 2016)

베르트랑 보넬로가 2014년에 <생 로랑>을 들고 부산영화제를 찾았을 때 영화제 데일리에서 보넬로를 인터뷰를 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은 차기작에 대해 묻는 것이었고, 보넬로는 거기서 ‘8명의 젊은 청년들이 파리 시내에 폭탄을 설치하는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올해, 보넬로의 신작인 <파리 이즈 해프닝>은 보넬로가 이 영화를 준비하고 있던 2년 전보다 좀 더 의미심장한 영화가 되었다. 지난해 11월에 파리의 곳곳에서 일어난 연쇄 테러 사건은 들뢰즈의 말처럼 ‘언젠가 세상은 영화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만든다. 보넬로 본인은 다시 한 번 현대물을 찍고 싶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만들게 되었다고 말했지만, 보넬로의 단순한 의도와는 다르게 이 영화는 일종의 예언이자 다시 한 번 그 비극을 복기하는 영화가 될 운명이 된 것 같다. 파리 테러 이후에 보넬로가 만드는 파리 테러 영화는 그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보넬로의 의도대로 가장 ‘현대적인’이면서 가장 ‘동시대적인’ 영화가 될 가능성이 운명이 되었다. 영화란 때론 역사와 너무 가까이 닿아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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