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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인디스페이스가 준비하는 6월의 밤

[칼럼]인디스페이스가 준비하는 6월의 밤 대표 이미지

‘인디스페이스’라는 이름을 가만히 되뇌어보면 독립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의 정체성을 간결하지만 꽉 차게 담고 있다. 독립이라는 의미의 ‘인디’와, 공간이라는 뜻을 가진 ‘스페이스’. 이 땅에서 최초로 문을 연 독립영화전용관의 명칭으로 이만하면 상당히 알찬 이름이 아닐까. 누군가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떼어버릴 수 없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름. 인디스페이스가 가지는 이 친숙한 듯 낯선 이름의 틈(경계)이 바로 독립영화, 그리고 독립영화전용관의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게 아닌가 싶다.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는 2007년 명동 중앙시네마에서 문을 열어 2016년 올해까지 꼬박 아홉 해를 ‘버텨오고’ 있다. 그 전까지 독립영화전용관은 많은 독립영화인들의 숙원 사업이었지만 문득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배급위원회를 만들어 다양한 배급 시범 사업을 추진하면서 독립영화전용관 설립을 위한 캠페인을 진행했고, 그렇게 10년의 시간과 노력을 들인 결과로 가능할 수 있었다. 인디스페이스가 처음 문을 열어 새로운 활기로 넘쳤던 그때, 당시 관객으로 참여했던 나는 인디포럼 영화제의 열기를 여전히 기억한다. 지금은 인디스페이스의 프로그래머로 일하며 수많은 기록을 접하게 되는데 그를 통해 당시의 에너지를 또 한 번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인디스페이스는 2009년 12월, 영화진흥위원회의 일방적 지원 철회로 휴관하게 된다. 2년여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자취는 제법 굵게 남겼다. 한국독립영화의 상영 공간으로 기능하면서 한국독립영화의 배급과 제작, 상영의 선순환 구조를 풍요롭게 키워나가 독립영화 배급사들이 새롭게 생겨나기도 했으며, 많은 관객을 모으는 독립영화도 속속 등장했다. 독립영화인들과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은 이후 외풍에 흔들리지 않는 상영관으로 인디스페이스를 재개관하고자 했고, 공적지원 없이 후원회원들을 통해 운영비를 마련함으로써 2012년 광화문에서 다시 문을 열 수 있었다. 그리고 2015년 한 번 더 이전 해 현재 서울극장 한 켠에 자리 잡고 있다.

영화란 문화와 예술이면서 동시에 산업의 영역에 속하는 탓에, 정치, 경제적 이슈에 예민하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2016년 현재 독립영화는 멀티플렉스의 독과점과 영화진흥위원회의 정책 변경 등 다양한 이유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정치, 경제적인 빈곤함이 문화의 빈곤함으로 이어질 때 우리는 꿈꾸는 힘을 잃게 된다. 자본과 시스템의 힘이 문화적 상상력까지 침범하고 훼손할 때 우리는 자본의 논리와 사회 전반에 팽배한 냉소와 패배의식을 넘어서는 작가의 치열한 시선이 담긴 영화를 갈구하게 된다. 현재 독립영화 속에는 그러한 힘이 여전히 꿈틀대고 있다. 동시대의 고민을 담아낸 영화들이 잠시 퇴행하면서 냉소적이고 무기력한 지점으로 그 자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그것 역시 고군분투의 편린이며 그러한 창조성의 잠재력을 살피는 것 또한 문화적인 풍요로움의 한 지평이라 생각한다. 그런 만큼 이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고민한 결과물들이 관객들과 상시적으로 만날 공간은 더더욱 중요할 것이다. 
 
인디스페이스 내부
인디스페이스 내부

인디스페이스는 바로 이런 작품들을 상영하는 공간이라는 자부심이 있다. 반면 그림자와 같이 공존하는 어려움도 늘 도사리고 있다. 작년과 올해 봄, 여기저기 문을 닫는 독립영화전용관들의 상황을 보면서 인디스페이스가 거대한 도시 서울에서 살아 남아있다는 것은 사실 기적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한 그 이름을 다시 불러내어 우리의 영화적 상상력을 키워낼 수 있는 집을 함께 지켜나가야 하지 않을까. 

언젠가 인디스페이스의 이름이 너무 커져 독립영화의 주류가 되었을 때를 상상한다. 물론 요원하지만, 만약 그런 순간이 온다면 누군가는 제2의, 제3의 인디스페이스를 저 가장자리에서 다시 만들어갈 것이다. 그것이 독립이라는 이름이 가진, 변방을 지키는 힘이 될 테니까. 그때까지 인디스페이스는 모래 위의 성이 아니라, 단단한 집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다시 손을 내민다. 지속적인 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인디스페이스를 아끼는 한 감독이 “인디스페이스가 문을 닫으면 독립영화는 10년 후퇴하는 것이다”는 말을 하면서 이내 “과장이 심했나?” 라고 웃었지만, 실은 인디스페이스의 존재 여부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님을 알고 있다. 무릇 공간이란, 그곳이 폐허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시로 드나드는 사람의 발길이 필요한 법이라 했다. 이곳이 굳건하게 설 수 있는 가장 큰 주춧돌은 다름 아닌 독립영화를 보러 오는 관객들이다. 이는 자명하다. 인디스페이스가 연대의 마음을 모으는 조촐한 자리를 6월에 연다. 6월 인디스페이스 후원의 밤에, 우리가 함께 만들어온 그리고 만들고 있는 이 극장에 관객의 이름으로 다시 모여주시길. 그리고 독립영화에 대한 애정을 서로 고백하고 격려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길. 그런 6월의 어느 밤을 꿈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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