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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독립영화 vs. 자본주의

[칼럼]독립영화 vs. 자본주의 대표 이미지

지난해 말부터 단편영화 팟캐스트 제작에 도움을 주면서 단편영화를 제작한 여러 명의 감독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야기하다 보면 공통적으로 듣게 되는 내용은 영화가 좋아서 영화 만드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데 현실 여건상 영화를 계속 만들지 못한다고 한다. 왜냐하면 단편영화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돈을 벌 수 없기 때문에 살아가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럼 상업영화를 만들면 될 것인데 그런 기회 또한 하늘의 별 따기처럼 쉽지 않다고. 이러한 상황이 비단 어제오늘의 이야기도 아니고 당장 누군가 쨘 하고 나타나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좋은 세상이 언젠가는 오겠지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마냥 기다릴 문제도 아니기에 무엇이 문제이고 해결 방안은 없는지 생각해보자.

먼저, 독립영화란 무엇인가?. 일반 ‘상업’ 영화와 구별되는 ‘독립''이라는 단어에는 다양한 의미에서 독립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자본으로의 독립이라는 의미도 내포되어 있으리라고 본다. 그런데 영화 만들기가 자본으로부터의 독립될 수 있을까? 좋든 싫은 우리는 현재 자본주의 세상에 살고 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금융위기가 닥칠 때마다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자본주의 세상이 쉽게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자본주의와 그 자본으로부터 독립을 원하는 영화가 공존하고 있는 세상. 이 모순된 것들이 어떻게 양립될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하나를 포기하는 것이 하나를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무엇을 포기해야 할까? 독립영화를?

이제 자본주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내가 생각하기에 자본주의는 세상 모든 것을 상품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나에게 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상품은 나쁜 것이고 비싼 가격에 팔려서 많은 자본을 축적하게 하는 것이 좋은 상품이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바로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점이 있고 그것이 바로 상품화이다. 어떻게 세상 모든 것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독립영화의 경우 공장에서 찍어내듯이 영화를 만들어 내는 것도 아닌데 천편일률적으로 단편영화 다운로드 서비스는 500원, 최근 극장 개봉한 유명 배우가 나오는 단편영화라는 이유로 3,000원이라는 가격 체계가 어떻게 산정되는지 궁금하다.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모르겠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같으면 어떤 틀에 박힌 공정(프로세스)이 존재해서 거기에 맞게 영화가 생산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불량품이 좀 많이 생산되는 효과적이지 않은 공정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지속 가능한 영화 만들기는 바로 이러한 문제인식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자들이 만들어낸 독립영화가 상품이기를 거부할 수 있을 때 그것이 진정한 지속 가능한 영화 만들기의 첫걸음이라고 본다. 물론 겁나고 쉽지 않은 일이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내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상품이기를 거부하는, 즉 자본주의에 대항한다는 것이 얼마나 공포스러운 행위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자본에 끌려다닐 것인가? 바로 그러한 공포심을 유발시켜서 지속적으로 세상 모든 것을 상품화시키는 자본주의를 더욱 공고히 다지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그들에게 퍼주기만 하는 세상에 언제까지 일조할 것인가?

공부가 부족해서 이 글에서는 여러분이 만든 영화가 자본주의 상품화에 거부하는 세부적인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그러니 콧방귀를 뀌어도 좋다. 하지만 하나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건 내 작품이 상품화되기를 거부할 때 비로소 자본으로부터 해방된 지속 가능한 독립 영화 만들기는 가능해지리라는 확신이다. 물론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선택은 여러분의 몫이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은 사람들은 제발 부탁인데 자본주의에서 살아남으면서 철저하게 영화 상품을 찍어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가능한 많은 자본을 축적해서 그렇지 못한 창작자들에게도 좀 골고루 나누어주는 아량을 베풀어주면 좋겠다. 하지만 아시는가?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 자신이 철저하게 상품화되어서 비싼 값에 팔릴 수 있게 만드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것. 단 그럴 자신 있거나 능력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한마디 덧붙이자면, 자본주의에서 원하는 상품을 만들어내지도 못하면서 우리는 상품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왜 우리의 영화에 자본을 투자(혹은 지원)하지 않느냐고 투덜대거나 징징거리지 말자. 몰랐는가? 잘 팔려서 내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들어줄 상품에 투자하는 게 자본주의라고!

사진설명: 유에포(http://www.youefo.com)와 인큐베이터매거진이 앤트러사이트 카페에서 함께 했던 오프라인 상영회, 필름로스팅의 현장. 현재는 쉬고 있지만 곧 시즌2를 기약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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