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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마을, 춤추는 숲에서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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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빛이 춤추는 사원이자 대성당이다. -제인구달
어느 날, 아이를 재우며 제인 구달의 책 <내가 사랑한 침팬지>를 읽게 되었다. 아이는 일찌감치 잠이 들고, 책장을 덮으려는 순간 한 구절이 다가왔다. ‘숲은 빛이 춤추는 사원이자 대성당이다’ 성미산 마을 연작다큐멘터리 첫 번째 작품의 제목이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춤추는 숲>은 우리 가족이 성미산 마을에 터를 잡은 지 5년째 되던 해, 강석필 감독(마을별명 맥가이버)이 마을 다큐를 기획하면서 시작되었다. 도시에서 아이를 키울 수 밖에 없다면, 아이에게는 믿을만한 안전한 울타리가 필요했고, 우리에게는 동네 친구 몇 명쯤은 사귈 수 있는 곳이었으면 했다. 서울을 조금이라도 떠나고 싶은 마음에 수도권 일대의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찾아다니다가, 결국 홍피디가 살던 지금의 성미산 마을에 깃들게 되었다. 이후 아이가 어린이집을 졸업할 무렵, 맥가이버(줄여서 맥)와 호호는 비로소 ‘마을’이라는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안녕, 맥가이버!” 
도시의 어떤 곳에서 이런 인사가 가능할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물처럼 흐르는 따뜻함. 이것이 우리가 바라는 좋은 관계이고, 그런 관계가 생활에서 확장된 것이 마을이다. 바로 그 마을에서 성미산 사람들은 질문을 던진다. 여기에 성미산 마을에는 한가지 특별한 매력이 더해진다. ‘모두에게 꼭 필요한, 더 나은 길은 없을까?’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결과가 실패든 성공이든 용감하게 길을 찾아간다. 

그렇다면, 이렇게 ‘사람을 춤추게 하는 마을의 힘은 무엇일까?’ <춤추는 숲>은 바로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다큐멘터리다. 물론 이 질문에는 다큐멘터리 감독의 시선과 더불어, 마을의 일원인 내부자의 시선이 동반되는 독특한 입장이 담겨있다. 지금이야 한국사회 전역에서 ‘마을’이 화두지만, 6년 전 맥이 <춤추는 숲>을 기획할 때만 해도, 아니 더 거슬러 올라가서 20여 년 전 한 줌의 부모들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세우고 성미산 마을의 씨앗을 뿌릴 때만 해도, 한국사회에서 ‘마을’은 죽은 말이었다. 바로 그런 상황에서 한국형 마을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성미산 마을이 시작된 것이다. 


낙지가 달려오고, 굼벵이가 실려가다.
마을의 일상을 다루고 싶었던 마을연작 중 1부는, 2010년 성미산 개발이라는 돌발상황을 맞으며 방향을 선회하게 되었다. <춤추는 숲>에서 성미산 개발을 둘러싼 상황은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개발 그 자체가 작품의 화두는 아니다. 마을로서는 특별한 위기의 순간을 맞았으나, 제작진의 관심사는 그것을 풀어가는 마을과 사람들에 있었기 때문이다. 흔히 한국사회에서 개발의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라고 하면, 곧바로 환경다큐멘터리로 규정하거나 머리띠와 구호를 상상하게 된다. 그러나 <춤추는 숲>은 다른 맥락에 기대어 있다. 영화에는 낡은 가치를 뒤집는 성미산 사람들만의 유쾌한 해법이 두드러진다. 그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즐겁되, 함께 행복한 방법’을 찾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이런 유쾌한 반전은 파란만장한 싸움의 과정에서도 늘 숨어있었다. 어느 날 새벽, 용역들이 대거 투입돼서 성미산 지킴이 텐트를 부수는 상황이 끝나고 기자회견이 있었다. 상황을 보고하는 기자회견에서 진행자 멘트가 압권이었다. “굼벵이가 쓰러지자, 낙지가 달려오고, 토끼가 몸싸움을 했습니다!” 푸하하! 눈물겨운 상황에서도 사람들은 잠시 웃을 수 밖에 없었다. 맥가이버와 호호처럼 마을에서는 별명을 쓴다. 그런데 그날 산에 있었던 사람들이 ‘굼벵이와 낙지, 토끼’였던 것이다. 이런 기막힌 순간은 촬영되었지만, 영화의 흐름상 아쉽게도 쓰이지는 않았다. 

쟁이와 꽃다지 부산국제영화제에 가다.
6년 동안 공들인 <춤추는 숲>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상영되면서, 영화의 주연배우들인 주민들이 동행하게 되었다. 영화제에 배우로 참석하는 특별한 경험을 나누고 싶기도 했고, 제3자인 관객들로부터 자신들이 했던 일이 무엇이었는지 확인하는 자리라 설레고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영화가 끝나고 크레딧이 올라가는 3분 동안 끊이지 않고 박수가 이어졌다. 객석에서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커플이 첫 번째 포문이 열었다. “가슴 아픈 상황이라 보는 내내 대성통곡했습니다. 동시에 너무나 행복해 보여서 울다가 웃다가 정말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날 저녁 진하게 뒤풀이를 하고 서울로 가는 쟁이가 감독에게 문자를 보냈다. “맥가이버와 호호! 영화를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가장 치열하게 싸웠던 쟁이와 꽃다지는 여전히 마음의 상처를 돌보는 중이다. 

행복한 영화, 마을이 움직인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의 오랜 속담이 있다. 아이가 많은 사람들의 애정과 돌봄 속에 자라듯, <춤추는 숲> 역시 비단 제작진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의 품을 거쳐 마을에서 나고 자란 특별한 영화다. 이 행복하고 감사한 영화가 만들어낼 의미 있는 기적을 예감하면서, <춤추는 숲>이 많은 사람들의 인생에 유쾌한 바람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사진설명_
1. 상단사진: .<춤추는 숲> 청소년 홍보팀과 홍형숙PD 
2. 중간사진
(좌) 강석필 감독과 홍형숙 PD (사진 김성곤)
(우상) <춤추는 숲> 예고편 촬영한 김우영 촬영감독과 연출한 자경감독 (사진 가림토)
(우하) <춤추는 숲> 예고편에 출연한 마을 주민 배우 고창석님의 가족 (사진 가림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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