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창조경제와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의 방향성 제고
한국의 애니메이션제작지원 제도는 그 규모나 지원방식에서 다른 나라에서 부러움을 살 정도로 막강한 지원을 하고 있다. 이러한 지원제도 덕분에 한국의 애니메이션 산업이 일정 정도 해외에서 힘을 발휘하고 인정받게 된 밑거름이 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급부로 부작용으로 작용하는 것 또한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현 정부가 창조경제라는 단어를 만들기 오래전부터 1994년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 시절 <쥬라기 공원>의 성공신화를 모델로 벤치마킹하며 도입한 문화산업의 육성과 영상산업의 부흥을 위해 시작된 지원제도는 1995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로 외화되었으며 이미 설립된 한국영화진흥위원회 외에 콘텐츠분야 지원기관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하 KOCCA)이 2001년 설립(서병문 초대원장) 이후 12년간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방송으로 확장하며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산업의 중추적 지원기관으로 그 위상을 지속해오고 있다. KOCCA가 중앙정부 산하의 대표 지원기관이라면 남산에 위치한 서울애니메이션센터(SBA), 부천에 위치한 경기디지털콘텐츠지흥원은 대표적인 지자체의 콘텐츠 지원 기관으로 서울애니메이션센터는 타 기관보다 일찍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산업 육성사업을 다각도로 펼쳐왔다.
KOCCA의 경우 최근 연 1,200억 원(2009년)에서 게임과 방송진흥원이 통합되며 2,300억 원(2013년) 규모로 늘어난 예산을 운용하는 거대한 공룡이 되었으며 이는 콘텐츠 분야의 일원화를 통해 통합된 정책을 추진하고 균형 있는 예산 집행이라는 명분이 작용했겠지만 진흥원 간 상호경쟁과 예산 편성의 유리한 지점을 차지하기 위한 거대지표의 목표설정과 실적 위주의 사업진행에 문제점이 강화되는 지형을 만들고 있다.
더구나 대부분의 사업방향들이 CT 기술개발, 문화원형 디지털화 사업, 글로벌 킬러 콘텐츠 제작지원, 스타프로젝트 등 그 명칭에서 드러나듯 인력보다는 기술에 편중된 지원과 상업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고 해외에 경쟁력이 있는 프로젝트에 예산이 집중되면서 정부예산편성과 지원사업의 방향성에 많은 문제점이 노정되었다. 이는 진흥원 자체 평가에서도 나타나듯이 CT R&D 사업의 관리운영의 문제, 개발된 기술과 콘텐츠의 후속 사업화 및 연계성이 떨어지는 문제, 특정한 업체의 연속지원 혜택에 대한 문제, 해외 공동제작 시 하청제작 전락 우려 등이 지적되고 있다.
애니메이션 지원사업이 영화진흥위원회에서 KOCCA로 완전히 이관된 2004년 이후 영화적 관점의 작품성 있는 장,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지원은 어려워졌으며 콘텐츠라는 틀에서 통합된 글로벌 경쟁력과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작품은 더 이상 발을 붙이기 어려워졌다. 이는 선진국의 문화 예술적 기반 위에서 만들어지는 산업화된 성공신화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정책적 오류에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성공한 콘텐츠의 모델은 각각 다른 유전적 특질을 가지고 있겠지만 공통적으로 본다면 자본과 시장, 그리고 중요한 문화 인프라의 유무다. 자본과 시장이 약소한 우리나라에서 <쥬라기 공원>이나 디즈니식 성공모델은 불가하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것이 문화 인프라이다. 우리나라가 가진 문화 유전자로 이는 문화에 대한 우리의 특질이며 사람이 문화를 생산하고 향유하는 가치의 사회적 수준이기도 하다. 한 나라의 문화 인프라는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건강성을 유지하는 시스템인 것이다.


최근 세계화니 무한경쟁이니 하는 이데올로기를 확산하는 곳은 어디인가? 기업과 언론이 앞장서고 정부가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며 재생산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 자유주의에 근거하는 것 같지만 시장규제는 대기업간 분배와 이익을 위해서만 작동하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개인 간 경쟁은 시장에 맡겨버리는 방임주의라고 할 수 있다. 정부가 말하는 창조경제가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콘텐츠 분야 현장의 현실 문제를 더 정확히 들여다보고 제도적 보완과 지원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애니메이션분야로 적용해 볼 때 연간 매출액 규모가 100억 이상의 사업장 종사자 수는 200여명 내외로 100억 이하 규모의 사업장 종사자 수가 4,000여 명을 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내 애니메이션업체는 50명 내외로 비정규직 고용이 30~40%에 육박하는 중소규모의 사업장이 전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해외 글로벌 기업과 경쟁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또한 하청산업(OEM)에 의존도가 높아 제작인력 기반에서 창조적 인력기반으로 변화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으며 다행히 최근 창작제작이 늘어나면서 하청제작을 넘어서 60%를 상회하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할 만하지만 여전히 유아용 TV 시리즈에 의존하고 있으며 그나마 1%대의 저조한 시청률과 투자기피로 인해 제작비를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으로 정부의 지원사업은 구멍 난 독에 물 붓기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시장환경의 문제도 있겠지만 서두에 말한 문화 인프라의 형성에 미온적인 정부의 정책적 실패를 지적하고 싶다. 이는 유럽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자국 애니메이션 의무방송과 쿼터제, 방송국의 공익성에 근거한 예술영화 및 마이너 한 영상콘텐츠의 제작투자 활성화를 통해 자국의 문화를 보호하고 정체성을 확보하여 자국민에게 이를 향유하도록 하는 사회적 선을 지키고자 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때이다.
영화산업은 투자와 배급이 핵심적인 성공의 필요조건이라고 본다면 애니메이션은 이 둘이 다 허약한 산업이다. 영화에 의존적이며 더군다나 거대한 배급사와 극장을 소유한 대기업에 휘둘려 제대로 관객에게 선도 못 보이고 내리는 것이 당연시되어버린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관객은 자신의 볼 권리조차 인식하기 전에 마케팅과 배급과정에서 미래에 가능성 있는 작품들을 걸러낸 자신들만의 시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이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애니메이션에도 한국 영화산업의 성공 모델을 활용한 접근방식을 통해 청소년과 가족 등 다양한 연령층이 향유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창작의 기회를 확대하여 작품성 있는 애니메이션과 걸출한 감독이 배출될 수 있는 창작기반을 조성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2005년 KOCCA에서 3년간 시행했던 ‘애니메이션제작스튜디오’ 사업 모델도 자생력이 없는 가능성 있는 중소규모 프로젝트를 상용화 시키는 것은 여전히 유효한 사업 모델로 최근 다시 정책적 이슈가 되고 있다. 중소규모 창업 및 프로젝트의 제작비 및 스튜디오 공간지원과 매니징을 통해 시장의 논리에 맡기기 보다는 인큐베이팅 및 유통배급 지원을 통한 상용화까지 경험을 축적하게하고 자생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기관의 일방적인 직접지원을 보완한 민간이 참여하는 간접지원 방식을 도입하는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즉, 이미 자생력을 갖춘 민간기업의 기 검증된 대규모 프로젝트에 국민의 세금을 직접지원 방식으로 지원해주는 것은 국가산업 경쟁력 확보와 고용확대라는 면에서도 설득력이 약하며 지양해야 할 방식이다. 그보단 제도정비와 제작 및 유통배급 환경조성, 인력풀 구축, 문화 인프라 구축 등 간접지원 및 지원프로그램 등 소프트웨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만약 10여년 동안 결과도 알 수 없는 기술개발 및 글로벌 콘텐츠 제작지원에 매년 쏟아부은 수백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매년 십수편의 다양성을 지닌 저예산 창작애니메이션을 꾸준히 만들어 배급했다면 아마도 지금쯤 우리의 안방과 극장에서 지금보다는 행복하게 전 국민이 우리의 정서에 맞는 콘텐츠를 즐길 수 있을 것이며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감독이 배출되었을 것이다.
창조경제를 말하는 요즘 새삼 지난 십수년간의 우리의 애니메이션의 현실을 떠올리며 다음시대에도 부끄럽지 않을 긴 안목의 문화창조 인프라 조성과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의 밑거름이 될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데 정부 지원기관과 애니메이션계가 다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내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