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영화걸작선]십대의 반항

김기영, 1959

[한국영화걸작선]십대의 반항 대표 이미지

‘걸작’이라면 최소한 한 작가(또는 감독)의 작품계보에서 대표작 급의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한국영화 걸작선’의 요구는 매우 조심스럽다. 그런 관점에서 접근할 때 김기영 감독의 <십대의 반항>(1959년)은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하녀>(1960년)에 못지않은 야심작이라고 할 수 있다. 불행히도 이 영화의 필름은 현재까지 보존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를 기록으로나마 선택하게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필자는 <십대의 반항>과 각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대학 3학년 때 처음 발표한 영화평론이 르네 클레망 감독의 <금지된 장난>과 이 영화의 비교론이었기 때문이다. 

<10대의 반항>(1959)은 1950년 6, 25동란 때 파괴된 서울을 중심으로 소매치기와 절도를 생활 수단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전후 부랑아들의 이야기이다. 피난 갔던 시민들이 서울로 돌아와 파괴된 집과 거리를 복구하는 가운데 졸지에 고아가 된 청소년들은 범죄의 세계로 빠진다. 길남(황해남 분)은 어린 부하들에게 날치기와 좀도둑질을 시키며 살아가는 뒷골목 패거리의 우두머리다. 낮에는 소매치기를 하고 밤에는 창고나 가정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일을 하게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길남이 경찰의 단속에 결려 붙잡힌다. 같은 또래의 친구 억쇠(유춘수)는 길남을 구하기 위해 더 큰 조직의 왕초인 권가(박노식)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지만 오히려 협박과 회유에 못 이겨 그의 부하가 되고 만다. 부랑아 수용소인 남북소년원에 갇힌 길남은 기회를 엿보다가 이곳에서 알게 된 남장 소녀 필녀와 간호 일을 돕던 어린 소년 근선(안성기)과 함께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필녀는 길남을 좋아하는데도 알아주지 않자 적극적인 권가 곁으로 떠나고, 근선은 길남을 따라 좀도둑질을 시작한다. 권가의 강압에 못 이겨 부하가 된 억쇠는 길남과 내통한 사실이 드러나 도망가다가 아파트 옥상 계단에서 떨어져 죽고, 권가는 오히려 필녀의 손에 죽는다. 이런 가운데 길남은 식당집 딸 봉선(엄앵란)의 진심어린 충고를 받아들여 새로운 생활을 결심하고, 근선을 전쟁 때 잃어버린 지식처럼 여기는 여자(조미령)의 집으로 데려간다. 성탄절 날, 멀리서 그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바라보던 길남은 어디론가 발길을 돌린다.

오영진(吳泳鎭)이『사상계』지에 발표한 오리지널 시나리오「하늘은 나의 지붕」을 영화화한 <십대의 반항>(제4회 샌프란시스코 영화제 소년 특별연기상 수상)은 한 승객이 버스를 타다가 시계를 소매치기 당했다며 거품을 물고 떠들어대는 도심지대의 한 파출소 장면에서 시작돼 주인공인 길남이 근선을 가정의 품에 안기게 해준 뒤 얼어붙은 냇가를 뛰어 건너 멀리 떠오르는 소년원을 향해 걸어가는 라스트 신으로 마무리된다. 이 영화는 모두 여덟 개의 시퀀스로 되어 있다. 

김덕진의 카메라가 포착한 심도 있는 뒷골목의 묘사와 함께 인물구조도 효과적으로 짜여 있다. 부랑아 위에 군림하는 왕초와 대립적인 세력(권가)을 중심으로 거친 성품과는 달리 인정이 많은 소악마 길남 역의 황해남, 왕초와 친구 사이에서 등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의리를 잃지 않는 억쇠 역의 유춘수, 모정에 목마른 어린 마스코트 근선 역의 안성기 등 연출자의 인물 해석과 적절한 배역이 돋보인다. 

또한 이 영화에는 이 시대 특유의 은어들이 많이 나온다. ‘짜부’(형사)며 ‘쎄리’(경찰관), 는 물론, ‘빵쟁이’(소매치기), ‘깔’(전지), ‘내쵸’(바보), ‘부시기’(담배), ‘따통’(아편), ‘작대기’(만년필), ‘지통난다’(통쾌하다) 따위가 그것이다. ''''''''''''''''''''''''''''''''전후 사회가 감당해야할 전쟁의 후유증과 치유''''''''''''''''''''''''''''''''라는 메시지를 제시한 김기영의 리얼리즘은 궁극적으로 멜로 드라마적 해법과 만나지만 결코 무게감을 떨어트리지 않는다. <십대의 반항>은 <곰>(조긍하 감독), <구름은 흘러도>(유현목 감독) 등 총 1백11편이 제작된 1959년도 한국영화가운데서도 단연 빛나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