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칼럼]아카데미 어워드: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선정에 대한 불편한 진실
2014년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아한 기사를 하나 접했다. 몇 번이고 눈을 비비며 이 내용이 정말 사실일까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는 기사였다. 글을 기고한 아미드 아미디(Amid Amidi)는 카툰 부루(Cartoon Brew)라는 웹매거진의 출판인이자 편집장이며, 「픽사의 예술: 25주년 The Art of Pixar: 25th Anniv.」을 비롯하여 다수의 애니메이션 책을 집필한 저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가 설마 터무니없는 얘기를 기사화할 리는 만무하겠고. 어쨌든 이 기사의 내용이 한 치의 착오도 없는 사실이라면 애니메이션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기운 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니, 분기탱천해야 마땅하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자, 서두는 일단 여기서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 기사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카데미 선정위원단이 애니메이션에 무관심하다는 공공연한 비밀이 이번 아카데미 장?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선정에 참여한 투표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입증된 셈이라는 것이다.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는 올해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을 선정하는 투표에 참여했던 7명과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그들의 인터뷰 내용이 한 마디로 가관이다. 참고로 아카데미 어워드 파이널 후보작과 수상작은 아카데미 회원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되는 시스템이다.
다음은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 투표에 참여했던 7명의 아카데미 회원들과의 영문 인터뷰를 번역한 내용이다.
응답자 1: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에 오른 후보작들은 하나도 보지 못했고, 난 정말이지 여섯 살 이후로는 애니메이션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6살짜리 아들 녀석이 나를 극장으로 끌고 갔을 때도, 녀석을 혼자 극장에 앉혀놓고 밖으로 나와 줄곧 통화를 해댔다.
응답자 2: <겨울왕국>은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슈퍼배드 2>를 더 선호하지만, 후보작 전부를 본 것이 아니라서 투표는 하지 않았다.
응답자 3: 대부분의 후보작들을 보지 못했지만, <겨울왕국>은 재치 있고, 영감을 주는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겨울왕국>을 선택했다.
응답자 4: <겨울왕국>에 한 표를 던졌고, 나머지 작품들에 대해서는 논의조차 없었다. 솔직히 말해, 애니메이션 부문이 없더라도 <겨울왕국>은 분명 실사영화 부문에서도 쉽게 후보작으로 선정될 만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응답자 5: 후보작 모두가 좋은 작품들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투표를 포기했다.
응답자 6: 다른 사람들의 의견처럼 나 역시 <겨울왕국>이 가장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이 작품에 한 표를 행사했다.
응답자 7: 어떤 후보작들도 보지 못했다. 그래서 투표를 포기했다.
물론 인터뷰에 응한 익명의 선정위원들의 행태가 아카데미 선정위원회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그렇다면 더 큰 일이겠지만). 그러나 작품조차 제대로 보지 않고 투표를 한 사람이나, 자신의 한 표를 저렇게 쉽게 포기하는 사람이나, 양쪽 모두에게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할리우드에서 실사영화보다 박스 오피스에서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장편 애니메이션에 대한 대접이 이 지경인데, 하물며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은 이들에게 얼마나 더 찬밥신세를 당하고 있을지 가히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몇 년간 아카데미 어워드 선정단이 보여준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인식과 태도는 이처럼 무관심과 푸대접이었다. 아카데미의 수상 결과를 맹신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어느 정도 작품을 바라보는 바로미터가 되어 왔었는데, 이제 이런 나의 믿음은 이 불성실하고 냉소적인 선정단의 태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났다.
수상 결과를 두고 <겨울왕국>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그렇지만 전 세계 극장가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작품 이외에 다른 장편 애니메이션 후보작들이나 단편 애니메이션 역시 아카데미 회원들에 의해 제대로 리뷰가 되어 공정하게 평가를 받을 기회가 주어져야 마땅하다.
아~ 그런데 아쉽게도, 이것이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그들의 현주소라는 사실이 자꾸 머릿속에서 되새김질을 하고 있어 씁쓸할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