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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10분

이용승,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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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한테 이 글을 써 달라 청탁했는지 잘 모르겠다. 나 역시 선뜻 청탁을 받아들였는지 잘 모르겠다. <10분>의 적은 극장 수와 관련된 이야기를 적어달라는 요지였는데, 학생 장편 영화에 대해 쓰겠다고 이야기했다. 잠결에 말한 거라 정리도 안 되었고,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독립영화, 학생 장편영화, 극장 수, 상영 회차. 요즘 생각하고 싶지 않은 거리다. 그리고 조심스럽다. 요즘 늘 이런 상태였다. 스스로 한 결정에도 빠져나갈 핑계를 찾고, 되도록이면 사람들을 피하고 싶고, 스스로 초라하다는 생각만을 반복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유인즉 하루 100여 명 관객수(글을 쓰는 현재는… 음…)에 절망했기 때문이다. 관객 수, 손익분기점도 상관없는 영화가 <10분>인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보다 훨씬 많은 관객들이 독립영화를 극장에 찾아가서 보는 줄 알았다. 물론 지금은 현실을 조금 바로 보고 있는 중이다. 나의 어리고 얇은 넋두리에 불쾌해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에서 관객수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영화로 찍고 있는 분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안 것도 얼마 전이었다. 그들 앞에서 주접떨었던 시간들이 죄송스럽고 지금 이런 글을 쓸 자격이 있는지도 솔직히 모르겠다. 하지만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이런 징징거리는 시간도 쓰리다. 멘붕. 

나의 멘붕의 근원은 영화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서만 고민했지, 영화가 어떻게 관객과 만나고 어떻게 보이는지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극장 수, 상영 회차, 상영 시간 등등 막상 직면한 문제가 되니 숨이 턱 막힌다. 이런 이야기를 꺼낼 때면 학생 영화의 논리가 들어온다. 학생 영화이니 빨리 털고 다음 영화를 준비하라, 이런 과정도 교육의 과정이다, 혹은 네가 신경 쓸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 <10분>은 졸업영화이다. 학교는 저작권을 비롯한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고, 나는 그 권리의 보호를 받으며 영화를 완성했다. 하지만 학교는 거기까지이다. 2년여의 작업 과정과 그 과정의 결과물을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 항상 기획자이자 연출자로서 앞에 서 왔다. 뻔한 이야기겠지만 그 자리는 학생이라는 위치가 아닌 영화감독이라는 책임이었다. 그러기에 훌훌 털고 다음을 시작하기 쉽지 않은 것이 나의 현재다.

개봉하고 넋두리처럼 하던 말은 퐁당퐁당 상영만이라도 상영하면 좋겠다, 였다. 늘 한 극장에 한 회차, 퐁당 상영만을 하니 이건 정말정말 보고 싶은 사람만 시간 맞추고 찾아와서 보라는 식인데, 이마저도 감사한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얼마 전이다. 개봉 3주차에 다운로드 시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다른 학생영화 감독들의 영화들도 이런 식으로 한국영화시장에서 2기가 파일로 분쇄됐는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다. 학생영화이기에, 영화제를 비롯한 성과가 있기에, 영화의 힘으로 청년 관객과 공감대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시장에서 보호될 줄 알았다. 학생영화감독인 나의 착각이었다. 보호 따위는 없었다. 그렇다고 롯데와 마케팅 회사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한때 원망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따지고 보니 그들은 누구보다 <10분>과 나의 곁에 있었다. 열악한 환경에서 보다 많은 관객을 만나기 위해 노력했다. 트위터에서 롯데와 마케팅 회사의 비판글을 읽었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이 자리를 빌어 좀 더 많은 관객과 만나기 위해 노력하셨던 관계자분들께 감사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개봉 자체도 기적 같은 일이다. 다만 4월 24일 개봉한 영화의 감독으로서 그리고 영화학과 학생으로서, 세월호의 참사 그리고 몸집을 불린 <한공주> 앞에서 ‘독립영화의 상생 개봉’이란 꽃다운 말의 무력감을 느꼈을 뿐이다. 

다시 다운로드로 넘어가서, 지나고 나니 다운로드로 넘어간 상황이 꼭 비관적인 것은 아니었다. 극장을 찾아, 상영시간대를 찾아서 보기 힘들었던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는 좋은 해결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회생활에 치여 마음 아픈 분들이 이 영화의 이야기를 보고 위로 받기를 바란다. 기획부터 개봉까지 우여곡절을 겪는 동안 내가 버틴 힘은 나와 비슷한 마음 아픈 사회초년생들과 영화로 만나고 싶었고, 이 영화가 관객과 나에게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봐’ 식의 관습적이지 않은 위로를 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꼭 극장이라는 고비용 플랫폼이 아니더라도 다운로드와 IPTV 등으로 많은 사람들과 만나 영화로 소통하고 싶다. 물론 <10분>을 극장에서 상영한다면, 챙겨 보는 분들도 계셨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보는 것과 체감의 폭이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관객들과 차분히 <10분>과 현실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찾아오면 좋겠다. 바람이다.

<10분>은 아직 해외 영화제 서킷 중이다. LA국제영화제 경쟁, 상하이국제영화제 뉴탈렌트 경쟁 등을 비롯한 해외영화제 일정들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해외영화제를 다니면서 좋았던 기억들이 많다.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두 번째 상영이 끝나고 약속되었던 15분 GV가 1시간 30분 넘게(극장 문 닫을 때까지) 진행됐던 열띤 관객 반응과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 영화는 경쟁이 아닌 함께 공유하고 토론하는 문화라는 배움, 홍콩국제영화제의 친절함 등등 해외영화제를 다니면서 소중히 쌓였던 추억과 배움의 시간들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니 설렌다. 이런 하나하나가 마케팅으로 활용되지 않았으니 고스란히 추억이 되었다. 이렇게 글을 쓰며 돌아보니, 졸업영화이자 첫 장편영화로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한 나는 행복한 케이스다. 이제 슬슬 털고 일어나서 다음을 노력하려 한다. 

일희일비하지 말아야겠다. 영화가 끝났다고 영화가 끝난 것이 아니다. 극장 상영이 끝났다고 영화가 끝난 것이 아니다. 영화는 영화 자체의 다음 운명으로 넘어가고, 우리는 현실을 살아가야 한다. <10분>도 마찬가지고,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차분히 걸어가야겠다. 마음과 현재 상황을 추스르고, 나의 걸음을 믿고, 나의 영화를 꿈꾸며 그렇게 걸어가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잘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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