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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실과 허구의 만남,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칼럼]사실과 허구의 만남,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대표 이미지

지난 5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피부색깔=꿀색>이 개봉했다. 벨기에 입양아인 감독, 융 헤넨(한국명 전정식)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작품은 자그레브, 안시, 아니마문디 등의 애니메이션페스티벌뿐 아니라 몬트리올 국제어린이영화제, 토리노영화제 등 전 세계 80개 영화제에 초청됐으며 23개의 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2013년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개막작으로 선보이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림을 택했고 만화를 통해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탐구했으며 버려짐, 아시아 등을 다뤄왔다. <피부색깔=꿀색>의 동명 원작만화의 출판은 당연한 수순이었고 이의 영상화는 더 많은 관객들과의 소통 기회를 마련했다. 융은 부모와 형제들과 다른 피부색을 지닌 이방인이었고 부모의 관심을 잃고 자신의 존재가 잊혀질까 두려운 소년이었다. 

책이 날카롭게 때로는 유머를 담아 솔직담백하게 꿀색 피부를 지닌 소년의 성장기를 그려내고 있다면 영상은 다소 다른 느낌을 전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한국을 찾은 융의 실제 모습과 입양 후 유년시절의 기억을 오가며 그의 방황과 고민을 그려내지만 그 어조는 따뜻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실제 이야기의 주인공, 융의 등장은 애니메이션으로는 담보할 수 없는 사실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강렬한 인상을 안겨준다. 또한 애니메이션 특유의 상상력으로 주인공의 감정과 생각들을 자유롭게 표현해내고 있다. 

<피부색깔=꿀색>은 허구를 다루는 애니메이션과 사실을 다루는 다큐멘터리라는 공존하기 어려워 보이는 극과 극에 위치한 장르 간의 만남이 의외의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예다. 두 장르 간의 교차가 주는 강력한 힘은 다른 여러 작품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크리스 랜드레스 감독의 <라이언>은 1960년대 촉망받던 천재 애니메이터로 <워킹>이란 단편으로 오스카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라이언 라킨의 삶을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담아냈다. 알코올 중독으로 인해 예전의 빛나던 재능은 사라진 채 몬트리올 시내에서 구걸하며 살아가고 있는 라이언 라킨은 작품 속에 직접 나타나지 않는다. 대신 감독과 그의 실제 인터뷰가 초현실적으로 그려진, 그들의 캐릭터들을 통해 전달된다. 마음의 상처와 고통은 얼굴의 유실이나 훼손으로 겉으로 드러나고 감정적인 동요는 촉수나 머리카락의 움직임으로 극적으로 표현된다. 자신과 주변인의 목소리를 통해 회상되는 라이언의 삶은 독창적인 이미지와 결합함으로써 실사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전달한다. 때문에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지며,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하이로 에두아르도 카릴로, 오스카 앤드레이드 감독의 <리틀 보이스>는 1960년대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내전으로 인해 불안 속에 떨고 있는 콜롬비아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작품은 이들의 인터뷰와 직접 그린 그림으로 만들어졌다. 아름다운 색으로 가득 찬 아이들의 세상은 평화로워 보이지만 내전은 이들의 삶에 그림자를 드리우기 시작한다. 복면을 한 사나이들에게 아빠가 끌려가고, 군인들의 유혹에 아이들까지 총을 들게 되며, 마을은 전투로 인해 쑥대밭이 된다. 순수함이 묻어나는 아이들의 눈과 음성으로 묘사되는 내전의 모습은 피와 총탄이 난무하지도 않고 반군과 군인들이 위압적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그러나 아이와 전쟁이라는 대비되는 소재의 충돌은 오히려 아이들이 느끼는 슬픔과 공포의 울림을 더욱 크게 해주고,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어른들에게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어떤 상상이든 그려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픽션을 다루기에 최적화된 수단 중 하나일지 모른다. 반면 다큐멘터리는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극적인 허구성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상상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은 최고의 조합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사실의 행간 사이나 그 너머에 숨죽이고 있는 이야기들은 애니메이션의 도움을 받아 앞으로 나올 수 있으며 애니메이션은 사실과 만남으로써 허구의 틀에서 벗어나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 다양한 방식의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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