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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애니메이션은 어린이들의 전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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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장편 작품을 보고 있었다. 피와 폭력, 욕설 등 표현의 수위가 제법 높은 작품이었는데 두 그룹의 가족 관객이 눈에 띄었다. 감독이 상영 전 가벼운 경고(?)를 했지만 작품이 중반에 이르도록 요지부동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쪽의 아이들은 잠시 극장을 나간 듯했으나 이내 다시 돌아왔고, 다른 가족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두 가족 모두 상영의 중간에 자리를 떠나긴 했지만 의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른이 보기에도 자극적인 내용이 담긴 작품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들의 입장을 제지하지 않은 주최 측이나 한참 동안 아이들과 영화를 감상한 부모들이 너무 무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나 보는 움직이는 그림이 잔인해 봤자 얼마나 잔인할까 싶었던 걸까.

이것이 현재 애니메이션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한 예가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은 자유로운 소재와 이야기를 표현할 수 있는 영상의 한 장르로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러나 국내 TV, 극장에서 상영되는 애니메이션만 봐도 대부분 어린이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 더군다나 극장용 애니메이션의 경우 할리우드 유명 스튜디오의 작품이 아니고서는 오후 시간에 보기조차 쉽지 않다. 그러나 정작 해외에서는 다양한 장르, 타깃층을 대상으로 한 한국 작가들의 장, 단편 애니메이션들이 호평을 받고 있다.

단편은 이미 2000년대부터 한국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목을 받아 왔다. 올해만 해도 세계 5대 애니메이션 중 하나인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자그레브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에서 정다희 감독의 <의자 위의 남자>와 정유미 감독의 <연애놀이>가 각각 대상을 수상하며 독창적 예술성을 지닌 작품으로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편 역시 이성강 감독의 <마리 이야기>와 성백엽 감독의 <오세암>이 안시에서 2002년, 2004년 대상을 거머쥔 바 있다. 최근에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소중한 날의 꿈>, 이대희 감독의 <파닥파닥>, 장형윤 감독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등이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국산 애니메이션이 꾸준하게 그리고 묵묵히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단편은 영화제라는 특정한 공간에서만 즐길 수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고 장편은 <블루시걸> <아마게돈> <원더풀 데이즈> 등 과거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화제성에 비해 부진한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철저히 상업 논리에 따르는 국내 거대 배급사들이 아동을 타깃 삼지 않은 애니메이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돼지의 왕>은 첫선을 보인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하며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언론의 집중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극장 확보의 한계에 부딪히며 손익 분기점을 넘지 못했고,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는 청소년, 여성 타깃의 감성적인 작품임에도 흥행을 위해 국내 시장의 애니메이션 주요 수요층인 가족 관객 중심의 홍보를 선택해야 했다.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한 해외 애니메이션들도 픽사나 드림웍스, 디즈니 등의 작품 외에는 관객들의 관심을 모으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양한 장르를 자랑하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수요가 일부 마니아에 국한돼 있는 형편이다. 반면 할리우드의 대형 스튜디오들은 <겨울왕국> 처럼 막대한 자본의 힘을 바탕으로 가족 관객을 타깃으로 한 뛰어난 퀄리티의 영상과 어른들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매력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자신의 브랜드를 확실히 각인시키며 전 세계 관객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물론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디즈니, 픽사의 작품 퀄리티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전형성을 지닌 할리우드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더욱 폭넓은 관객층이 즐길 수 있는 힘 있는 스토리와 개성으로 자신만의 매력과 울림을 가지고 있는 국산 창작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즐기고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는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 앞에서 편견의 벽은 높기만 하다. 오히려 낮은 퀄리티와 비슷비슷한 내용의 아동 타깃의 애니메이션이 쏟아지고 있는 극장가에서 동급으로 취급되기에 십상이다.

이러한 현실에서도 국내 감독들은 변화를 위한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홍덕표 감독의 성인을 위한 국내 최초의 VOD 전용 애니메이션 <발광하는 현대사>, 현대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오롯이 옮겨낸 안재훈 감독의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등 최근 선보이고 있는 작품을 통해 본 한국 애니메이션은 작품들의 실패를 딛고 다양성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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