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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척추측만

조현철, 2009

[초이스]척추측만 대표 이미지

‘내게도 사랑이’라는 라디오 코너를 함께 들으며 빨래를 너는 소년과 소녀. 둘은 모두 몸이 아프다. 아토피성 피부염과 기관지 확장증을 함께 앓고 있는 국영은 비염 환자인 여학생 조현을 사랑한다. 국영은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조현의 자전거를 잡아주다 놓치고 만다. 때문에 조현의 무릎에는 흉터가 남는다. 조현은 “하나 밖에 없는” 친구 만옥과 자신에게 수학을 가르쳐달라고 국영에게 부탁한다. 조현과 함께 만난 만옥은 국영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뿜어대며 그의 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내뱉는다. 당황하는 국영을 남겨둔 채 만옥과 돌아가며 조현은 연락하겠다는 말을 남긴다. 하지만 그 날 이후 그녀의 종적은 묘연하고, 조현을 못 만나 안절부절 하는 국영은 아토피에 나쁘다는 음식은 죄다 찾아 먹으며 자신을 학대한다. 병세가 더욱 심해진 국영은, 결국 병원에 입원해 있는 조현을 찾아낸다. 

국영이 만옥에게 사랑의 증거로 보여주는 건, 염증을 앓는 기관지에서 올라오는 짙은 가래다. 매미채를 자신의 얼굴에 뒤집어쓰고 조현에게 가래를 내보일 때 그의 얼굴은 조각나고 일그러진다. 국영을 든든하게 생각하는 조현은 서툰 자전거를 타며 그에게 의지하다 무릎이 깨져 흉터를 얻는다. 자신에게서 나는 냄새를 알아챈 조현이 연락을 끊었다고 생각하는 국영은, 피가 흐르도록 몸을 긁고 면도칼로 자신의 얼굴을 손상시킨다. 
온전하지 못한 그들의 얼굴과 몸은, ‘영화 속의 얼굴’에 대한 자크 오몽의 사유에 기대자면 , 지난 시대의 온전한 인간상을 부수는 폭력을 담고 있다. 바쟁이 부뉴엘의 <잊혀진 사람들>의 등장인물들을 일컬어 “가장 흉측한 얼굴도 인간의 이미지에 속할 수 밖에 없다”고 쓴 문장을 재인용하며, 오몽은 추(醜)를 넘어서 변형된 얼굴은 괴물과 비-인간을 목표로 삼는다고도 했다. 자신의 손으로 낸 상처 때문에 말 그대로 괴물이 된 채 조현을 찾아 헤매던 국영이 그녀를 만나 할 수 있는 유일한 데이트 신청은 “오랜만에 같이 진찰 받을까?”, 냄새를 맡지 못하는 조현의 화답이란 “그럼 나한테는 무슨 냄새나요?”다. 치유해야 할 서로의 질병만이 알리바이가 되는 사랑. 온전한 ‘사람’이 아닌 그들에게, 증후를 함께 겪어내는 시간은 곧 삶이자 죽어감일 터다. 흉측한 국영의 얼굴과 몸의 상태도 물론 죽음을 떠오르게 한다. 허나 죽음은 살아있는 인간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기에, 일그러지고 상처난 국영의 얼굴은 되레 충만하다. 그리하여 둘의 병력과 사랑의 역사는 생존의 기록으로 화하고, 그들의 앓음은 스크린 위에서 -박상륭 식 유희에 기대자면- 앓음다움, 곧 아름다움이 된다. 
연출자는 알레르기와 아토피만을 유산으로 물려받은 세대의 생채기, 곧 사랑을 이렇듯 힘 있는 영화 이미지로 재현하는데 성공한다. ‘국영’과 ‘조현’, ‘만옥’으로 불리는 인물들의 또 다른 숨은 인연을 상상해보는 것도, 지난 세기의 홍콩영화를 사랑했던 이들에게는 적지 않은 즐거움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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