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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탈주

이송희일, 2009

[초이스]탈주 대표 이미지

우리는 로드무비를 만들기에 매우 힘든 나라이지만 로드무비에 대한 욕구를 불러내는 사회에 살고 있다. 얼마 전 <보니 앤 클라이드>를 연출한 아서 펜 감독님이 돌아가셨다. 그의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알듯이 우리나라에서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라는 제목으로 소개되어 있는 웨렌 비티와 페이 더너웨이가 나온 제법 오래된 영화이다. 

<탈주>를 보면서 자연스레 이 두 가지의 연결 고리가 생각났다. 
내일이 없는 듯한 청춘들의 질주극인 탈주는 도망자라는 설정으로 이 조그만 나라의 텅 빈 공간으로만 몸을 숨기고 그 안에서의 탈주를 꿈꾼다. 끝으로 뛰어드는 보니, 클라이드 일당과 달리 <탈주>의 그들은 그래도 내일을 만들어보려는 안쓰러운 안간힘이 있다. 그들의 시도가 안간힘으로 느껴지는 것은 이 조그마한 나라와 영화가 주는 무정한 기운 때문인 것 같다. 

무정한 총알세례. 무정한 외부세계에서 벗어나려 도망치려 수풀사이를 헤집고 달리는 주인공들의 질주 장면은 그래서 묘한 감흥을 준다. 가끔씩 그들이 달음박질하는 속도감 있는 장면들은 이 영화의 매우 중요한 힘이다. 

그들이 달리는 시간. 트럭에 몸을 숨겨 도망치며 하늘을 보는 시간, 차를 타고 도망 다니다 보는 창 밖 풍경들은 매우 한시적이며 어쩌면 찰나의 순간 이었을 거다. 대자연의 힘, 혹은 커다란 풍광의 힘을 이용하는 다른 나라의 로드무비와 달리 <탈주>의 주인공들은 어느 찰나의 풍광, 그 찰나의 기억에 의존하고 살아있다고 팔딱거린다. 그래서 좁은 틈으로 본 이 영화의 풍광은 훨씬 더 간절한 힘이 있다. 좁기만 하고 억눌린 이 사회에서 가끔 숨을 내어 쉬는 우리들은 도시의 때를 탄 가로수 플라타너스 이파리에서도 힘을 얻는다. 억눌린 군대라는 사회에서 나는 계절의 변화에도 가장 예민했고 하늘도 가장 많이 보았다. 그리고 그러한 힘이 그 시절을 견디게 했다. 영화 <탈주>는 무정한 영화임에도 무엇이 우리를 견디게 해주는 지를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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