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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내게 사랑은 너무 써

전고운, 2008

[초이스]내게 사랑은 너무 써 대표 이미지
한 여고생이 고시원 앞에서 초조하게 무언가를 기다린다. 그리고 또래 남자 아이가 손짓을 하자 그 허름한 고시원 안으로 들어간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병희는 여자 친구인 목련을 자신이 사는 낡은 고시원으로 부른다. 이빨이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빠져나와 병희를 만나러 온 목련은 선뜻 병희의 침대에 앉는다. 그리고 둘은 사랑을 속삭인다. 유난히 점이 많은 자신의 얼굴에 대한 투정을 부리는 목련의 말에 병희는 그 누구보다 예쁘다며 그 점에다 키스를 한다. 그리고 그들은 생애 첫 섹스를 경험한다. 서투르지만, 조심스럽게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들의 첫 섹스가 끝이 나고, 병희는 간식거리를 사기위해 고시원을 나선다. 그런데 병희가 없는 사이, 옆방에 묵고 있던 한 낯선 남자가 병희의 방으로 들어온다. 

이 영화는 전고은 감독의 졸업영화다. 나는 우연한 계기에 이 영화를 볼 수 있었고, 아직 이 영화의 여운이 남아있다. 보통 졸업영화는 소위 ‘센’ 소재를 이용해 자신을 좀 더 알리려는 욕심이 많이 들어가서인지, 정작 진정성이 느껴지는 작품은 별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전고은 감독의 ‘내게 사랑은 너무 써’는 진정성과 함께 감독의 연출력까지 보이는 훌륭한 작품이었다. 고교생의 첫 섹스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그 소재를 과잉시켜 선정적으로 소비하거나, 무책임한 결론으로 도망가지 않는다. 이 영화는 목련과 병희의 첫 섹스를 소재로 사용했지만, 목련의 쓰디쓴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첫 경험을 떠올리며, 그리고 병희의 행동에 분노하며 같은 남자로서의 수치감을 느끼기도 했다. 병희는 목련에게 이렇게 말한다. “네가 아프면 안 할게.” 정확하지는 않지만, 병희는 이런 식으로 목련을 지켜줄 것처럼 말하지만, 정작 옆방의 남자가 목련을 겁탈했을 때는 지켜주지 못한다. 얼굴의 많은 점까지도 사랑한다 말했던 병희는 과연 목련을 진심으로 사랑했을까? 남자는 약한 여자를 지켜주어야 한다는 생각, 그리고 섹스에 있어 우위에 있다는 의식이건 무의식이건 나는 이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본인도 믿고 여성에게 믿게끔 만들어놓고 책임지지 않는 남성은 역겹기 그지없다. 병희는 그렇게 슬쩍 사라지고 만다. 모든 것을 감당해내야 하는 것은 여고생 목련이다. 첫 경험과 동시에 끔찍한 경험을 한 목련은 그저 고삼 수험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목련은 오지도 않는 병희의 전화를 기다리며, 문제지를 푼다. 
감독은 절제된 감정과 과장되지 않는 샷으로 보여주기를 반복한다. 그리고 그 감정에 개입하지 않고, 관객이 오롯이 그 감정을 느끼도록 만들어놓았다. 그래서 이 영화가 끝이 났을 때 영화에 대한 감정이 쉽게 씻기지 않는다. 먹먹함과 먼지 같은 희망 그리고 분노 등 여러 가지의 복합적인 감정이 들게 하는 영화다. 이렇게 까지 훌륭한 영화로 완성 되는 것에는 연출자의 힘도 있었지만, 목련역할을 맡은 강진아의 연기력이 너무나 훌륭했다. 달콤한 사랑과 쓰디쓴 경험, 그리고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삼 수험생 소녀 그대로를 보여준다. 눈빛 하나하나 몸짓 하나하나가 너무나 자연스럽고 캐릭터와 동화되어있다. 연출자는 배우들과의 호흡을 위해 세달 동안 연극연기 연습을 하듯 연습을 했다고 한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너무나 잘 보이는 영화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본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첫 경험이 떠오를 것이고, 본 이후에는 지금의 나를 떠올려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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