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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최악의 친구들

남궁선,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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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의 여름, 자신의 첫 경험 상대인 ‘춘기’(김수현)가 조기유학을 중도하차하고 돌아오자 인선(배혜미)은 묘한 기대에 휩싸인다. 일찍부터 절친이자 상당한 포스의 소유자 ‘노박’(김은미)이 이들 무리를 리드하고, 같이 놀면 망한다는 꼬리표가 붙은 ‘망’(정소민)이 엮이는 사이 이들의 한 시절에 마침표가 찍힌다. 그리고 인선의 마음을 감독의 목소리로 전하는 마지막 방백. “가끔씩 그때 했던 생각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중략) 찬스는 끝났다”. 

경쾌한 매너로 먹먹한 얘기를 풀어내는 이 단편을 어쩌다보니 프리뷰 DVD로, 영화제의 스크린에서, 그리고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반복감상했다. 그때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 영화의 카피를 궁리하게 된다. 군살 없는 런닝타임 동안 여러 결의 감정과 고비를 선보이는 때문. 그렇게 구상한 치기어린 카피들을 늘어놓자면 - 종부세 폐지촉구 현수막이 걸린 압구정 한양아파트 앞의 ‘세 친구’(임순례). 중삐리 때부터 같은 라인에 살며 부루마블 게임으로 일탈을 하던 낭만적인 ‘국외자들’(고다르). 부모의 명으로 조기유학을 떠나거나 낙하의 퍼포먼스로 나름 수성을 하며 성인은 되었지만 여전히 꼰대들의 손바닥, 그런 강남의 ‘포스트모던보이 & 가십걸’들이 부모의 재산소득 바깥에서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 (이지민)’. 즉, 이들이 획득한 시민권은 강남 중산계급의 대학생 자식이라는 코스프레에 다름 아닌지라 과외로 진학을 한 후 남의 과외가 파생시킨 또 다른 과외로 용돈을 버는 속절없는 순환에서 벗어날 요량이 없다. 

혹 남녀 캐릭터의 역할이 전형적으로 머물렀거나 (가령, 있는 집 아들네미들의 까닭 모를 허기와, 그와 대립하는 도덕적 주체로서의 여성이 나오는 일일연속극처럼), 또는 인물의 경제적 조건을 하향 평준화시켰다면 (그러니까, 영화학교의 중산층 자제들이 차상위층의 고난을 제 규격에 맞추어 재현하며 취업을 예비하는 포트폴리오처럼) 그저 흔한 습작이 됐을지 모르지만, 자기 계급과 세대의 분열증을 쳐다볼 줄 아는 감독은 온갖 클리셰를 조금씩 미끄러뜨리는 상당한 나레이션의 - 고다르보다는 에이미 핵커링에 가까운 - 영화를 빚어냈다. 이 단편의 유머나 냉소가 자기 재주나 스펙의 전시가 아니라 사람과 시절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은 해가 갈수록 증명되리라. 제목과 정반대의 퀄리티를 지닌 최고의 단편. 부디 여러분은 “찬스”를 놓치지 마시라.

ps. 요새 한창 주가를 높이고 있는 배우 김수현과 역시 TV 쪽의 유망주 정소민의 보다 풋풋한 모습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주연인 배혜미와 김은미의 연기와 인상도 적절하고 훌륭하다. 한편, 조성희 감독의 중편 <남매의 집>과 비교해 보면 흥미로울 남궁선 감독의 이전 단편 <세상의 끝>에서는 2011년의 걸출한 장편데뷔작 <파수꾼> (감독 윤성현)의 ‘베키’ 박정민이 아마도 첫 연기를 선보인다. 재주와 미모를 겸비한 청년들을 발굴하는 재주가 있는 감독이다. 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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