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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라푼젤

나단 그레노 , 바이런 하워드, 2010

[초이스]라푼젤 대표 이미지

금발이 너무해? 금발이 대단해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환상의 머릿결. 샴푸 광고 얘기가 아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푼젤>을 보고 있노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떠올릴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드래곤 길들이기>의 3D 효과보다 한 수 위라고 느껴지는 라푼젤의 황금빛 머리카락 3D 효과는 대단하다. 21미터에 달하는 긴 머리를 이용한 화려하고 유쾌한 액션과 머리카락 자체의 섬세한 아름다움은 3D 애니의 표현력에 경의를 표하게 한다. 실사로는 아무리 옮기려 해도 뭔가 빠진 듯한 동화의 낭만을 애니메이션만의 비주얼과 움직임으로 살아 움직이게 만든다. <라푼젤>엔 그만큼 변화를 갈망하는 디즈니의 야심이 엿보인다. 

디즈니의 50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인 <라푼젤>은 디즈니 애니메이션 사상 최초로 고전 동화 원작과 3D 기술이 만났다는 면에서 먼저 주목 받았다. 하지만 뜯어보면 그 외에도 다양한 증거가 많다. 픽사의 수장 존 레세터가 프로듀서로 참여한데다가 <공주와 개구리> 때보다 훨씬 각색의 매력이 드러난다. 애초에 그림 형제의 동화가 여러 가지 의미를 함축하고 있어 각색하기 나름이지만, 원작의 줄기를 해치지 않는 영리한 각색이랄까. 동화에선 다소 수동적인 캐릭터였던 라푼젤과 왕자의 이미지를 확 바꿔 순진무구하고 상큼한 소녀와 능글맞은 도둑 청년의 상쾌한 활극의 이미지를 연출한 것이 인상적이다. 맛깔스러운 조연 캐릭터들이 함께 하는 화려한 연출, 작곡가 알란 맨킨의 뮤지컬 넘버들이 종합적으로 뒤섞여 디즈니가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가족, 사랑, 모험, 용기 같은 것들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감한 도약을 보여줬다고 할까. 역시 사람이든 회사든 자기가 잘 하는 걸 해야 한다. 

무엇보다 마법을 지닌 황금빛 머리카락을 지니고 태어난 까닭에 마녀에게 납치돼 18년간 탑 속에서 자란 라푼젤과 그녀의 어머니인 척 하는 마녀 고델의 관계가 흥미롭다. 라푼젤의 머리카락이 지닌 힘을 이용해 미모를 유지하려는 고델과 답답한 탑에서 바라보던 등불 축제를 꼭 한 번 가까이 보고 싶어 18세 생일에 가출을 결심하는 라푼젤. 둘의 관계는 허영심 강한 어머니로부터 독립하려는 모든 딸들의 이야기로 읽히기 때문이다. 

“바깥세상은 위험하다, 너한테 뭐가 제일 좋은지는 엄마가 안다”고 열창하는 고델의 위협은 너무 현실적이라 무서울 지경이다. 이런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세상에 발을 디뎠다 조금이라도 휘청이면 “거봐라” 하며 냉큼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기 일쑤다. 과잉보호만 할 뿐 끔찍한 세상을 헤쳐 나갈 방법은 손톱만큼도 가르쳐 주지 않는 자기중심적 부모에게서 벗어나려면, 라푼젤처럼 목숨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 이 싸움은 사랑에 빠졌다가 괜히 상처나 받느니 조용히 살라는 기성세대 어머니에 맞서 로맨틱한 인생을 꿈꾸는 신세대 딸의 전면전이기도 하다. 가족주의를 옹호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이런 면이 들여다보이는 게 좀 의외라 신선하다고 할까? 

타고난 능력이었던 마법의 금발이 결국 평생의 족쇄였으며 라푼젤 자신을 옭아맸다는 사실도 눈여겨보게 된다. 자신의 유일한 재능이자 존재의 의미라고 여겼던 머리카락, 때론 그런 것들을 버렸을 때에야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 또한 <라푼젤>에서 발견되는 삶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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