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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배고픈 하루

김동현, 2004

[초이스]배고픈 하루 대표 이미지

2004년 서울독립영화제 대상을 수상한 김동현의 단편 <배고픈 하루>는 불구의 노동자가 겪는 하루 동안의 작은 모험을 그린 영화다. 단편임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지닌 응집도와 감정적 폭발력은 매우 심원하며, 뒤 이은 감독의 두 장편에 비견될 정도의 밀도를 지니고 있다. 김동현 감독의 영화들의 가장 큰 특징은 ‘길을 떠난다’라는 모티브를 가지고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들의 여행은 일반적인 여행이 아니라 삶의 벼랑 끝에 선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 하는 삶의 노정이다. 그들의 여행을 추동하는 가장 커다란 힘은 그들이 딛고 선 사회의 잔인한 채찍질이며, 그들이 내딛는 발걸음은 사회적 불평등이라는 거대한 추를 매달고 있는 탓에 그토록 고통스럽고 느리다. 그들은 저마다 목적한 바를 가지고 길을 떠나지만 그 목적은 결코 달성되지 못한다. 출발은 있지만 결코 끝이 보이지 않는 이 여행, 혹은 작은 모험은 도달하지 못할 목표를 향해 있으며, 바로 그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길 떠남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배고픈 하루>의 주인공인 불구의 노동자는 굶주린 어린 딸의 무언의 애원을 이기지 못하고 생전 처음 구걸하러 거리로 나선다. 평범한 노동자에서 불구가 되어버린 순간 인간의 자존감을 스스로 내팽개쳐야만 하는 걸인으로 변모한 그의 발걸음은 그 자체로 힘겨운 인생길에 대한 일종의 은유처럼 보인다. 그는 처음 구걸하러 나섰다가 아무런 소득도 없이 돌아와 칼을 들고 거리에 나선다. 구걸에서 범죄로 이어지는 그의 행위는 꼭 하루 동안에 일어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회 구조의 모순으로 인해 내몰린 약자들의 인생 전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가 떠도는 길은 그저 그가 살고 있는 동네일 따름이지만, 그의 행위의 상징성으로 인해 장소는 곧바로 무심하고 잔인한 사회적 공간으로 확장된다. 결국 불구의 몸뚱아리는 성공적인 범죄의 가능성마저 앗아가 버리고, 칼을 품고 길을 나서지만, 결국 그가 발견한 것은 낯선 집에서 기절한 채 쓰러진 자기 자신의 모습이다. 

김동현 감독은 사람들 간의 아무런 대가 없는 호의, 즉 연민의 감정을 잔인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유일한 희망의 징조로 설정한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연기법에 기초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억겁의 인연으로 이어져 있다는 철학은 김동현 감독이 보여주는 휴머니즘의 가장 큰 틀을 이루는 것이다. <배고픈 하루>에서 불구의 노동자는 낯선 노인의 호의를 경험하지만, 마음 한 쪽에 남아있는 희미한 자존심은 노인의 제안을 거절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노인이 베풀어준 따뜻한 마음, 그 우연한 은총은 결국 빈집털이에 실패한 채 겁에 질려 달아나는 주인공의 굽은 다리가 어느 순간 기적처럼 펴지는 상황과 기묘한 댓구를 이룬다. 김동현의 영화에서 우연한 만남은 때로 일상의 기적을 만들어낸다. 흥미로운 것은 그들의 만남이 그들의 운명에 미치는 영향이며, 나아가서 감독은 그 우연한 만남 자체가 일종의 기적이자 은총이 아닐까라고 반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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