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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투수, 타자를 만나다

권상준, 2007

[초이스]투수, 타자를 만나다 대표 이미지

세상이 어수선하다. 교육은 나라의 근간이니 근간을 다지는데 돈 없다고 교육 못받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되므로 무상교육을 주장하고, 교육받는 아이들의 점심밥 또한 무료로 줘야한다고 주장하니 그렇겐 못하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대한민국 수도서울의 시장직을 걸고 사퇴까지 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 동네 교육감이 어쨋네 저쨋네 하는 기사가 바로 터지는 세상. 이거 왠지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느낌이 자꾸만 든다. 이런 저런 사건들 뒤에는 모든 것을 관장하는 ‘어떤 것’이 있는건 아닐까? 우리같은 사람들은 알수 없는 시스템같은게 있어서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벗어날 수 없는 매트릭스 같은게 있는건 아닐까 자꾸 의심스럽기만 하다. 이런 시절에 자꾸만 떠오르는 영화 한편이 있다. 야구 다큐멘터리 <나는 갈매기>를 만들었던 권상준 감독의 2007년 작품 <투수, 타자를 만나다>가 바로 그 작품이다. 여름날의 헛소동같기도 하고, 열정가득한 이들이 벌이는 황당한 스포츠 영화같기도 하지만 대단한 그림자가 감추어져있는 작품같기도 한 이 <투수, 타자를 만나다>를 다시 한번 본다.

9회초 투아웃, 점수는 17대6, 주자 1, 3루에 등판하는 구원투수. 그는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야만 팀의 9회말 대 역전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절박한 마음을 품고 마운드에 오른다. 첫 투구를 준비하는 구원투수. 쉽지 않다. 어떤 공을 어떤 코스로 던질 것인지 결정은 못하겠고, 집중력은 자꾸만 흐트러지기만 한다.
긴장이 가득한 이 숨막히는 순간은 바로 사회인야구의 현장. 이미 승부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얼른 9회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동네 아저씨 선수들 한가운데 모든 구질을 마스터한채 마운드에 선 구원투수. 요약하자면 영화 <투수, 타자를 만나다>는 어이없는 상황 속의 코메디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그라운드의 중심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실마리가 되고자 한다. 게다가 필요이상의 생각과 고민으로 괴로워하고, 그가 마스터해온 각종 야구이론과 다양한 구질은 소용도 없는 것이어서 그 어떤 것 하나도 잘되는게 없는 과대망상증 환자의 짧은 소동을 그린 <투수, 타자를 만나다>. 그러나 이 어이없는 코메디 속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빈틈없는 시스템이 담겨있다. 이쯤에서 <투수, 타자를 만나다>를 관람한 한 ‘과대망상증 관객’의 감상문을 소개한다.

“... (전략)...세상은 이미 가진자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계획대로 모든게 치밀하게 짜여져있다. 우리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그들이 정해놓은 몫 이상을 가져갈 수 없으며, 필요이상으로 열심히 노력해도 그어진 선 이상으로는 올라갈 수 없다. 이것은 자기들의 몫이라 생각하는 것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가진자들이 만들어낸 그들만의 고도의 사회안정 시스템.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까지는 알턱이 없기에 그저 열심히 일하고, 이리저리 궁리하고, 걱정하고, 고민한다. 마치 구원투수가 널럴한 야구장의 분위기속에서 필요이상의 진지함으로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며 커브와 너클볼 그리고 인코스와 아웃코스 사이에서 고민하지만 결국 볼은 정해진 곳으로 날아가고, 타자는 정해진 스윙을 하게 되듯이 말이다....(후략)”

다시한번 말하자면 <투수, 타자를 만나다>는 과대망상증 구원투수의 어이없는 상황극 코메디다. 우리는 이제 이 영화의 평범하지만 ‘위대한 반전’을 기다려야 할때다. 기억하자. 17대6, 우리가 6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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