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
[초이스]내추럴 어반 네이쳐
강민지, 2011
꾸준히 애니메이션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나가는 작가가 있다. 단편 작업의 특성상 2년에 한편을 만들면 부지런히 만든다고 할 수 있는 때에 아직 서른도 채 되지 않았건만, 벌써 작품만 5편-트레일러, 광고영상 등을 제외한 순수 작품만-을 만들었다. 부지런히 그리고 끊임없이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녀는 바로 인디애니페스트2011 개막작의 감독 중 한 명인 강민지 감독이다. 때로는 아이들과, 때로는 접히는 종이의 면을 이용하여, 때로는 모래로, 드로잉으로 매 작품마다 새로운 실험을 놓지 않는 그녀가 이번에는 나뭇잎과 꽃잎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 Natural Urban Nature>. 한국어로 번역하면 <자연스러운 자연>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작품 속에는 하나의 우주가 펼쳐진다. 작품은 한 장의 잎(또는 점)에서 시작하여, 한 장의 잎으로 끝난다. 점은 우주의 시작이다. 하나 둘 화면을 가득 매우는 나뭇잎과 꽃잎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은 우연처럼 느껴지지만, 그들은 자연의 질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 마치 ‘자연’이라는 말의 뜻처럼 ‘스스로 그러하듯’이 말이다. 그렇게 시작과 끝에서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몸짓에서 우주를 느낄 수 있다.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나뭇잎들이 음악의 리듬을 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애니메이션과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특히 내러티브가 없는 작품에서 음악이 가지는 중요성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뭇잎과 꽃잎의 물 흐르는 듯한 움직임에 음악은 무게와 생동감을 더해준다. 움직임과 음악은 서로가 서로를 끌고 나가듯이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이러한 음악은 강민지 감독과 음악감독이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결과이기도 하다.
작은 나뭇잎과 꽃잎이 만드는 세상은 자연스럽다. 한 장 한 장의 잎들은 같은 나무에서 낫지만,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요즘 길을 걷다보면 마주치는 것은 비슷하게 생긴 건물과 공사장 뿐이다. 사람들은 비슷한 꿈을 좇아 가고, 같은 것들을 보고 있다. 어느 덧 세상은 마치 틀에서 찍어낸 것 같은 것들로 가득차버렸다. 그래서 더더욱 작품 속에서 만나는 잎들인 만드는 세상은 자그만 차이들이 즐겁다.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세상은 답답할 뿐이다.
끼가 넘치는 자연의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 귀여운 캐스팅의 크레딧을 볼 때까지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는 사랑스런 작품 < Natural Urban Nature>. 그 안에는 우주가 있고, 음악이 있고 또한 자연스러움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러티브 중심의 독립단편애니메이션들이 많은 요즘에 이렇게 내러티브 없이 실험적이고 추상적인 작업을 계속해나가고 있는 강민지 감독은 한국의 애니메이션을 풍부하게 만들어주는데 없어서는 안되는 소중한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