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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이스]만들고 싶다

김준우, 2011

[초이스]만들고 싶다 대표 이미지

이제 정말로, 혼자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국내의 대부분 영화 제작 워크샵들은 여전히 공동 작업을 전제하는 구조로 구성된다. 종종 워크샵 강사를 할 때 수강생들에게 들려주는 첫마디는 항상 같다. “영화는 문학이나 미술과 달리, 혼자 작업할 수 없어요. 다큐멘터리와 실험 영화를 제외한다면, 영화에서의 공동 작업은 필수적입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급변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은 그 첫마디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녹음, 네가 필름 현상과 편집, 사운드 믹싱, 프린트 출력에 이르기까지 영화 제작을 이루는 촘촘한 분업 작업이 카메라 REC버튼과 파이널 컷 프로 같은 통합 프로그램 하나로 간단하게 수렴되고 일원화되면서 누구나 마음 먹으면 쉽게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되었다. 공동 작업을 필히 전제해야 했던 필름 시대에 갖지 못한 상상력이 디지털 환경에서 발화하는 영화적 풍경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독립영화축제인 인디포럼 2011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세 편의 단편영화 역시, 그 영화적 풍경에 속해 있다. 내밀한 가족 이야기에서부터 평범한 극영화 내러티브에 이르기까지, 각본, 연출, 촬영, 녹음, 편집 등 모두 원맨 시스템으로 제작된 세 편의 단편을 개막작으로 내세운 올해 인디포럼 영화제의 의도는 ‘사적 영화’의 세계를 소개하는 데에 있었다. 

김준우 감독의 <만들고 싶다>는 한 영화학도의 내밀한 고백을 담고 있다. 과연 어떤 영화를 만들까, 연출가라면 누구나 고민해봤을 그 자잘하고 소심한 고민들이 풍자와 해학의 추임새 속에서 펼쳐지고 있는 이 작품은 근래 나온, 영화 만들기에 대한 고민를 다룬 영화들 중 가장 위트가 넘친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정말 영화를 만들고 싶어진다. 
두 번째 작품인 김용삼 감독의 <가족오락관>은 사적 영화의 세계를 탐험한다. 감독이 직접 주인공을 맡고, 실재 자신의 부모를 등장시켜 웃음을 자아내는 이 영화는 얼핏 백수 청년의 일상을 다루고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자기 가족이 얼마나 웃긴지를 관객에게 폭로하는 유쾌한 일기장에 가깝다. 

반면, 이지상 감독의 <돈 좀 더 줘>는 감독 본인의 말대로 ‘세태에 대한 테러’의 영화다. 노동에 지친 아버지와 반복해서 돈 좀 더 달라고 조르는 철없는 어린 딸 사이에 벌어지는 난데없는 폭력. 감독은 시퀀스를 반복 재현하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그 폭력의 고리를 설득력있게 그려보인다. 

기술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가벼워진 카메라는 미처 가보지 못한 영화적 영토에 발을 딛게 하는 최적의 동반자일지도 모른다. 이 세 편의 단편들은 일기를 쓰듯, 신문 기사를 읽어내려가듯 혼자 영화를 찍을 수 있는 시대의 가능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당신도 혼자 영화를 찍을 수 있냐고? 이 세 편의 영화를 보고 나면 당신은 당장 카메라를 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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