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이스]모래

강유가람, 2011

[초이스]모래 대표 이미지

‘재개발’. 요즘 이 말만큼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단어도 없을 것이다. 도심지의 아파트 건설로 시작된 재개발 열풍은 난개발, 막개발로 이름을 달리하며, 이제 도시와 시골을 가리지 않고 전국을 휩쓸고 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부의 증식 수단으로서 부동산의 가치를 증명하는 강남 재건축의 상징이 된 곳.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또한 사교육의 최전선으로 ‘강남불패`라는 신조어를 등장시키며 꺼지지 않는 재건축 열망을 떠받치는 한국사회의 또다른 단면이다.

건설회사에서 오래 근무하면서 중동 건설현장을 거쳐 한국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하며 뼈가 굵은 감독의 아버지는 빚을 얻어 강남에 집을 마련한다. 아버지는 매달 엄청난 이자에 허덕이지만 단 한가지, 집값이 오르리라는 기대를 갖고서, 집을 팔지 않는다. 

감독은 언제부터인가 폭등하는 강남 집값이 사회문제로 떠오를 때마다 불편하다. 단지 강남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왠지 부당한 수혜를 누리는 것만 같다. 집안 사정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데, 아버지가 늘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게 의문스럽다.

감독은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집값에 대해 비판적이지만, 이런 생활환경에서 엄청난 사교육을 받고 자란 자신 역시 이 상황을 자연스럽게 누리고 살았다는 깨달음에 당혹스러워한다. 바로 이 순간, 도저히 대화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아버지와의 대화가 시작된다.

아버지는 개발시대에 건설회사를 다니며, 가족 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건사해 왔다. 하지만 IMF는 이런 대기업도 파산시키고, 아버지는 작은 사업을 시작하지만, 여의치가 않다. 게다가 건설현장에서 얻은 지병으로 건강까지 잃은 아버지에겐 이제 더이상 출구가 없어보인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술이라도 마실 수 있으니 괜찮다며, 자식들에게 엄마를 보호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감독은 원래 이 영화를 하우스푸어 문제를 다룬 작품으로 기획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건설 현장을 누볐던 아버지를 자연스레 인터뷰하게 되었고, 자신과 정반대의 정치의식을 가진 아버지에 대한 궁금증에 가족 이야기가 더해지며 이 작품이 완성되었다.

그래서일까, 한 가족 이야기이지만 이 속엔 아버지 세대 전체와의 대화가 숨겨져 있다. 아버지 세대는 가족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집을 지었지만, 그 집은 이제 더이상 가족의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이 되고 말았다. 집을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본래의 목적인 거주의 공간으로 사고하는 것이 우리 세대에서 가능한 것일까. 아니면 다음 세대의 몫으로 남겨질까.

[모래]는 중동 사막에서 돈을 벌어 가족을 먹여살린 아버지에 대한 은유이자, 건설경기로만 경제를 유지하려고 하는 기성세대에 대한 의미있는 송가이다.

관련 영화인

불러오는 중입니다.

관련 영화글

불러오는 중입니다.